로봇이 커피를 내려주는 카페부터, 지하철 역사에서 식물을 키우는 ‘스마트 팜’ 등 누구나 쉽게 푸드테크를 경험할 수 있는 시대가 됐다. 인터넷에서는 고기가 단 1g도 들어가지 않은 햄을 먹고, 햄버거 가게에서는 식물성 패티를 넣은 햄버거를 맛본다. 하늘과 땅 대신 과학으로 키워낸 음식이 우리 식탁에 오른다.
스타벅스에도 등장한 푸드테크
가치소비를 중시하며 채식을 시작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씹고 뜯는 즐거움을 잊지 않기 위해 등장한 것이 대안육이다. 과거의 대안육은 ‘콩고기’처럼 고기라고 하기는 아쉬운 점이 많았다. 하지만 소비자 증가와 함께 미래 먹거리로 떠오르며 시장도 풍부해졌다. 가령, 스타벅스 코리아는 대안육을 활용한 샌드위치를 출시했는데, 출시 2주 만에 누적 판매 10만 개를 돌파하기도 했다. 롯데리아 역시 식물성 패티를 이용한 햄버거를 출시해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식물이 아닌 동물 세포를 배양해 만드는 대안육도 나왔다. 2013년 처음 등장한 배양육은 기존 육류와 가장 유사한 맛을 낸다. 가축으로부터 살아있는 세포를 추출한 뒤, 세포를 배양액 등과 함께 넣고 입체 구조로 키워 만든다. 아직 가격 경쟁력이 없어 상용화에 이르지는 못했다. 소 태아의 혈청이 주성분인 배양액이 비싸기 때문이다. 배양액은 배양육 생산비의 80% 이상을 차지하는데, 배양액 10리터의 가격은 12만 원에 이른다. 이 양으로 만들 수 있는 고기는 1인분이 채 되지 않는다.
지속적인 연구개발(R&D)이 필요한 상황임에도 과학자들이 대안육을 만드는 노력을 계속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2021년 9월 국제학술지 ‘네이처 푸드(Nature Food)’에 실린 연구에 따르면 온실가스 저감 효과가 있다. 농기계 사용, 비료 살포, 제품 운송 등 식량 생산 전체 시스템에서는 연간 173억t(톤)의 온실가스가 발생하는데, 그중 57%는 소, 돼지 등 동물을 사용하는 육류 식품 생산이 해당된다.
이 육류 소비를 식물성 식재료로 바꾸면 온실가스 저감에 도움이 된다. 2020년 11월 국제학술지 ‘사이언스(Science)’에 실린 연구에서 영국 옥스퍼드대 연구진은 전 지구인이 하루 122g 수준인 현재의 육류섭취량을 3분의 1수준으로 줄이면, 음식 관련 온실가스 배출량을 절반 이하로 줄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10년 뒤 식탁엔 GMO 대신 GEO
첨단 생명공학 기술인 유전자 편집 기술도 식탁을 바꾸는 데 쓰이고 있다. 새로운 푸드테크 기술인 게놈편집생물(GEO, Genome Edited Organism)은 생물이 지닌 유전자에 변이를 일으켜 제작하는 방식이다. 유전자변형생물(GMO)은 외부 유전자를 도입하는 방식으로 자연에서 일어날 수 없는 변화인 반면, GEO는 자연에서도 일어날 수 있는 변화라는 점에서 거부감도 더 적다.
2019년 미국의 생명공학회사 ‘칼릭스트’가 2세대 유전자 편집 기술인 탈렌(Talen)을 이용해 만든 올레산 고함량 대두가 처음 상용화된 GEO 작물이다. 일본의 바이오기업 사나텍시드의 경우 3세대 유전자 편집 기술인 크리스퍼(CRISPR)를 이용해 아미노산인 가바(GABA) 함량을 4~5배 높인 토마토를 만들었다. GEO는 약 5년 뒤 본격 상용화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10년 뒤 GEO는 GMO 시장 점유율 수준에 이를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과학이 식탁의 미래를 바꾸고 있는 것이다.
- 권예슬 리포터
- yskwon0417@gmail.com
- 저작권자 2023-12-13 ⓒ ScienceTimes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