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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소재·신기술
안현섭 객원기자
2023-11-16

재제조를 통해 다시 사용하는 자동차 부품 인공지능 기반 반자동 부품 식별 시스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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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환 경제는 파리 기후 협정에서 실현하고자 하는 기후 보호 목표를 실현하는 방안이자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기도 하다. 이미 우리는 쓰레기 분리수거, 일회용 봉투나 빨대 안 쓰기, 텀블러 사용하기, 가구 및 전자제품 재활용하기 등등 많은 부분에서 이미 녹색 라이프 스타일을 실천하고 있다. 그러나 자동차처럼 구조가 복잡한 기계류는 어떻게 할까? 영화에서처럼 폐차장에서 몽땅 납작하게 눌러서 버려지는 건 아닐까? 중고 부품을 사용 가능한 초기 상태로 가깝게 만드는 과정인 재제조(Remanufacturing)는 이와 밀접한 관련을 가진 분야로 앞으로도 많은 기대를 모으고 있다.

자동차처럼 구조가 복잡한 기계류는 어떻게 처리할까? 영화에서처럼 폐차장에서 몽땅 납작하게 눌러서 버려지는 건 아닐까? ⓒ gettyimagesbank

재제조 잠재력 높은 자동차 부품

실제로 매년 막대한 양의 기계 부품이 버려지고 있지만, 이 중 적지 않은 양은 재활용 가능하거나 약간의 수리를 거쳐 재사용이 가능하다. 자동차로 한정할 경우 점프 스타터알터네이너 같은 부품은 폐차 되더라도 충분히 사용 가능한 경우가 많아서, 적절한 방법으로 해체 또는 탈거가 가능하면 제품 수명 연장, 폐기물 감소, 탄소 발자국 감소 자원 효율 측면에서 분명히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한 예로 독일 VDI 자원효율센터의 조사에 따르면 따르면 기계 부품 재제조 정도에 따라 제조비용의 80%를, 재료 소비의 90%까지 절감할 수 있다고 하니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다.

그러나 재제조는 본체에서 해체·탈거 상태의 부속을 일정 기준에 따라 분류하는 일이 핵심이다. 또한 손쉽게 폐차장에서 부품을 빼서 사용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대부분의 부속은 먼지나 마모 등으로 인해 육안으로 식별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 대개 숙련도가 높은 전문 인력의 노력을 통해 이러한 작업이 이뤄지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짧은 시간에 많은 양을 처리해야 하기 때문에 작업자에게도 높은 부담이 주어지며, 이로 인해 분류 정확성이 낮아질 수 있다. 부품이 상대적으로 양호해 보이더라도 음·양각으로 인쇄된 고유번호가 마모되거나, 파손 등의 이유로 육안 식별이 불가능할 경우 정밀한 분류가 어려우니 재사용이나 재제조는 아예 불가능해 진다.

 

인공지능 기반 반자동 부품 식별 시스템

만약 이 과정에서 인공지능 기술을 도입하여, 부품 외관을 기준으로 정보를 정확하고 신속하게 파악한다면 어떨까? 무게, 부피, 모양, 크기, 색상 등을 기준으로 인공지능이 부품을 식별하며, 경우에 따라 사용처나 유통·처리 경로도 파악할 수 있다. 이러한 점을 기회로 포착한 프라운호퍼 생산시스템 설계기술 연구소(Fraunhofer IPK)는 인공지능 기반 반자동 부품 식별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시스템은 1차로 중고 부품 외관의 이미지 스캔만으로 검색 카테고리를 좁혀서 자동차 부품 통합 데이터베이스에서 대조한 다음 최초 12만개에서 5만개 후보군으로 줄여준다. 이후 각기 다른 두 개의 인공지능 모듈이 작동한다. 하나는 무게 측정과 3D 카메라를 활용한 형상 이미지 처리용 모듈, 다른 하나는 이미지 처리용 모듈이 생성한 데이터를 근거로 현존하는 메타 정보(제조사, 사용처, 유통 정보 등)를 매칭하는 모듈로, 이 작업까지 거치면 부품 고유번호를 가졌을 때와 동일한 정보를 획득할 수 있다. 연구진은 이미지 처리용 인공지능 알고리즘 성능 강화를 위해 합성곱 신경망(Convolution Neural Network)을 사용하였고, 이를 기반으로 이미지 데이터에서 중요한 특징을 추출해 낼 수 있다는 점에서 최적화 되어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

 

바코드나 QR코드 없이도 작동

식별 프로세스를 거치면 작업자에게 최초 상태와 동일한 제품의 미리보기 이미지, 부품 식별 번호를 포함한 상세 정보가 도출된다. 이 결과를 참고하여 작업자는 폐기 또는 재제조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 즉 최종 결정을 기계에게 맡기는 것이 아니고 높은 숙련도를 가진 전문가의 지식을 신뢰하여 추가 검증이 이뤄지기 때문에 식별 작업의 품질이 한층 올라간다. 연구진은 인공지능 시스템이 기존 작업과 인력을 대체하는 것이 아닌 보완적 방식이기 때문에 작업자에게도 부담이 적어지며, 무엇보다 짧은 시간에 많은 양을 처리해야 하는 업무일 경우 능률이 크게 향상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두 제너레이터는 육안으로 보면 동일해 보이지만 다른 스펙을 가지고 있어서 호환되지 않는다. 부품번호가 없이는 웬만해서는 구별이 불가능하다. ⓒ프라운호퍼연구소

프로젝트 파트너인 독일의 부품 재분류·처리 업체인 Circular Economy Solutions 는 연간 처리하는 약 100만개의 부품 중 5-7%는 식별상의 어려움으로 인해 폐기되는 것으로 조사한 바 있다. 프라운호퍼 연구소의 이번 솔루션 도입을 통해 폐기 예정이던 7만개의 중고 부품을 대상으로 시연한 결과 98.9%의 인식 정확도를 보여주었다고 한다. 즉 67,200개에 해당하는 중고 부품을 대상으로 재제조가 가능하다는 뜻이다. 여기에 추가로 인공지능 알고리즘 훈련 및 카메라를 포함한 컴퓨팅 장비의 에너지 소모와 탄소 배출량에 대한 연구도 실시하였다. 그 결과 연간 운용 시나리오를 가정하였을 때, 도입 1주일 안에 시스템 운용 자체가 발생시키는 탄소 발자국을 상쇄할 수 있다고 하는 점을 감안하면 순환경제의 실현은 다양한 측면에서 이뤄질 수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안현섭 객원기자
저작권자 2023-11-16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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