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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는 청소년기를 거쳐 성인이 된다. 청소년기라는 중간 과정을 거치지 않는 아이는 없다. 화학반응도 반응물에서 생성물이 생겨나는 일종의 성장 과정에서 중간 과정인 ‘중간체’가 만들어진다. 사진과 영상으로 기록되는 사람의 청소년기와 달리, 화학 반응 도중 빠르게 생성되었다가 사라지는 중간체의 모습을 기록하기는 어려웠다.
기초과학연구원(IBS) 분자활성 촉매반응 연구단은 자연에 풍부한 탄화수소를 고부가가치의 물질인 질소화합물로 변환시키는 화학 반응에서 순간적으로 생겼다가 사라지는 중간체의 구조와 반응성을 세계 최초로 규명하고, 그 연구 결과를 7월 21일 최고 권위의 국제학술지 ‘사이언스(Science)’에 발표했다.
자연에 풍부한 탄화수소로부터 유용 물질 합성
질소(N)가 함유된 질소화합물은 의약품의 약 90%에 포함될 정도로 생리 활성에 중요한 분자다. 신약 후보 물질 발굴만큼이나 질소화합물을 쉽게 합성할 수 있는 전략 개발이 중요한 이유다. 현대 화학자들이 석유‧천연가스 등 자연에 흔한 탄화수소를 질소화합물로 바꾸는 질소화 반응(아민화 반응)을 효율적으로 진행할 수 있는 촉매 개발에 몰두하는 이유다.
IBS 분자활성 촉매반응 연구단은 2018년 자연계에 풍부한 탄화수소를 고부가가치의 감마-락탐을 합성하는 촉매반응을 개발하며 세계적인 주목을 받은 바 있다. 당시 질소화 반응을 유발하는 핵심 중간체가 바로 ‘전이금속-나이트렌’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전이금속 나이트렌은 이리듐, 로듐 등의 전이금속에 반응성이 풍부한 나이트렌이 결합한 형태의 중간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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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연구를 기반으로 세계 120여 개 연구팀이 후속 연구를 이어갔다. 하지만 ‘전이금속-나이트렌’의 구조는 계산화학적으로 예측할 뿐, 직접 관찰하는 데 성공하지는 못했다. 이번 연구의 제1저자인 정회민 연구원은 “촉매 화학반응이 진행되며 어떤 촉매 중간체를 거쳐 가는지를 규명하는 것은 반응 진행 경로에 대한 이해를 확장한다”며 “동시에 더욱 효율이 높은 차세대 촉매를 개발하는데 중요한 단서가 된다”고 설명했다.
카메라로 사진 찍듯 중간체 ‘찰칵’
대부분의 촉매반응은 용액 상태에서 이뤄진다. 용액 내 분자들은 끊임없이 다른 분자와 상호작용하기 때문에 전이금속-나이트렌과 같이 빠르게 반응하고 사라지는 중간체를 규명하는 일은 매우 어려웠다. 이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연구팀은 고체상태의 시료에 빛을 쬐며 분자 수준에서 일어나는 구조 변화를 단결정 엑스선(X-ray) 회절 분석을 통해 관찰하는 광 결정학 분석을 활용하자는 아이디어를 냈다.
우선, 연구팀은 빛에 반응하는 로듐(Rh) 기반 촉매를 새롭게 제작했다. 이 촉매와 다이옥사졸론 시약이 결합한 복합체는 빛을 받으면 탄화수소에 아민기를 도입하는 과정에서 전이금속-나이트렌을 형성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 과정을 포항 가속기연구소의 방사광을 활용한 광 결정학 방법으로 분석한 결과, 기존 관찰된 적 없는 ‘로듐-아실나이트렌’ 중간체의 구조와 성질을 세계 최초로 확인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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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나아가, 로듐-아실나이트렌 중간체가 다른 분자와 반응하는 과정도 광 결정학으로 분석했다. 즉, 고체 시료에서 화학 결합이 끊어지며 중간체가 생성되고, 중간체가 다시 다른 물질과 반응해 새로운 화학 결합을 형성하는 전 과정을 마치 카메라가 사진을 찍듯이 포착했다는 의미다.
연구를 이끈 장석복 단장은 “그간 존재가 제안되었을 뿐, 입증된 적 없는 아민화 반응의 핵심 중간체의 모습을 최초로 공개했다”며 “현재 밝혀낸 로듐-아실나이트렌 중간체의 구조와 친전자성 반응성을 바탕으로, 여러 산업에서 쓰이는 차세대 촉매 반응을 개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권예슬 리포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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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23-07-21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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