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몸이 딱딱한 비늘로 덮여있으면서도 형태 변화와 이동이 자유로운 천산갑을 모방한 초소형 의료로봇이 개발됐다. 인체 내에 투입돼 특정 부위 가열이나 약물 투입 등 의료시술에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독일 막스 플랑크 지능시스템 연구소 메틴 시티 박사가 이끄는 국제 연구팀은 21일 과학저널 '네이처 커뮤니케이션'(Nature Communications)에서 천산갑에서 영감을 받아 인체 내부에서 최소 침습적인 의료 시술을 안전하게 수행할 수 있는 소형 의료로봇을 개발, 개념증명 실험을 마쳤다고 밝혔다.
메틴 박사는 자기장을 이용해 무선으로 조종할 수 있는 금속 재질의 이 로봇을 향후 위나 소장 같이 접근하기 어려운 신체 내부에 투입해 치료 또는 약물 투입을 하는 의료 시술에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팀은 천산갑의 몸을 덮고 있는 딱딱한 케라틴 성분 비늘이 서로 엇갈려 아래위로 중첩된 구조로 돼 있어 몸 형태를 자유롭게 바꾸고 유연하게 움직일 수 있는 점에 착안, 얇은 금속판을 천산갑 비늘처럼 배치한 밀리로봇(millirobot)을 개발했다.
가로, 세로 두께가 각각 2㎝, 1㎝, 0.2㎜인 이 밀리로봇은 5㎝ 떨어진 곳에서 저주파와 고주파 자기장을 가해 동작이나 온도 등을 조종할 수 있다.
밀리로봇에 저주파 자기장을 가하면 천산갑이 몸을 말듯 형태가 변하면서 구르며 목표 지점으로 이동하고(https://youtu.be/nczejRLuliU), 목표 지점에 도착한 밀리로봇에 고주파 교류 자기장을 가하면 금속판 온도가 올라간다.
개념증명 실험에서 밀리로봇은 목표 지점으로 이동한 뒤 30초 안에 70℃ 이상으로 특정 부위를 가열하는 등 향후 암 치료나 손이 닿기 어려운 부위 지혈 등 의료시술에 적용할 수 있는 기능을 수행했다.
연구팀은 밀리로봇에 약물 등을 실어 치료 부위로 보낸 다음 자기장을 제거해 약물이 방출되게 할 수도 있다며 추가 테스트가 필요하지만 이 기술을 향후 체내 약물 전달이나 열 치료 시술 등 임상 도구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연합뉴스
- 저작권자 2023-06-22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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