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가장 피해를 본 나라는 세계 최고의 선진국 미국이었습니다. 후진국만 당하는 게 아닙니다. 기후변화와 생물다양성 악화로 재앙의 판도가 바뀌고 있습니다."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는 14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개막한 서울국제도서전 기조강연 '그들은 우리를 보고 있다'에서 기후변화에 신경 쓰지 않는다면 코로나 같은 재앙이 계속 일어날 수밖에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올해 도서전의 주제는 '비인간, 인간을 넘어 인간으로 넌 휴먼'이다. 인간 중심주의에서 벗어나 기후 변화, 인공지능(AI)의 대두 등 인간이 당면한 여러 문제를 조망해보자는 취지다.
인간의 이기주의 탓에 빚어진 가장 대표적 재난이 최근까지 이어지고 있는 코로나19다. 학계에 따르면 코로나바이러스는 박쥐에서 비롯했다. 익히 알려졌다시피 박쥐의 90%는 열대 정글에 산다. 그러나 최근 열대 우림이 파괴되면서 박쥐의 터전이 부족해지고 있다. 살길을 찾기 위해 인구밀도가 높은 온대지방으로 '박쥐의 이사'가 본격화한다면 코로나가 빈번하게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최 교수는 "중국 남부로 들어온 코로나바이러스가 100종류 정도 되는데 그중 한 개가 퍼져서 팬데믹이 된 것"이라며 "코로나바이러스를 보유한 박쥐가 온대 지방으로 옮겨온다면 코로나 같은 팬데믹은 자주 일어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코로나 팬데믹에서 드러난 것처럼 재앙은 선진국과 후진국을 가리지 않는다. 유럽을 강타한 홍수로 가장 큰 피해를 본 지역은 룩셈부르크, 독일, 네덜란드였다. 모두 배수 시설이 잘 구비된 선진국이다. 그는 "배수시설이 잘 갖춰졌더라도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비가 온다면 어쩔 수 없다. 지난해 서울 강남역에서 발생한 홍수도 그런 경우에 해당한다"고 했다.
기후변화 못지않게 생물다양성도 문제다. 만약 이번 세기에 기온이 2도가 상승하면 생물다양성 가운데 절반이 사라질 것으로 점쳐진다. 과학자 100명 가운데 96명은 그럴 경우 호모 사피엔스가 멸종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최 교수는 "우리에게 머뭇거릴 여유는 없다"며 "당장 다음 주라도 재난이 일어날 수 있다. 기후변화를 막고, 생물다양성을 지키기 위해 어떤 방식으로든 행동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연합뉴스
- 저작권자 2023-06-19 ⓒ ScienceTimes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