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콜릿을 먹으면 기분이 좋아지면서 긴장감이 완화된다. 작은 조각이 입안에 들어가는 순간부터 입안에 머금고 있는 내내 부드러운 느낌과 달콤한 맛을 음미할 수 있기 때문이다. 덕분에 초콜릿은 사랑의 상징이기도 하고,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대표적인 명약(名藥)이기도 하다. 그런데 초콜릿의 ‘부드럽고도 달콤한 입속 여행’에는 정교한 ‘작은 암호’가 숨어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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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콜릿의 지방 함유량이 ‘초콜릿 감각’을 좌우하지 않는다?
초콜릿을 먹으면 기분이 좋아지는 이유와 입안에서 변화하는 물리적 과정의 단계를 분석한 결과가 국제 학술지 ACS(응용 재료 및 인터페이스: Applied Materials & Interfaces)에 게재됐다.
영국 리즈대학교 식품영양학과 연구진은 초콜릿이 입안에서 일어나는 물리적 변화 과정을 해독해 발표했다. 연구진은 코코아 함량이 70~99wt%인 ‘다크 초콜릿’ 범주에 속하는 초콜릿 상품을 대상으로 3D 혀 모양 표면과 유체가 상호작용하는 방식과 메커니즘을 분석했다.
주요 관찰은 고체 상태인 초콜릿의 유화 과정이다.
초콜릿이 혀 또는 구강 점막에 닿기 시작하면서부터 일어나는 유화 과정이 입안에서 ‘초콜릿 감각(chocolate sensation)’을 발생시키며, 이 메커니즘을 분석하면 ‘건강한 초콜릿’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것이 연구진의 결론이다. 안웨샤 사르카(Anwesha Sarkar) 리즈대학 교수는 “초콜릿에 함유된 지방이 5%이거나 50%인 경우 모두 ‘초콜릿 감각’을 형성한다.”고 말하면서 중요한 것은 ‘초콜릿의 구성에서 지방의 위치’라고 강조했다.
즉, 초콜릿의 ‘부드러운 입속 여행’은 지방의 함량보다 초콜릿의 구조상 지방의 위치 때문이라는 것. 연구에 따르면 초콜릿 속 고체 입자의 크기와 분포는 혀와 구강 조직에 마찰을 일으키는 중요한 매개변수다. 특히 초콜릿의 겉면을 둘러싼 지방 성분은 침 또는 액체와 반응하여 입안에서 부드러운 막을 형성하며 기분 좋은 식감을 유지한다. 초콜릿 내부에 포함된 지방은 초콜릿의 느낌이나 감각에 영향을 미치지 않거나, 오히려 ‘초콜릿 감각’을 감소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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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지 설명: ⓐ핥기 단계: 초콜릿이 혀에 닿는 초기 인식 단계 ⓑ녹는 단계: 초콜릿이 녹은 상태로 전환되거나, 치아로 씹어 분해되기 시작한 단계 ⓒ삼키기 전 단계: 타액과 혼합된 덩어리
건강한 초콜릿? 초콜릿의 입자 구성에 변화로 가능
과도한 스트레스 및 우울감이 느껴질 때 사람들은 종종 단 음식을 찾는다. 실제로 단 음식은 몸속에서 스트레스 호르몬의 분비를 낮추고, 대신 기분 좋게 하는 세로토닌의 분비를 늘린다. 초콜릿은 기분을 좋게 하는 대표적인 기호식품으로 미국의 이팅웰(Eating Well) 저널은 초콜릿을 우울증에 좋은 음식으로 소개한 바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초콜릿을 건강한 음식으로 소개하기는 어렵다고 말한다. 우울감 해소 효과도 일시적이며, 열량과 단순 당이 높기 때문에 달지 않은 초콜릿 혹은 가공되지 않은 자연식을 권한다.
리즈 대학교 연구진의 이번 연구는 ‘건강한 초콜릿’을 설계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무엇보다도 지방층이 초콜릿의 표면을 코팅해야 입안에서 윤활작용이 일어나기 쉽고, 침과 섞였을 때 코코아 입자가 풀리면서 촉감을 자극할 수 있다. 즉, '초콜릿의 달콤한 입속 여행'의 핵심은 초콜릿 표면에 있다는 것.
샤르카 교수는 “초콜릿을 먹을 때 입안에서 일어나는 물리적 메커니즘을 이해하면 고지방 초콜릿의 감각을 주면서도 건강한 초콜릿을 생산할 수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그렇게 되면 시중에 출시된 저지방 초콜릿이나 다크 초콜릿에 대변신이 예고된다.
거칠고 텁텁한 맛의 다크 초콜릿에 너무 많은 지방을 추가하지 않고도 사르르 녹는 ‘초콜릿 감각’을 제공하는 그라데이션 레이어 구조의 초콜릿을 생산할 수 있다는 것이 연구진의 설명이다. 이와 더불어서 연구진은 이 마찰공학 기술이 아이스크림, 마가린 또는 치즈처럼 고체에서 액체로 상이 변환되는 다른 식품을 더 건강하게 소비하는 데에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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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현정 리포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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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23-03-06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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