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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응용과학
김준래 객원기자
2018-12-19

서서 일하는 사람 위한 '착용형 의자' 하지정맥류 같은 질환 해결… 제조현장에도 적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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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점 매장 판매 사원이나 교사 또는 승무원처럼 오랫동안 서서 일하는 사람들이 잘 걸리는 질환이 있다. 바로 ‘하지정맥류’다.

하지정맥류는 역류한 피가 정맥에 몰려 압력이 높아지고, 이를 견디지 못한 혈관이 구불구불하게 늘어나는 질환을 말한다.

실제로 고용노동부가 조사한 보고서에 따르면 쇼핑센터처럼 매장에서 근무하는 판매 사원들의 85~90%가 서서 일을 하며, 이들 중 거의 절반에 육박하는 47.4%가 하지정맥류 발병률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장시간 서서 일하는 사람들을 위해 착용형 의자가 개발되고 있다 ⓒ Nitto
장시간 서서 일하는 사람들을 위해 착용형 의자가 개발되고 있다 ⓒ Nitto

하지만 앞으로는 장시간 서서 일하는 사람들에게서 이 같은 하지정맥류 질환을 찾기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몸에 착용하는 ‘웨어러블(wearable) 의자’가 개발됐기 때문이다. (관련기사 링크)

서서 근무하는 의료인들을 위해 개발

아켈리스(Archelis)라는 이름의 이 웨어러블 의자는 일본 치바대 의공학센터와 벤처기업인 니토(Nitto)가 공동으로 개발했다. 마치 골절환자가 재활훈련을 할 때 사용하는 보조기기처럼 생겼기 때문에 처음 보면 의자라고 생각하기 어렵지만, 이를 체험해 본 사람들은 의자에 앉은 것 같은 편안함을 느낄 수 있다고 평가했다.

아켈리스는 엉덩이 지지대, 그리고 의자에서 다리역할을 하는 양쪽 지지대로 구성되어 있다. 지지대는 허벅지와 종아리에 벨트로 고정한 채 함께 움직이기 때문에, 오랜 시간을 서서 일해도 피곤하지 않고 비교적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다.

웨어러블 의자 개발에 참여한 치바대 관계자는 “금속과 카본 소재를 이용하여 강하면서도 가볍고, 유연하기까지 한 지지대를 개발할 수 있었다”라고 언급하며 “앉은 자세는 물론, 구부정한 자세에서도 착용자는 편안한 느낌을 유지할 수 있다”라고 밝혔다.

치바대 의공학센터의 발표에 따르면 아켈리스는 원래 장시간 수술을 하는 의료진을 위해 개발한 것으로 나타났다. 오랜 시간 동안 구부정한 자세로 수술을 진행해야 하는 의사들을 위해 웨어러블 의자를 만들어 보자는 아이디어가 구체화된 것.

연구진이 개발 과정 중에 특히 염두에 둔 것은, 전기를 사용하지 않는 무동력 시스템으로 웨어러블 의자를 제작해야 한다는 점이었다. 전기를 사용하게 되면 아무래도 수술실 내의 의료기기들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Archelis는 엉덩이와 허벅지, 그리고 종아리를 지지해주도록 설계되었다
Archelis는 엉덩이와 허벅지, 그리고 종아리를 지지해주도록 설계되었다 ⓒ Nitto

오로지 착용자의 운동에너지에 의해서만 작동하도록 설계된 덕분에 의사들은 수술실에 안심하고 아켈리스를 착용한 채 들어설 수 있다는 것이 제조사 측의 설명이다.

니토 관계자는 “복강경 수술을 하는 의사를 시작으로 뇌신경외과나 성형외과 등 오랜 시간 동안 서서 수술해야 하는 분야의 의사들이 아켈리스의 주요 수요층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와 같이 아켈리스는 의료 분야 종사자들을 위해 개발되었지만, 그 편리성이 알려지기 시작하면서 활용 분야가 넓어질 전망이다.

니토 관계자는 “아켈리스가 옷 속에 착용한 채 옷을 입어도 될 만큼 매끄럽게 디자인되어 있어서, 장시간 동안 서서 일하는 서비스 종사자들에게 효율적으로 활용될 것”으로 예측했다.

제조나 건설 현장의 근로자들을 위해 개발

아켈리스가 착용형 의자로 화제가 되면서, 착용형 의자의 원조라 할 수 있는 ‘의자 아닌 의자(Chairless Chair)’ 역시 주목을 받고 있다.

스위스취리히연방공대(ETH) 부설 생체모방로봇연구소와 외골격 시스템 전문기업인 누니(Noonee)가 공동으로 개발한 이 착용형 의자는 근로자가 불편한 자세로 일할 때 하반신에 걸리는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개발되었다.

제조나 건설 분야 작업 현장에서 근로자들이 가장 힘들어 할 때는 보통 머리를 숙이거나 몸을 구부린 자세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ETH 연구진은 이 같은 전문가들의 의견을 반영, 근로자가 산업현장에서 작업을 할 때 엉거주춤한 자세를 취해도 편안하게 일할 수 있는 착용형 의자를 만들었다.

제조현장 근로자를 위해 개발된 착용형 의자 ⓒ Noonee
제조현장 근로자를 위해 개발된 착용형 의자 ⓒ Noonee

실제로 Chairless Chair를 착용한 근로자는 엉거주춤한 자세로 장시간 서 있어도 과거와 달리 빠르게 일을 마칠 수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신발 바닥과 연결되어 있는 막대 형태의 프레임 부품이 다리를 따라 엉덩이까지 이어지면서, 체중을 지탱할 수 있게 해주기 때문이다.

또한 벨트와 벨크로(velcro) 형태의 가죽끈으로 Chairless Chair를 고정하게 되는데, 이렇게 다리와 허리에 벨트를 감아서 장착하면 작업자가 아무리 불편한 자세를 취한다 해도 허리나 하반신에 전혀 부담이 가지 않는다.

누니 관계자는 “직원의 피로는 부상으로 이어지고, 이는 다시 사고로 이어지면서 엄청난 비용이 발생할 수도 있게 만든다”라고 지적하며 “Chairless Chair는 바로 이같은 악순환의 고리를 끊고 선순환으로 바꿔주는 열쇠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아켈리스와 달리 Chairless Chair는 배터리를 필요로 하지만, 6볼트(V) 배터리만으로 약 24시간 동안 동작할 수 있어서 경제성은 뛰어난 편이다. 또한 프레임 재질이 알루미늄과 탄소 섬유로만 이루어져 있어서 매우 가볍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김준래 객원기자
stimes@naver.com
저작권자 2018-12-19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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