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하늘에서 볼 수 있는 천체 중 달만큼 많은 수식어가 붙은 것도 없을 것이다. 달은 모양에 따라 초승달, 상현달, 보름달, 하현달, 그믐달로 불린다. 같은 보름달이라도 민족과 종교에 따라, 또는 시대에 따라 매달 다른 이름으로 불리기도 했다.
천문학이 대중화되면서 출처가 불분명한 다양한 달 이름들도 나타났다. 오늘은 여러 가지 달의 이름에 대해 알아보기로 하자.
블랙문과 블루문
올해 10월 31일에는 특별한 달이 뜬다. 이 날 뜨는 달을 ‘블랙문(Black Moon, 검은 달)’이라고 부른다. 이날은 음력으로 10월 1일, 음력 1일은 해와 달이 정확이 같은 방향에 놓이는 날로 천문학 용어로는 삭(朔, conjunction)이라고 한다. 해와 달이 아침에 같이 뜨기 때문에 실제로 삭이 되는 달을 볼 수는 없다.
보통 음력 1일을 전후로 1~3일 정도 달이 보이지 않는 기간을 ‘다크문(Dark Moon)’ 기간이라고 부른다. 10월 1일이 음력 9월 1일이었기 때문에 이번 10월은 삭이 두 번 있는 달이다. 이렇게 한 달에 삭이 두 번 올 때 두 번째 오는 삭에 뜨는 달을 블랙문이라고 부른다. 정확히 언제, 어디에서 시작된 용어인지는 명확하지 않지만 일부 토속 종교들에서는 이날 특별한 의식을 거행하기도 한다. 이번에 뜨는 블랙문은 2014년 3월 31일 이후 2년 7개월만이며, 다음 블랙문은 2019년 8월 30일이다.
일부 언론에서 지난 10월 1일에 뜬 달을 블랙문이라고 소개하기도 했지만 이것은 잘못된 이야기이다. 블랙문이 뜨는 날은 시차 때문에 나라마다 다르다. 우리나라와 12시간 이상 시차가 나는 미국은 지난 달 9월 30일(우리나라 시간으로는 10월 1일)이 블랙문이 뜨는 날이었지만, 유럽은 10월 30일, 우리나라는 10월 31일이 블랙문이 뜨는 날이다.
블랙문과 반대되는 개념이 바로 ‘블루문(Blue Moon)’이다. 해와 달이 지구를 기준으로 정 반대편에 올 때를 망(望, full moon)이라고 한다. 이때는 달이 햇빛을 정면으로 받기 때문에 달이 가장 둥글게 보인다. 보통 망은 음력 15일, 즉 보름에 해당한다. 한 달에 보름달이 두 번 뜰 때 두 번째 뜨는 보름달을 가리켜 블루문이라고 부른다.
여기서 블루(Blue)는 ‘푸르다’는 뜻이 아니라 ‘우울하다’는 뜻이다. 서양에서는 보름달이 뜨는 날은 드라큐라나 늑대인간 같은 귀신이 출몰하는 날로 여겨서 무척 싫어했다. 따라서 한 달에 두 번씩이나 뜨는 보름달이 기분 좋게 보였을 리가 없었을 것이다. 물론 요즘은 보름달에 대한 미신이 많이 사라졌기 때문에 블루문이 뜨는 날을 단순히 자주 일어나지 않는 특별한 날로 여기는 정도이다. 블루문은 오는 2018년 1월 31일과 3월 31일에 볼 수 있다.
화이트문과 레드문
실제로 밤에 보이는 달의 색깔은 연한 노란색이다. 태양이 노란색 별이기 때문에 햇빛을 받아 빛나는 달이 ‘옐로우문(Yellow moon, 노란색 달)’으로 보이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달이 낮에 보일 때는 하얗게 보이는데 이것은 노란 달빛이 파란 대기를 통과하면서 빛이 섞이기 때문이다. 색깔은 덧칠할수록 검은색이 되지만, 빛은 합쳐질수록 하얀 빛이 된다. 따라서 낮에 보이는 달은 ‘화이트문(White Moon, 하얀 달)’이라고도 부른다.
붉은 핏빛으로 보이는 달은 ‘레드문(Red Moon, 붉은 달)’ 또는 ‘블러드문(Blood Moon, 핏빛 달)’이라고 부른다. 레드문은 일반적으로 달이 지구 그림자에 완전히 가려지는 개기월식 때 보이는 달이다. 햇빛이 지구의 대기를 통과하면서 굴절되는데, 이때 파장이 짧은 파란 빛은 산란되고 파장이 긴 붉은 빛만이 달에 도달하여 달을 붉게 보이게 한다.
개기월식이 아니더라도 가끔 붉은 달이 뜰 때가 있다. 이런 달이 뜨는 날은 지평선 근처에 안개나 먼지가 많을 때이다. 달빛이 안개나 먼지 입자에 부딪혀 산란되면서 붉은 빛만이 우리 눈에 보이기 때문이다.
젖은 달과 마른 달
가장 밝고 화려하게 보이는 달이 보름달이라면, 가장 예쁘게 보이는 달은 눈썹 모양의 초승달일 것이다. 초승달은 계절에 따라 보이는 모양이 다른데 겨울에는 위로 오목한 모양으로 보이고, 여름에는 옆으로 서 있는 모양으로 보인다.
초승달이 계절에 따라 다르게 보이는 이유는 황도(하늘에서 해가 지나는 길)가 지평선과 이루는 각도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초승달은 해가 진 다음에 서쪽 하늘에 보이는 달로 거의 황도를 따라 움직인다. 겨울에는 해가 지평선 아래로 많이 내려가기 때문에 초승달과 지평선이 이루는 각도가 커진다. 여름에는 해가 지평선 아래로 조금만 내려가기 때문에 초승달이 지평선과 만나는 각도가 작아진다.
겨울철에 스마일(‿) 모양으로 위로 오목하게 보이는 달을 가리켜 ‘젖은 달(Wet Moon)’이라고 부른다. 마치 물을 머금고 있는 달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초승달의 모양이 점점 옆으로 기울어지는 봄철이 되면, 비가 많이 내리는 우기가 찾아온다. 여름이 되어 옆으로 서 있는 달을 가리켜 ‘마른 달(Dry Moon)’이라고 부르는데, 마치 달이 물을 다 뿌리고 말라버린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 이태형 한국우주환경과학연구소장
- 저작권자 2016-10-28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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