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 30명이 당장 살 수 있는 지원이 아니라 지역 사회 전체가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가르쳐 주는 것. 깨끗한 물을 마실 수 있도록 물 이용시설을 만들어 주고, 자립할 수 있는 기술과 치료 받을 수 있는 보건의료시스템을 만들어 주기도 하는 것. 이 모든 것이 적정기술과 리빙랩으로 운영된다. 개도국 주민들에게 한 번의 도움이 아니라 앞으로의 삶을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가르쳐 주는 적정기술과 리빙랩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녹색ODA센터는 8일 오후 6시 '개도국 적정기술 리빙랩'을 주제로 포럼을 개최했다.
현재 전 세계에서 깨끗한 물을 마시지 못하는 인구는 약 9억명에 이른다. 이들 국가 중 아시아,아프리카, 남미 등 저개발국가들은 상하수 등 위생환경이 열악해 많은 어린이와 노약자들이 질병에 노출되어 있는 상황이다. 이같은 물문제 해결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적정기술이란 모든 사람이 사용할 수 있을 만큼 저렴하고 인간의 창의성에 부합하는 기술이다.
리빙랩은 사용자 주도형 혁신 모델의 하나로 유럽 등 선진국에서 먼저 운영했으며, 최근에는 아프리카 등에서도 기존 ODA 사업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새로운 대안으로서 리빙랩에 주목하고 있다.
'내것'이라는 인식을 심어줘야 자발적 관리가 가능하다
이날 강석태 KAIST 교수는 인도네시아에서 빈민지역 주민들을 위해 물 이용시설을 만들어 줬던 사례에 대해 소개했다. 인구가 2억5천만명에 달하는 인도네시아는 도시 팽창에 따라 빈민이 증가하고, 산업폐수 방류와 상수원 댐 부근의 민물양식 성행으로 물의 오염이 심각한 수준이었으며 상하수도 보급률이 높지 않아 빈민가에서는 물로 인한 불편을 겪고 살고 있었다.
강 박사는 인도네시아에 적정기술을 도입하는 사업을 시작한 후 빈민지역에 물을 사용할 수 있는 물이용시설을 설치해 주기 위한 준비를 시작했다. 시설을 짓기 위한 땅을 사는 등 준비기간은 4개월이 걸렸다. 지역 주민들이 적극 참여할 수 있도록 청년들을 고용해 시설을 제작했으며 이 과정에서 주민들의 의견을 청취해 운영에 반영했다. 시설 설치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현지 주민들을 대상으로 위생 및 MCK 시설 교육을 실시하기도 했다.
인도네시아 주민들은 내것과 남의 것에 대한 구분이 확실해서 물이용시설이 내것이라는 인식을 심어줘야만 자발적 관리가 가능하다는 점을 배우기도 했다.
강 박사는 “현재 물이용시설 수질에 대한 모니터링을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없는데, 이를 분석할 수 있는 분석기술을 교육하고 기계를 공여해서 시설 모니터링을 할 수 있는 사업을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빈민국에 물이용시설을 설치해 주는 적정기술의 리빙랩 외에도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기술을 가르쳐 주고 지역 사회 발전에 이바지 하고 있는 리빙랩도 있다. 이날 발표를 맡은 camp 대표 이철용 씨는 필리핀에서 사회적 기업을 운영하며 필리핀에 혁신에 바람을 불어넣고 있다.
이 대표는 필리핀 타워빌에서 사회적기업을 운영하는데, 그곳에서 지역 주민들에게 무엇이 필요한 지 알아보는 것으로 먼저 준비를 시작했다. 지역사회에서 진짜 필요한 것들을 스스로의 힘으로 만들 수 있도록 기회를 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지역주민들은 교복이 필요했고, 이 씨는 필요한 만큼의 교복을 주는 대신 교복을 만들 수 있는 기술을 배울 수 있도록 자격증 코스를 운영했다. 몇 가정의 자립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지역사회 개발을 위해 꼭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후 센터를 만들어서 현재는 80여명에 달하는 여성들이 근무를 하고 있으며 재택으로도 일을 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특히 센터는 근무하는 여성들이 주체가 되어 모든 것을 운영하고 관리한다. 적극적인 참여로 이 센터에 근무하는 여성들의 삶 전체를 바꿔놓는 혁신을 일으키고, 지역 전체가 변화할 수 있도록 돕고 있는 것이다. 센터 뿐 아니라 농업, 보건의료, 교육 등 모든 것에서 적정기술 리빙랩이 이뤄지고 있다.
‘살아있는 연구소’ 리빙랩의 한계
인도네시아에 물이용시설을 설치한 경험이 있는 강 박사는 리빙랩의 적정기술 적용에는 한계가 있다고 말한다.
강 박사는 “리빙랩의 적정기술 적용에는 지리적 여건에 의한 전문가에 참여가 어렵고, 문맹인이 많아 지속적 교육을 위한 문자전달체계 확보가 어렵다”며 “현지인들은 의견 수집등을 위해 사람들을 모았을 때 현실적인 이익이 보장되어야 한다. 이처럼 현지문화를 고려해 경제적 유인책을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촌장 중심의 권위적 사회이기 때문에 자발적 참여를 위한 시민의식이 결여되어 있다”면서 “물이용시설도 한 마을에 설치해두면 다른 마을에서 사용할 수 있는 유기적인 관계가 아니어서 협력 네트워크 부재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조공장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은 “리빙랩의 가장 큰 특징은 최종수혜자가 기획, 설계, 평가, 피드백 과정에 참여해 기술의 적정성과 효과성을 높인다는 점이다. 지역사회의 특정문제에 적합한 적정기술을 설계, 선택하기 위한 방식으로서 ODA 분야에서의 리빙랩의 성공 가능성은 매우 높다”고 조언했다.
- 김지혜 객원기자
- xxxxxxx777@nate.com
- 저작권자 2016-06-09 ⓒ ScienceTimes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