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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에너지
김지혜 객원기자
2016-06-09

적정기술이 성공하는 조건 개도국 주민들이 주체가 되어 나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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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30명이 당장 살 수 있는 지원이 아니라 지역 사회 전체가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가르쳐 주는 것. 깨끗한 물을 마실 수 있도록 물 이용시설을 만들어 주고, 자립할 수 있는 기술과 치료 받을 수 있는 보건의료시스템을 만들어 주기도 하는 것. 이 모든 것이 적정기술과 리빙랩으로 운영된다. 개도국 주민들에게 한 번의 도움이 아니라 앞으로의 삶을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가르쳐 주는 적정기술과 리빙랩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녹색ODA센터는 8일 오후 6시 '개도국 적정기술 리빙랩'을 주제로 포럼을 개최했다.

적정기술과 리빙랩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김지혜/ ScienceTimes
적정기술과 리빙랩이 지역사회에 혁신을 일으키고 있다. ⓒ김지혜/ ScienceTimes

현재 전 세계에서 깨끗한 물을 마시지 못하는 인구는 약 9억명에 이른다. 이들 국가 중 아시아,아프리카, 남미 등 저개발국가들은 상하수 등 위생환경이 열악해 많은 어린이와 노약자들이 질병에 노출되어 있는 상황이다. 이같은 물문제 해결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적정기술이란 모든 사람이 사용할 수 있을 만큼 저렴하고 인간의 창의성에 부합하는 기술이다.

리빙랩은 사용자 주도형 혁신 모델의 하나로 유럽 등 선진국에서 먼저 운영했으며, 최근에는 아프리카 등에서도 기존 ODA 사업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새로운 대안으로서 리빙랩에 주목하고 있다.

'내것'이라는 인식을 심어줘야 자발적 관리가 가능하다

이날 강석태 KAIST 교수는 인도네시아에서 빈민지역 주민들을 위해 물 이용시설을 만들어 줬던 사례에 대해 소개했다. 인구가 2억5천만명에 달하는 인도네시아는 도시 팽창에 따라 빈민이 증가하고, 산업폐수 방류와 상수원 댐 부근의 민물양식 성행으로 물의 오염이 심각한 수준이었으며 상하수도 보급률이 높지 않아 빈민가에서는 물로 인한 불편을 겪고 살고 있었다.

강 박사는 인도네시아에 적정기술을 도입하는 사업을 시작한 후 빈민지역에 물을 사용할 수 있는 물이용시설을 설치해 주기 위한 준비를 시작했다. 시설을 짓기 위한 땅을 사는 등 준비기간은 4개월이 걸렸다. 지역 주민들이 적극 참여할 수 있도록 청년들을 고용해 시설을 제작했으며 이 과정에서 주민들의 의견을 청취해 운영에 반영했다. 시설 설치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현지 주민들을 대상으로 위생 및 MCK 시설 교육을 실시하기도 했다.

인도네시아 주민들은 내것과 남의 것에 대한 구분이 확실해서 물이용시설이 내것이라는 인식을 심어줘야만 자발적 관리가 가능하다는 점을 배우기도 했다.

강 박사는 “현재 물이용시설 수질에 대한 모니터링을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없는데, 이를 분석할 수 있는 분석기술을 교육하고 기계를 공여해서 시설 모니터링을 할 수 있는 사업을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빈민국에 물이용시설을 설치해 주는 적정기술의 리빙랩 외에도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기술을 가르쳐 주고 지역 사회 발전에 이바지 하고 있는 리빙랩도 있다. 이날 발표를 맡은 camp 대표 이철용 씨는 필리핀에서 사회적 기업을 운영하며 필리핀에 혁신에 바람을 불어넣고 있다.

이 대표는 필리핀 타워빌에서 사회적기업을 운영하는데, 그곳에서 지역 주민들에게 무엇이 필요한 지 알아보는 것으로 먼저 준비를 시작했다. 지역사회에서 진짜 필요한 것들을 스스로의 힘으로 만들 수 있도록 기회를 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지역주민들은 교복이 필요했고, 이 씨는 필요한 만큼의 교복을 주는 대신 교복을 만들 수 있는 기술을 배울 수 있도록 자격증 코스를 운영했다. 몇 가정의 자립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지역사회 개발을 위해 꼭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후 센터를 만들어서 현재는 80여명에 달하는 여성들이 근무를 하고 있으며 재택으로도 일을 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특히 센터는 근무하는 여성들이 주체가 되어 모든 것을 운영하고 관리한다. 적극적인 참여로 이 센터에 근무하는 여성들의 삶 전체를 바꿔놓는 혁신을 일으키고, 지역 전체가 변화할 수 있도록 돕고 있는 것이다. 센터 뿐 아니라 농업, 보건의료, 교육 등 모든 것에서 적정기술 리빙랩이 이뤄지고 있다.

‘살아있는 연구소’ 리빙랩의 한계

인도네시아에 물이용시설을 설치한 경험이 있는 강 박사는 리빙랩의 적정기술 적용에는 한계가 있다고 말한다.

강 박사는 “리빙랩의 적정기술 적용에는 지리적 여건에 의한 전문가에 참여가 어렵고, 문맹인이 많아 지속적 교육을 위한 문자전달체계 확보가 어렵다”며 “현지인들은 의견 수집등을 위해 사람들을 모았을 때 현실적인 이익이 보장되어야 한다. 이처럼 현지문화를 고려해 경제적 유인책을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촌장 중심의 권위적 사회이기 때문에 자발적 참여를 위한 시민의식이 결여되어 있다”면서 “물이용시설도 한 마을에 설치해두면 다른 마을에서 사용할 수 있는 유기적인 관계가 아니어서 협력 네트워크 부재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조공장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은 “리빙랩의 가장 큰 특징은 최종수혜자가 기획, 설계, 평가, 피드백 과정에 참여해 기술의 적정성과 효과성을 높인다는 점이다. 지역사회의 특정문제에 적합한 적정기술을 설계, 선택하기 위한 방식으로서 ODA 분야에서의 리빙랩의 성공 가능성은 매우 높다”고 조언했다.

김지혜 객원기자
xxxxxxx777@nate.com
저작권자 2016-06-09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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