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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과학·의학
김준래 객원기자
2013-08-26

화학적으로 만든 유도만능줄기세포 베이징대 연구진이 개발한 ‘CiPS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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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의 성체세포에 소분자 화합물(small molecule chemical compounds)만 주입하면 배아상태의 줄기세포로 만들 수 있는 기술이 중국 과학자들에 의해 개발돼 전 세계 의학계의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과학기술 전문 매체인 네이처(Nature)에 따르면 줄기세포 전문가 홍퀴 덩(Hongkui Deng) 박사가 이끄는 베이징 대학의 연구진은 최근 별도의 유전자 없이도 소분자 화합물만을 이용해 온전한 유도만능줄기세포(iPSC)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이 새로운 방법으로 개발된 유도만능줄기세포에 ‘화학적 유도만능줄기세포(CiPSC, chemically induced pluripotent stem cell)'라는 이름이 붙여졌는데, 기존의 유도방식보다 성공률은 훨씬 높으면서도 비용은 더 저렴한 장점이 있다고 보도했다. 

▲ 유도만능줄기세포의 유도 과정 ⓒWikipedia

화학적 방법만 사용한 유도만능줄기세포

줄기세포를 만드는 방법으로는 두 가지가 있다. 첫 번째 방법은 모든 세포로 분화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어린 세포로부터 직접 추출하는 것이다. 두 번째 방법은 성체세포를 역분화시키는 과정 중에 유전자를 사용하여 배아줄기세포의 형태와 유사한 능력을 가진 줄기세포를 만드는 것이다.

첫 번째 방법에 사용되는 세포를 인간 배아줄기세포(hESC)라고 부른다. hESC는 이미 잘 알려져 있는 대로 하나의 생명체인 배아를 사용한다는 점에서 그동안 윤리적 논란에 휩싸여 왔다.

이에 과학자들은 hESC가 안고 있는 윤리적인 부분과 1~2개의 의학적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해, 이미 특정한 조직세포로 분화한 성체세포를 역분화시켜 배아줄기세포처럼 초기 상태로 되돌리는 방법을 개발하였는데, 이를 유도만능줄기세포(iPSC)라고 한다.

그러나 iPSC 역시 나름의 문제점을 지니고 있었으니, 바로 역분화를 위한 과정의 하나인 정상적 세포에 유전자를 삽입하는 절차 때문이었다. 정상적 세포에 유전자가 들어가면 대부분 돌연변이나 암이 많이 발생하는 문제가 그 이유였다.

따라서 그동안 많은 과학자들이 소분자 화합물들을 이용하여, iPSC 생산 시에 첨가되는 유전자의 수를 줄이려고 노력해 왔다. 그 결과 iPSC의 생산에 필요한 유전자의 수를 대폭 줄일 수 있었지만 Oct4라는 유전자만큼은 제거할 수 없는 존재로 남아 있었다

그러나 베이징대의 덩 박사와 연구진이 최근 유전자 없이 오로지 소분자 화합물만을 이용하여  iPSC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 CiPSC의 역분화 메커니즘 ⓒPKU.edu

유전자 사용하는 문제점 극복

이번 연구결과는 유전자를 대체할 수 있는 화합물을 찾기 위해 1만여개의 소분자들을 이 잡듯 뒤진 끝에 거둔 쾌거로 과학계는 받아들이고 있다. 

베이징대 연구진은 지난 1년여 동안 다양한 화합물들의 조합을 검토한 결과, 5가지로 이루어진 조합을 찾아내는 데 일단 성공했다.

하지만 이 5가지의 소분자 화합물을 이용해 만들어진 줄기세포 유사세포들(stem-cell like cells)은 초기단계의 iPSC에 머물렀을 뿐, 모든 세포로 분화할 수 있는 줄기세포의 능력을 나타내는 전형적 유전자(hallmark genes)를 발현하지 않아 연구진을 실망하게 만들었다.

연구진은 이에 굴하지 않고 역분화의 최종단계에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진 화합물인 DZNep를 더했고,그 결과 수율이 너무 낮다는 점 외에는 나름대로 만족할만한 iPSC를 만들어내는 데 성공했다. 

수율이 낮은 문제에 대해 덩 박사와 연구진은 하나의 화합물을 더 추가하여 수율을 높이는 데 성공했다. 7개로 이루어진 소분자 화합물의 수율은 0.2%로서 기존의 표준 iPSC 생산방식과 견주어도 전혀 손색이 없는 수준이라는 것이 연구진의 설명이다.

이상과 같은 방식을 가지고 연구진이 실험용 쥐에게 적용해 본 결과, CiPSC가 간과 심장, 그리고 뇌, 피부, 근육을 포함한 모든 주요 세포유형으로 분화할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 CiPSC 생성에 사용된 주요 화합물의 구조 ⓒPKU.edu

이 같은 연구결과에 대해 iPSC 분야의 선구자로 인정받고 있는 미 화이트헤드 생의학연구소의 루돌프 재니시(Rudolf Jaenisch) 박사는 “CiPSC를 연구하면 그동안 잘 몰랐던 역분화가 이루어지는 메커니즘에 대해 과학자들이 통찰력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고 논평했다.

현재 베이징대 연구진은 이번에 개발된 방법이 인간에게 적용 가능할 것으로 예상되는 단서를 확보하는 데에 일부 진전을 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하여 덩 박사는 “인간에게 적용이 가능해지려면 몇 가지 추가적인 조치가 필요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몇 가지 추가적인 조치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덩 박사는 "나중에 임상 테스트를 한 결과 CiPSC를 인간에게 적용하려면 몇 가지 소분자가 더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는 것처럼 뒤늦게 발생된 문제에 대처하는 기술개발 등“이라고 설명하면서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덩 박사는 “7가지의 소분자 화합물은 돌연변이를 일으킬 염려가 없어 인체에 안전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기 때문에, 만일 후속연구를 통해 CiPSC의 안전성과 효과가 입증된다면 임상시험 과정에서에 매우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업계에서는 이번에 개발된 화학적 유도만능줄기세포를 이용하면 간단히 약을 먹는 것만으로도 파킨슨병이나 심장질환 등 유전질환을 쉽게 치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 같은 업계의 전망에 대해 하버드 의대의 조지 데일리(George Daley) 교수는 “이 기술을 이용하면 간단한 약을 먹는 것만으로도 몸속에서 새로운 세포를 온전하게 만들 수 있을 것”이라며 “몇개의 소분자 화합물만으로도 하나의 세포가 완전히 다른 세포가 되는 그야말로 꿈같은 일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고 언급했다.

김준래 객원기자
joonrae@naver.com
저작권자 2013-08-26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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