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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응용과학
임동욱 객원기자
2013-01-25

15세 소년 논문, 네이처에 실리다 왜소은하 시각화 프로그램 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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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세의 고등학생이 공저자로 참여한 논문이 세계적 권위의 학술지 네이처(Nature)에 등재되어 화제를 모으고 있다.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에 거주하는 닐 이바타(Neil Ibata)가 주인공이다.

▲ 15세의 고등학생이 공저자로 참여한 논문이 세계적 학술지 '네이처'에 게재되고 표지로도 장식되어 화제다. ⓒNature
닐은 스트라스부르 천문대에서 국립과학연구센터(CNRS)의 프로젝트를 진행중인 아버지 로드리고 이바타(Rodigo Ibata)와 함께 컴퓨터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안드로메다 은하 주변을 도는 왜소은하(dwarf galaxy) 군집의 위치와 이동 속도를 관측한 데이터를 3차원 입체화면으로 시각화하는 프로그램이다.

숫자 데이터를 그래픽으로 변환하자 애초 예상과는 달리 왜소은하 군집이 납작한 원반 형태인 것으로 밝혀졌다. 게다가 원반의 지름은 안드로메다 은하의 지름보다 몇 배나 큰 1백만 광년 이상인 것으로 드러났다.

닐이 16명의 전문 천문학자와 어깨를 나란히 하며 공저자로 등록된 논문의 제목은 ‘안드로메다 은하 주위를 동시에 도는 방대하고 얇은 원반 형태의 왜소은하 군집(A vast, thin plane of corotating dwarf galaxies orbiting the Andromeda galaxy)’이다. 네이처에서도 해당 논문을 표지로 채택할 정도로 중요성을 인정받았다.

왜소은하 관측 데이터를 시각화하는 데 성공

안드로메다(Andromeda)는 우리 은하계에서 가장 가까이 위치한 은하다. 밤하늘의 별이 강물처럼 흐른다 해서 은하수라 불리는 천체도 사실은 안드로메다 은하를 옆면에서 바라본 모습이다.

안드로메다 주변에는 수많은 왜소은하들이 위치해 있다. 일반적인 은하가 수천억 개의 별로 이루어진 반면에 왜소은하는 별의 숫자가 수십억에서 수백억 개에 불과하다. 밝기가 어둡고 크기가 작아 눈에 잘 띄지 않지만 암흑물질의 작용에 의해 만들어진 것으로 추측되어 많은 천문학자들이 관심을 두고 있다.

볼리비아계 영국인 천문학자 로드리고 이바타(Rodrigo Ibata)도 왜소은하를 주로 관찰해왔다. 1994년에는 사수자리와 큰개자리에 위치한 왜소은하들을 발견해 명성을 얻었다. 2008년부터 2011년까지는 미국의 캐나다-프랑스-하와이 망원경(CFHT)과 지름 10미터의 케크(Keck) 망원경으로 안드로메다 부근을 관찰했다.

▲ 우리 은하계에서 가장 가까운 안드로메다 은하 주변에는 왜소은하들이 군집을 이루어 회전하고 있다. ⓒWikipedia
그러나 왜소은하의 위치와 속도 등 숫자로 이루어진 데이터만으로는 전체 규모와 형태를 알아내기가 쉽지 않았다. 시각적인 입체화면으로 표시할 방법을 찾던 지난해 9월 어느 토요일 점심시간에 집에서 쉬고 있던 장남 닐(Neil)의 모습이 들어왔다.

2년 전 통계자료 시각화용 컴퓨터 프로그래밍 언어 파이선(Python)을 배우기 위해 아버지가 근무하는 스트라스부르 천문대에서 몇 주 동안 현장실습을 한 적이 있었다. 로드리고는 닐에게 그 때의 경험을 되살려 시각화 프로그램을 만들어보라고 부탁했다.

닐은 독일과 인접한 프랑스 국경도시 스트라스부르의 퐁토니에(Pontonniers) 국제고등학교 과학부 1학년생이지만 수학과 프로그래밍에 소질이 있었다. 하루 동안 고민하던 닐은 일요일 저녁에 마침내 해결책을 떠올렸다. 수학시간에 배운 벡터 함수를 활용해 왜소은하의 데이터를 시각화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결과는 놀라웠다. 안드로메다 은하 주변부의 수많은 왜소은하들이 넓고도 납작한 원반 모양으로 정렬해 군집을 이루고 있었다. 전체 지름은 안드로메다의 몇 배에 달하는 1백만 광년 이상이었고 천천히 자전을 하고 있었다. 왜소은하 군집의 구체적인 모습을 최초로 발견한 것이다. 로드리고와 닐은 논문에 삽입한 시각화 자료를 동영상으로도 만들어 공개했다. (https://www.dropbox.com/s/z5dkn55qut230st/Nature_animation.mov)

아버지는 대단한 발견을 했다며 흥분에 찬 말투로 설명했지만, 닐은 주말을 빼앗겼다는 생각에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닐은 영국의 일간지 더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당시에는 이번 연구결과의 가치에 대해 이해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새로운 아인슈타인’으로 떠오른 닐

네이처 측에서 논문 게재를 승인했지만 12월 3일까지 공개를 유보하라는 엠바고 지침이 내려왔다. 닐은 벡터 함수를 가르쳐준 수학 선생님을 제외하고는 누구에게도 자신의 성과를 이야기할 수 없었다.

그러나 이제는 과학 학술지에 이름을 올린 최연소 연구자라는 타이틀 덕분에 ‘새로운 아인슈타인’, ‘작은 거인’, ‘은하수 소년’ 등의 호칭을 얻으며 전 세계 언론의 관심을 받는 중이다. 그러나 프랑스 일간지 르피가로와의 인터뷰에서는 “네이처에 논문을 내는 것은 대단한 일이지만 이번에는 그저 ‘초보의 행운’이라 생각한다”며 겸손하고 수줍은 답변을 했다.

▲ 네이처에 공동 논문을 게재한 15세의 닐 이바타(왼쪽)와 아버지 로드리고 이바타 ⓒlalsace.fr
닐은 과학자 아버지 덕분에 비범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 5살 때부터 수학과 물리학을 배웠고 6살에는 피타고라스의 정리를 대입해 직각삼각형에 계산을 했다. 12살에는 일주일만에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천체의 움직임을 모델링하기도 했다.

그러나 “과학은 고등학교 3학년에 올라가면 본격적으로 열심히 하겠다”고 말할 정도로 다양한 방면의 재능을 지닌 학생이다. 프랑스인 어머니 덕분에 영어와 프랑스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하며 독일에서 거주한 경험으로 독일어까지 섭렵했다. 올봄에는 전국 라틴어 글짓기 대회에 참가할 예정이다. 하루에 3시간씩 피아노를 연습한 결과 인근 음악학교에서 연주회를 갖기도 했다.

다재다능한 고등학생이면서도 과학자의 길을 걷겠다는 마음은 분명하다. 프랑스 일간지 르몽드와의 인터뷰에서는 “천문학과 수학도 좋아하지만 천체물리학은 아버지의 전공이고 수학은 도구로서 유용하다”며 물리학자가 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렇다고 공부만 열심히 하는 모범생은 아니다. 주말에는 숙제도 피아노도 멀리한 채 동네에서 자전거를 타거나 ‘호빗’, ‘반지의 제왕’ 등 리처드 톨킨의 유명 판타지 소설을 읽는다. 이탈리아식 서부극 영화인 마카로니 웨스턴 장르의 광팬이기도 하다. 과학 재능은 어른 수준이지만 취미는 청소년다운 모습이다.

최상위권 대학 진학의 필수코스인 대입 준비반에 들어갈 기회도 마다했다. “혼자 책에 파묻혀 지내는 것보다는 팀을 이루어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편이 마음에 든다”는 것이 이유다. 세계를 놀라게 한 청소년 과학자 닐의 다음 행보는 어떨지 과학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임동욱 객원기자
im.dong.uk@gmail.com
저작권자 2013-01-25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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