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체정력학의 확립에 초석이 되었다고 평가되는 파스칼의 원리는 1652년 무렵에 프랑스의 수학자·물리학자이자 종교가인 파스칼(Blaise Pascal, 1623-1662)에 의해 처음으로 분명하게 정립되었다. 그것을 쉽게 풀어 기술하면 다음과 같다.
"밀폐된 용기 속에 있는 유체의 어느 한 부분에 가해진 압력은 그 유체의 모든 부분과 용기의 안쪽 벽에 똑같은 크기로 전달된다."
이 원리가 가지는 과학사상의 의의를 제대로 파악하기 위해서는 당시에 이것과 긴밀히 연관되어 있던 진공의 문제를 함께 생각해야 한다. 17세기 유럽의 과학계에서는 기존의 아리스토텔레스주의 자연철학에 대해 기계적 철학이 강력하게 도전하고 있었으며, 그 가장 첨예한 대립 지점 중의 하나가 바로 진공에 관한 문제였다.
사이펀이나 펌프가 일정한 높이 이상에서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기계적 철학을 지지하는 과학자들의 주목을 끌고 있었고, 토리첼리의 수은기압계 실험 등이 '자연은 진공을 싫어한다'는 원리를 고수하려는 기존의 자연철학의 궁색한 설명들의 타당성을 크게 위협하고 있었다.
바로 이때 파스칼의 일련의 기발한 실험들, 즉 물과 포도주의 비교실험, 머리부분의 모양이 서로 다른 유리기둥들을 사용한 비교 실험, 퓌 드 돔 실험, 진공 속의 진공 실험 등이 제시되면서 유체의 압력(당시에는 아직 '무게'라고만 생각했지만) 전달 현상에 관한 기계론적인 설명이 부인할 수 없는 이론으로 자리잡게 되었던 것이다.
- 사이언스올 제공
- 저작권자 2004-09-20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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