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항공우주국(NASA)이 화성에 보낸 탐사선 인사이트(Insight)호가 지난달 말 화성에 무사히 착륙하여 임무를 개시하였다.
미국의 화성 탐사선으로서는 여덟 번째로 화성 안착에 성공한 인사이트호는 과거의 탐사선과는 좀 다르다.
예전의 화성 탐사선들은 화성의 대기와 표면 등을 조사하고 생명체의 흔적을 찾는 것이 주요 임무였던데 반해, 이번 인사이트호는 화성의 지질 등 내부를 탐사하는 것이 목표이다.
인사이트라는 명칭도 '지진조사, 측지, 열 수송 등을 이용한 내부 탐사(Interior Exploration Using Seismic Investigations, Geodesy and Heat Transport)'의 머리글자에서 따서 지은 것이다.
인사이트호는 한곳에 머물면서 탐사작업을 수행하기 때문에 기존의 화성탐사 로버와는 달리 바퀴가 장착되어 있지 않다. 그 대신 로봇팔을 이용하여 지진계를 설치하고 지표면을 뚫고 들어가서 화성의 내부 온도 등도 측정하게 된다.
인사이트호는 앞으로 화성에 유인 탐사선을 보낼 준비의 일환으로 볼 수도 있는데, 이를 계기로 화성 탐사의 역사와 향후 전망 등에 대해 알아볼 필요가 있을 듯하다.
화성 탐사는 1960년대 미국의 마리너 계획에 의해 처음 시작되었는데, 특히 화성에 생명체가 존재할 수 있는지는 늘 중요한 관심사였다.
마리너 화성 탐사선들이 화성 표면을 면밀히 촬영, 조사해 본 결과, 화성은 생명체가 살기에는 너무 척박한 환경으로 여겨졌다. 마리너호의 뒤를 이어 1970년대에는 바이킹 1호와 2호가 화성에 최초로 착륙하여 탐사하였지만, 토양에서 유기물 등을 발견하지는 못하였다.
그러다 1997년 7월 화성 표면에 착륙했던 패스파인더호가 화성 탐사에 큰 획을 긋게 되었다.
패스파인더호에 탑재했던 탐사로봇 소저너(Sojourner)는 화성 표면의 여러 곳을 촬영해 많은 정보를 지구로 전송해 주었는데, 이중 화성 표면에서 과거에 물이 흘렀던 흔적인 퇴적암 등이 발견된 것이다.
2004년 1월에 화성 표면에 착륙한 쌍둥이 탐사로봇 스피릿(Spirit)과 오퍼튜니티(Opportunity) 역시 화성의 물 존재 가능성을 높이는 많은 사진과 자료를 전송하였다.
두 탐사로봇은 예상 활동 시한을 훨씬 넘겨서 오랫동안 활동하다. 특히 오퍼튜니티는 올해 6월에 먼지폭풍에 휩싸여 통신이 두절되기까지 무려 15년에 가까운 탐사활동을 지속하였다.
2012년 8월 화성에 착륙한 탐사로봇 큐리오시티(Curiosity)는 오퍼튜니티보다 더 큰 탐사로봇으로서 핵전지를 장착하고 있다. 따라서 태양전지만을 장착한 기존의 탐사로봇과 달리, 모래폭풍 등으로 인해 햇빛을 받지 않아도 오래 작동할 수 있는 특징이 있다.
큐리오시티는 화성에서 생명체의 가능성을 더욱 높이는 고정 질소 분자를 발견하는 등 현재도 중요한 탐사자료들을 지속적으로 보내오고 있다.
그러나 화성 탐사가 늘 성공적이었던 것은 아니다. 1960년대 구소련의 화성 탐사선들은 대부분 화성 궤도 진입과 착륙에 실패하였고, 미국의 화성 탐사 역시 1999년에 화성 기후 탐사선과 화성 극지 착륙선이 모두 실패한 적이 있다.
근래에는 중국, 유럽 등 여러 나라가 화성 탐사선을 보낸 바 있지만, 역시 성공률이 그다지 높은 편은 아니다.
한편 화성탐사는 일반인들에게는 각종 콘텐츠로도 잘 알려져 있다. 그중 2015년에 선보였던 SF영화 ‘마션(The Martian)’이 국내외에서 큰 인기를 모은 바 있다.
리들리 스콧이 감독하고 맷 데이먼, 제시카 차스테인 등이 주연을 맡은 이 영화는 한 마디로 화성에 고립된 우주비행사의 고군분투 생존기라 할 수 있다.
주인공은 NASA 화성 탐사대의 일원이다. 화성에서 모래폭풍을 만난 탐사대는 주인공이 사망했다고 판단하고 남은 대원들을 모아 떠나지만, 극적으로 생존한 주인공은 화성에서의 삶을 이어간다.
그는 남은 식량과 온갖 지혜를 동원하여 화성에서 살아남아 자신의 존재를 지구에 알리고, 그의 무사 귀환을 위해 전 세계적으로 애를 쓴다는 것이 영화의 주 내용이다.
재미있는 사실은 영화 개봉과 때맞춰(?) NASA가 화성과 관련된 긴급 기자회견을 진행해 화성탐사에 대한 일반의 관심을 고조시켰다는 점이다. 당시 있었던 “화성에 소금물이 흐르고 있다”는 중대발표와 함께, 영화에서처럼 화성에서 농작물 재배가 가능할지 등의 내용이 사람들의 주요 관심사가 되기도 했다.
한편 토탈리콜 등 예전의 여러 SF영화에서는 주로 화성을 지구의 식민지처럼 묘사하곤 한다.
그런데 이처럼 화성에 인간이 거주하려면 단기적인 방법을 써서라도 생명체가 살 수 있는 공간을 만들거나, 아니면 장기적으로 화성의 자연 환경 자체를 개조하는 방법 등을 써야할 것이다.
향후의 화성 유인 탐사와 화성에서의 생활 등을 연구하기 위하여, 미국에서는 모의 화성기지를 하와이 마우나로아산의 2400m 고도 위에 돔 형태로 지어서 운영한 바 있다. 그곳은 높은 고도로 인하여 기압이 낮으므로 화성과 비슷한 환경이다.
또한 활화산 지대이므로 식물이 자랄 수 없는 불모지인 것도 화성과 매우 유사하다. 실험에 참여한 과학자들은 장기간의 화성 체류가 신체에 미치는 영향 등을 분석하기 위해 8개월 동안 우주 식량 등만 먹으면서 지냈다고 한다.
인류가 화성에 거주하기 위해 화성의 자연환경을 보다 근본적으로 지구처럼 바꾸는 방법을 이른바 테라포밍(Terraforming)이라 한다. 여러 수단을 동원하여 지구보다 훨씬 추운 화성의 온도를 높이고, 혹독한 환경에서도 자랄 수 있는 식물을 화성에 번식시켜 사람이 호흡할 수 있을 정도로 산소를 공급한다는 아이디어 등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오랜 세월이 필요한 테라포밍이나 인간의 화성 거주는 고사하고, 당장 화성까지 유인 탐사선을 보내는 것부터가 녹록하지 않다.
지구에서 화성까지 편도만으로도 최소 7개월에서 9개월 정도가 소요되는 만큼, 그동안 승무원들이 먹고 쓰기 충분한 자원과 에너지를 공급하는 것부터가 보통 문제가 아닐 것이다.
또한 태양 표면 폭발 등 갖은 우주 환경 위험으로부터 승무원을 보호하고, 장기간의 무중력 상태 비행으로 인한 체력저하에도 대비하여야 한다.
필자의 개인적 생각으로는, 화성 여행 시에 육체적 어려움보다도 정신적, 심리적 어려움이 더 클 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 즉 오랜 시간 동안 지구와 너무 멀리 떨어져 있다는 단절감과 고립감 등이 견디기 어려울 정도로 정신건강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
지난 아폴로 달 탐사에는 소요기간이 며칠 정도였고 지구가 육안으로도 크게 보일 정도로 그리 멀지 않은 곳이었다.
현재 국제우주정거장(ISS)에서 몇 개월 또는 몇 년간 체류하는 우주인들도 있지만, 상공 400km 정도의 고도이므로 지구와 달 사이 거리의 불과 1000분의 1로서 역시 지구가 훤하게 내려 보이는 곳이다.
때문에 화성 유인 탐사는 현재까지의 우주 진출과는 완전히 다른 수준의 고통을 야기할 것이다. 빛의 속도로도 최소 몇 분 이상 걸릴 정도로 지구와 멀리 떨어져 있는 사람들이 어떤 정신적 고통을 겪을지 예측하기도 쉽지 않다.
결과적으로 인간이 화성에 가려면 최소 20~30년은 더 걸릴 것으로 보인다. 숱한 기술적 과제들을 해결하는 물론, 정신적인 스트레스 등 여러 난관을 잘 극복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 최성우 과학평론가
- 저작권자 2018-12-26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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