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 탐사선 인사이트(Insight)호의 성공적인 착륙으로 최근 화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그런 가운데 미 항공우주국(NASA)에서 화성 현지의 자원을 활용할 수 있는 채굴 로봇 개발 컨셉을 선보여 화제가 되고 있다.
첨단기술 전문 매체인 ‘디지털트렌즈(Digital Trends)’는 NASA가 화성의 흙을 채굴하는 로봇을 개발하고 있다고 보도하면서, 예정대로 개발된다면 오는 2040년 경에는 화성 현지에서 탐사대원들과 함께 흙을 파는 작업을 수행하는 채굴 로봇을 보게 될지도 모른다고 밝혔다. (관련 기사 링크)
레골리스 채굴하여 유용자원으로 변환
화성 탐사로봇인 큐리오시티(Curiosity)가 보내온 데이터를 살펴보면, 화성 표면이 지구와는 많이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메마르고 거친 물성을 가진 입자들로 덮여 있는 화성 표면은 외계 행성만의 특징이라 할 수 있다.
레골리스(regolith)로 불리는 이 입자들은 소량이지만, 수분을 머금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NASA는 이들 레골리스 사이에 포함되어 있는 소량의 물을 채취하고,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에서 메탄 연료를 확보하는 연구를 현재 진행하고 있다.
‘행성현지자원활용(ISRU)’이라 부르는 이 연구의 목적은 레골리스를 채굴하여 소량의 물을 채취하고 대기 중에서 이산화탄소를 포집한 다음, 물에서 분리한 수소와 결합시켜 메탄가스를 생산하는 것이다.
NASA가 이처럼 화성 현지 자원을 활용하는 연구를 추진하고 있는 이유는 화성 유인 탐사가 본격적으로 전개됐을 시 발생될 천문학적인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서다.
행성 탐사를 위해 탐사대원과 화물을 현지에 보내려면 막대한 에너지가 필요하다. 더군다나 탐사대원들은 다시 지구로 귀환해야 하는데, 이때 사용해야 하는 에너지까지 모두 가져가려면 어마어마한 연료를 실어야 한다.
예를 들어 화성 표면에 연료 1kg을 보내기 위해서는 적어도 200kg이 넘는 에너지를 소비해야만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그런데 우주선 무게는 빼더라도 탐사대원과 화물의 무게만 수십 톤이 넘는다. 상상조차 쉽지 않은 규모의 연료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반면에 화성 현지에서 에너지를 만들어 낼 수 있다면 인류의 화성 개척은 한결 손쉬워 진다. 부담을 더는 것은 물론, 화성 너머의 다른 행성에도 인류가 진출할 수 있도록 전진 기지 역할까지 기대할 수 있는 것이다.
유인탐사를 위한 준비작업이 레이저의 임무
NASA가 화성 현지의 레골리스를 채굴하기 위해 개발하고 있는 로봇 이름은 ‘레이저(RASSOR)’다. 양동이 형태의 드럼(drum)이 서로 반대방향으로 향하도록 설계되어 있어 마치 고개를 쳐든 달팽이를 연상시킨다.
이 같은 모양으로 설계한 이유에 대해 NASA의 엔지니어인 ‘커트 레흐트(Kurt Leucht)’ 박사는 “드럼을 서로 반대방향에 배치하게 되면, 굴착력의 대부분을 상쇄시켜서 로봇이 낮은 중력에서도 잘 작동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의 말처럼 레이저는 과학적 관측을 목적으로 제작된 것이 아니라 거친 대지를 주행하다가 필요한 곳에서 땅을 파는 등의 험한 일을 하기 위해 제작된 로봇이다. 주행 속도는 큐리오시티보다 5배나 빠르고, 한번에 약 20kg 정도의 물건을 운반할 수 있다.
따라서 화성과 같은 환경에서 효과적으로 자원을 채취할 수 있는 로봇은 지구의 것과는 달라야 한다는 가정에서 출발했다는 것이 레흐트 박사의 설명이다.
지구에서 사용하는 채굴 장비보다는 크기와 무게를 대폭 줄여 화성으로까지의 수송부담을 줄이고, 여러 개의 바퀴를 중앙에 갖춰 어떤 지형이든 극복하고 이동하는 방안을 고려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레이저는 중력이 지구의 30%에 불과하고, 도로도 없는 황무지를 달려야만 한다. 크고 작은 암석들은 로봇의 앞길을 막는 걸림돌로 작용될 가능성이 높다. 더군다나 레골리스는 정전기를 띄고 있어서 지구와 유사한 채굴 환경이 아닌 것만은 분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NASA가 레이저를 활용하는 시나리오를 수립한 이유는 인류의 유인 탐사를 본격적으로 대비하기 위해서다. 시나리오의 시작은 오는 2038년 화성에 도착한 탐사대가 레이저를 조립한 후, 이를 현지에서 작동해 보며 사용 가능성 여부를 판단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주어진 임무를 마친 탐사대원들은 지구로 귀환하지만, 레이저는 현지에 남겨 놓은 채 자동적으로 채굴작업을 진행할 수 있도록 설정한다. 한 사람의 대원도 현지에 남아있지 않지만, 이들 없이도 화성표면에서의 작업이 계속되도록 조치를 취하는 것이다.
이에 대해 레흐트 박사는 “레이저는 계속해서 레골리스로 덮인 토양을 파내고, 이를 바탕으로 로켓의 연료가 될 수 있는 메탄가스를 생산하는 합성공장까지 운영하게 될 것”이라고 전하며 “이들은 다시 한번 탐사대원들이 화성에 발을 들여놓기 전 까지 수년 동안 합성공장을 운영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NASA는 탐사대원들이 떠났다가 다시 화성으로 돌아오는 2년여의 공백기간이 레이저에게는 차기 방문대원들이 도착하여 수행할 임무에 필요한 모든 공급품을 체계적으로 만들어 내는 기간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김준래 객원기자
- stimes@naver.com
- 저작권자 2018-11-28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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