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모 사피엔스(Homo Samience)’의 어원은 라틴어로 ‘지혜가 있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생물학에서 ‘현생인류’를 가리키는 말이다. 인류 진화과정에서 최종 단계를 의미한다. 현대인의 직계 조상이라고 할 수 있다.
이 ‘호모 사피엔스’의 나이가 계속 늘어나고 있다. 지난 6월8일 독일 막스플랑크 진화인류학연구소 등이 참여한 국제 공동연구진은 ‘호모 사피엔스’가 30만 년 전 북서부 아프리카에 살았음을 보여주는 화석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이전까지 가장 오래된 화석은 아프리카 동부 에티오피아에서 발굴된 19만5000년 전의 화석이 이었다. 그러나 모로코 제벨 이르후드 유적지에서 이보다 10만5000년이 더 늘어난 30만 년 전 화석을 발견하면서 에티오피아 등 동부 아프리카 기원설을 뒤집었다.
유전자 분석 통해 인류 조상 역추적
28일 '사이언스' 지에는 ‘호모 사피엔스’가 30만 년 전보다 5만년이 더 늘어난 35만 년 전에 출현했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이 연구를 수행한 연구진은 스웨덴 웁살라대학,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 대학 등의 공동연구팀이다.
29일 ‘로이터’, ‘워싱톤 포스트’ 등 주요 언론에 따르면 연구진은 약 2000년 전 남아프리카공화국 콰줄루나탈(KwaZulu-Natal) 주 발리토 만(Ballito Bay)에 살았던 소년 등 약 7명의 유골을 유전자분석한 후 이들의 선조 나이를 추적했다.
연구 결과 이들의 조상이 35만 년 전 출현했음을 알아낼 수 있었다. 이 같은 연구 결과는 ‘호모 사피엔스’가 30만 년 전 에티오피아 등 동부 아프리카에 살았다는 지난 6월 유골 화석연구 결과를 5만 년 더 연장하는 것이다.
세상의 모든 생물은 다음 세대에 유전정보를 전달하게 된다. 생식을 위한 유전정보, 경쟁하는 동물 간의 생존을 위한 유전정보 등 다양한 정보가 있을 수 있다. 이런 정보들을 다음 세대에 전달하는 것을 유전명령(genetic instruction)이라고 한다.
연구진은 약 2000년 전에 발리토 만에 살았던 유골을 통해 유전명령을 재구성했다. 그리고 그 명령의 기원을 과거로 역 추적해 나가면서 이들의 조상인 ‘호모 사피엔스’가 35만 년 전 출현했음을 알아낼 수 있었다.
웁살라대학과 요하네스버그대학의 공동 연구결과는 28일 ‘사이언스’ 지에 게재됐다. 이번 연구 결과가 발표되면서 여러 가지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6월 막스프랑크 연구소의 연구 결과는 ‘호모 사피엔스’가 30만 년 전 아프리카 북서부에 살았음을 말해주고 있다.
그러나 아프리칸 최남단인 남아프리카공화국 유골 나이가 35만 년 전인 것으로 나타나면서 현대인의 조상인 ‘호모 사피엔스’의 지역적인 기원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인류기원을 연구하고 있는 과학자들 간에 논란이 예상된다.
현생인류 이동과정 다시 정립해야
그동안 과학자들은 아프리카 북서부에 처음 출현한 ‘호모 사피엔스’가 아프리카 동부에 출현한 후 서부로 이동했으며 또 다시 남부로 이동해 남아프리카 지역까지 퍼져나갔다고 생각했다. 현생인류가 유럽과 아시아로 퍼져나간 것은 그 이후이다.
지난 6월8일 막스프랑크연구소 등이 참여한 공동연구팀도 유사한 가설을 제시했다. 아프리카 북서부에서 30만 년 전 화석이, 남아프리카에서 26만 년 전 화석을 발견한 점을 들어 연구소 후블린 교수는 아프리카 북서부에 살았던 현생인류가 동부와 남부로 퍼져나갔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번 연구 결과로 인해 기존 가설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35 만 년 전에 ‘호모 사피엔스’가 남아프리카공화국에 살고 있었다면 아프리카 북서부와 북동부를 거쳐 남쪽으로 인구 이동이 있었다는 가설이 불가능해졌다.
웁살라 대학의 인구유전학자인 마티아스 야콥손 (Mattias Jakobsson) 교수는 현생인류 이동과정과 관련된 논란과 관련, “아프리카에서 이동과정을 아직 생각해보지 않았다.”며 “중요한 것은 35만 년 전 남아프리카에 ‘호모 사피엔스’가 살았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까지 밝혀진 ‘호모 사피엔스’에 대한 특징은 뇌에 집중되고 있다. 뇌의 용량은 1,300~1,450cc. 뇌특히 전두부가 발달되어 있다. 안와상융기는 빈약하고, 특히 미간부에서 좌우가 단절돼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목은 그다지 앞으로 기울어지지 않았다. 턱이 매우 발달해 있으며, 하악골이나 이가 모두 작은 것이 특징이다. 직립보행은 다른 고대 인류와 비교해 가장 뚜렷한 특징이다. 직립보행으로인해 넓은 골반, 늘씬한 사지골(四肢骨) 등에 현저하게 나타나 있다.
현대인의 조상인 크로마뇽인, 샨스라드나 그리말디의 인골, 아셀라르 인골, 중국의 베이징 저우커우뎬(周口店)의 산정동인(山頂洞人) 등 후기 구석기시대에 속하는 인류는 모두 이 ‘호모 사피엔스’에 속한다.
지구 전역으로 퍼져나가면서 지역상황에 적응해 지금과 같은 인종적 분화를 이룩하게 됐다. 이들은 후기 구석기문화에 이어서 중석기문화를 거쳐 신석기·청동기·철기문화를 탄생시켰고, 지금의 21세기 문화를 이룩한 현재 인류의 조상이다.
‘사이언스 뉴스’는 지금까지의 연구 결과를 기반으로 ‘호모 사피엔스’의 계보를 새롭게 정리했다. 계보도에 따르면 현생인류가 탄생한 곳은 아프리카 북서부와 남부 두 지역이며 탄생 시기는 26만~35만 년 전이다.
그러나 아프리카에서 어떤 과정을 거쳐 이 현생인류가 세계로 퍼져나갔는지에 대해 더 많은 연구가 요구되고 있다. 관계자들은 최근 유전학 등의 기법을 이용해 더 정확한 연구 결과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보고 있다.
- 이강봉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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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17-09-29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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