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이 저물고 있다. 올해에도 전세계 수많은 과학자들은 그동안 알지 못했던 새로운 사실들을 발견했고, 그동안 하지 못했던 놀라운 실험과 업적들을 성취해냈다. 사이언스타임즈는 2018년 한 해를 돌아보고 과학기술계를 빛낸 사건들을 심층 취재했다.
한국기원은 지난 3월 5일 개최된 운영위원회에서 바둑 경기 때 ‘전자기기의 휴대 및 사용 제한’ 등에 관한 규정 신설을 의결했다. 한국기원이 주최하는 바둑경기에서는 모든 전자기기의 휴대가 금지된다는 내용이다.
이런 규정을 새로 만든 까닭은 바로 인공지능(AI) 바둑 프로그램 때문이다. 이세돌 9단과 중국의 커제 9단이 연이어 알파고에 패한 이후 AI의 바둑 실력을 의심하는 이들은 이제 사라졌다. 대신 전문기사는 물론 일반인들도 AI 바둑 프로그램을 다운받아 바둑을 공부하는 시대가 도래했다.
요즘 인기를 끌고 있는 AI 스피커에서부터 소비자 상담 챗봇, 공장의 자동 불량 검출 등 새로 등장하는 IT 분야의 기술 대부분이 AI와 연관되어 있다. AI는 이제 IT뿐만 아니라 화학, 식품, 금융, 건축, 제조, 에너지 등 모든 산업의 혁신을 좌우하는 기술로 주목받는다.
AI 소프트웨어 시장은 매년 40%씩 성장하는 추세다. 이대로라면 지난해 101억 달러였던 시장규모가 2022년에는 57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10월 글로벌 IT 자문기관 가트너는 전 세계 89개국에 있는 주요 기업의 최고투자책임자(CIO) 3000명을 대상으로 ‘어떤 기술이 가장 파괴적이라고 생각하는가’를 조사했다. 그 결과 40%를 차지해 가장 많은 답변을 받은 것이 바로 AI였다.
2018년에 AI는 채용, 스포츠, 방송, 의료 등의 분야에서도 화제가 되었다.
AI 채용을 도입하는 기업 증가 추세
채용 시 서류와 면접 등의 전형에 AI를 활용하는 기업들이 증가하고 있다. 롯데, SK 등은 서류 전형에 AI를 도입했으며 국민은행, 한미약품, 유한킴벌리 등은 면접에 AI를 도입해 활용했다. 국내에서만도 약 400개 기업이 올 상반기에 AI 채용을 이용한 것으로 밝혀졌다.
AI 채용은 특히 지원자가 수만 명까지 모이는 대기업 공채에서 효력을 발휘한다. 그처럼 많은 지원 서류를 인력만으로는 꼼꼼하게 검토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또한 최근에 채용 비리가 논란이 되면서 AI 채용을 도입하려는 기업들이 더욱 많아지고 있다.
국내 스타트업 제이퍼스트게임즈는 지난 10월 실시간으로 축구 경기를 해설할 수 있는 ‘AI 축구 해설’ 서비스를 세계 최초로 개발해 화제가 되었다. 이 AI를 개발하기 위해 제이퍼스트게임즈는 축구의 전술적 패턴을 데이터 코드로 변환해 그것을 스스로 학습하는 축구 신경망 구조 알고리즘을 개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3월 일본 도쿄에서 열린 일본농구리그에서는 도요타가 개발한 AI 농구 로봇 ‘큐(CUE)’가 등장해 관중들의 주목을 끌었다. AI 슈팅 로봇인 큐는 그날 자유투를 완벽하게 구사해 관중들의 환호를 받았다.
바둑 대결로 유명해진 알파고는 지난 10월부터 유방암 환자들의 초음파 및 MRI 영상들의 학습에 들어갔다. 다른 암에 비해 영상 진단이 비교적 어려운 편인 유방암에 대한 진단을 의사 대신 하기 위해서다. 일본 지케이의대부속병원과 알파고 제작사인 영국의 딥마인드가 공동으로 추진 중인 이 프로젝트의 목표는 의사들이 미처 찾아내지 못하는 유방암의 조기 징조를 발견하는 것이다.
AI는 신약 개발 분야에서도 큰 활약을 하고 있다. 한 자료에 의하면 AI를 신약 개발에 활용하는 스타트업은 지난 6월 기준으로 전 세계에 86개사에 이른다. 성공 가능성이 매우 낮은 신약 개발 분야에서 AI를 활용하게 되면 개발기간 및 연구개발비를 획기적으로 줄여 생산성을 향상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 11월 중국에서는 세계 최초의 AI 아나운서가 등장해 화제를 모았다. 저장성에서 열린 제5회 세계인터넷대회에서 처음 모습을 드러낸 이 AI는 텍스트 기사를 입력하면 실제 아나운서처럼 사람의 목소리 및 입 모양을 흉내 내면서 뉴스를 보도한다.
하지만 이 AI 아나운서의 등장은 AI의 정의에 대한 논란을 불러일으키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입술과 목소리가 AI와 관련된 알고리즘을 사용했다고는 하나 그 자체가 어떤 지능을 보여준 게 아니므로 AI라는 용어를 사용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 제기되었기 때문이다.
AI의 표준화 및 윤리 문제 제고해야
한편, AI 시장이 확대되면서 AI의 표준화 및 윤리 문제에 대한 관심도 점차 커지고 있다.
지난 10월 미국 실리콘밸리의 구글 사에서는 AI의 표준 용어 및 기본 구조 등에 대한 국제 표준화 회의인 ‘ISO/IEC/JTC1/SC42’가 개최됐다. 한국을 비롯해 미국, 영국, 독일 등 16개국 144여 명이 참가한 이 회의의 간사국은 미국이며, 다음 회의는 내년 4월 아일랜드에서 열릴 예정이다.
지난 3월 EU 집행위원회는 AI 윤리 지침 제안서를 만들기 위한 회의를 개최했다. AI가 미래 산업의 원동력이 되기 위해서는 윤리적 원칙을 존중하는 것이 필수이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는 지난 1월에 카카오가 최초로 AI 기술 개발 및 윤리에 관한 원칙인 ‘카카오 알고리즘 윤리헌장’을 발표했다. 여기에는 AI 이용자의 행복과 사회 편익을 중시한다는 취지 하에 알고리즘의 독립성, 차별 방지 등과 관련한 큰 원칙이 담겨 있다.
지난 11월에는 삼성전자가 국내 기업으로서는 처음으로 AI 국제협력단체인 ‘PAI’에 가입했다고 밝혔다. 2016년에 설립된 PAI는 윤리적 관점에서 AI에 대한 연구 개발을 주도하는 것이 목표다. 구글,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등 70여 개 글로벌 기업이 이 단체의 회원사다.
이외에도 AI와 관련한 윤리 기준 마련에 선제적으로 나서는 정부 및 기업들이 점차 증가하는 추세다.
- 이성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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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18-12-26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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