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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응용과학
이강봉 객원기자
2016-11-07

플라시보 효과, 뇌과학이 증명 가짜 약 먹은 후 중전두회 반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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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시보 효과(placebo effect)’란 말을 많이 들어보았을 것이다. ‘플라시보’는 라틴어로 ‘내가 기쁨을 줄 것이다(I shall please)’란 뜻을 가지고 있는데 심리학자들은 고통을 가라앉힌다는 의미로 사용하고 있다.

의사가 자신의 환자에게 가짜 약을 진짜 약이라고 말한 후 복용케 하면 가짜 약인데도 병세가 호전된다는 것. 그러나 의료계에서는 이 용어를 사용하는 것에 대해 큰 부담을 느껴왔다. 플라시보 효과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 효과를 증명하기가 매우 힘들었기 때문.

의료계 일각에서는 플라시보 효과를 의심하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이 플라스보 효과가 실제로 발생하고 있다는 과학적인 연구 결과가 잇따라 발표되고 있다. 이중 많은 연구 보고서가 생물학적인 기반을 갖고 있다.

가짜 약 먹은 후 중전두회에서 반응 

특히 뇌과학에 도움을 받고 있는 연구보고서들이 다수 등장하고 있는데 특히 특정 뇌 부위인 중전두회(中前頭回: mid-frontal gyrus)에 대한 연구가 집중되고 있다. 이 부위는 눈의 윗부분 이마엽(frotal lobes)에 포함돼 있는 부위다.

의료계에서 그동안 엉터리 치료법으로 여겨져왔던 플라시보 치료가 최근 새롭게 부각되고 있다. 뇌과학, 유전학 등을 통해 신경계통에서 실제 치료 기능이입증되면서 새로운 치료 가능성을 모색하고 있다. 사진은 설탕, 소금 등으로 제조된 플라시보 약품.  ⓒ ScienceTimes
의료계에서 엉터리 치료법으로 여겨져왔던 플라시보 치료가 최근 새롭게 주목을 받고 있다. 뇌과학, 유전학 등을 통해 신경계통에서 실제 치료 기능이입증되면서 새로운 치료 가능성을 모색하고 있는 중이다. 사진은 설탕, 소금 등으로 제조된 플라시보 약품. ⓒWikipedia

5일 ‘가디언’ 지에 따르면 플라시보 효과와 관련된 이 부위를 발견한 사람은 미국 노스웨스턴대학 의과대학 재활의학연구소(RIC: Rehabilitation Institute of Chicago)의 마르완 발리키(Marwan Baliki) 박사와 바니아 아프카리안(Vania Apkarian) 박사다.

이들은 퇴행성 무릎 관절염으로 만성 통증을 겪고 있는 환자 95명을 대상으로 임상실험을 진행했다. 발키 박사는 95명의 환자 중 일부 환자들에게는 진통제를, 일부 환자들에게는 설탕으로 만든 정제를 투여했다.

그리고 뇌 반응을 상세히 들여다 볼 수 있는 기능성 자기공명영상(fMRI)를 통해 뇌가 어떤 반응을 하는지 관찰했다. 그러자 이마엽 안에 있는 중전두회가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연구팀은 반응을 보인 이 부위가 진통제를 복용한 환자들과 큰 차이가 있음을 발견했다.

이마엽은 대뇌반구의 앞에 있는 부분으로 기억력, 사고력 등을 주관하고 다른 연합영역으로부터 들어오는 정보를 조정하고 행동을 조절하는 기관이다. 이 안에 들어 있는 중전두회는 주로 감정과 결정이 이루어지는 부위다.

발키 박사는 “만성 통증 환자에게 플라시보 효과가 어디서 일어나고 있는지 그 부위를 정확히 찾아냈다”고 말했다. “또 후속 연구를 통해 중전두회에서 (설탕약이 아닌) 진통제 복용 효과를 측정했는지 알아본 결과 그렇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플라시보에 대한 연구는 건강한 정상인을 대상으로 주로 심리학적인 방식을 통해 진행돼 왔다. 그러나 이번 연구는 환자를 대상으로 한 최초의 임상실험이다. 플라시보 효과를 환자 치료에 활용할 수 있는지의 여부를 제시한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담고 있다.

“가짜 약인 줄 알면서도 통증 줄어들어” 

플라시보 효과를 증명하기 위해 뇌과학이 동원된 것은 2007년부터다. 당시 미시간대학 교수였던(현재 유타대 교수) 정신의학자 존 카 주비에타(Jon-Kar Zubieta) 박사는 진통제 대신 가짜 약을 투입하면 뇌 속에서 화학적 변화가 일어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염분이 들어 있는 플라시보 약을 투여한 후 뇌 속에서 보상신호를 처리하는 측좌핵(nucleus accumbens)의 활동이 증가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의 연구는 환자가 아닌 건강한 정상인을 대상으로 한 연구였다.

주비에타 교수 이후 또 다른 연구들이 진행됐다. 유전학을 기반으로 한 연구들이 주종을 이루었는데 플라시보 약을 복용한 후 뇌 속에서 어떤 과정을 거쳐 그 보상 시스템(reward network)이 가동되는지에 대해 연구가 집중됐다.

그리고 이 신호 경로가 면역학적으로 가장 중요한 유전조절인자와 어떤 관계가 있는지, 그리고 사람에 따라 플라시보 효과에 어떤 다른 반응을 보이고 있는지 등에 대해 유전자 분석을 통한 연구가 다양하게 진행돼 왔다.

다양한 연구와 함께 새로운 사실들이 밝혀졌다. 올해 초 발표된 한 연구 결과에서는 플라시보 효과가 이 효과를 믿는 사람들에게 집중적으로 일어나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그렇지 않은 경우는 효과가 떨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연구를 수행한 포르투갈 ISPA-Instituto 대학의 클라우디아 카르발로(Claudia Carvalho) 교수는 자신의 연구결과가 “정상적인 상황에서 가짜 약이라는 사실을 숨기지 않고서도 치료 효과를 거둘 수 있는 가능성을 말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그녀는 “실제 임상 참가자 가운데 약 30%가 가짜 약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고통과 장애가 줄어드는 효과를 경험했다”고 설명했다. 이 연구 결과는 기존 진료 체계에 플라시보 의약품을 투입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말해주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노스웨스턴대 연구 결과는 플라시보 효과가 일어나고 있는 정확한 부위를 지목했다는 점에서 큰 주목을 받고 있다. 기존의 연구 결과와 뇌 과학의 성과 등을 결합해 플라시보 의약을 개발할 수 있는 단초를 제공하고 있다.

이강봉 객원기자
aacc409@naver.com
저작권자 2016-11-07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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