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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응용과학
김병희 객원기자
2019-07-09

포유류 발달 유전프로그램 처음 해독 장기 발달 조절 유전자 활동 네트워크 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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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과 일부 동물들의 출생 전후 주요 장기 발달을 제어하는 유전 프로그램이 처음으로 해독됐다.

이번 연구 대상 동물은 붉은털 원숭이와 시궁쥐 및 생쥐, 토끼, 주머니 쥐 등으로, 독일 하이델베르크대 분자생물학자들은 차세대 시퀀싱 기술을 사용, 이 동물들의 뇌와 심장, 간, 콩팥, 고환 및 난소를 정밀하게 분석해 장기 발달을 조절하는 유전자 활동(gene activity) 네트워크를 밝혀냈다.

이번 연구는 특히 모든 탐구 대상 기관들이 2억 년 전 초기 포유류 진화에서 유래된 기본적이고 원초적인 유전자 활동 네트워크를 나타내고 있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아울러 연구팀은 두 번째 대규모 연구에서 지금까지 제대로 이해되지 않았으나 커다란 유전자 범주를 형성하는 이른바 RNA 유전자의 생체발달상에서의 역할을 처음으로 탐구했다. 이 RNA 유전자는 ‘보통의’ 유전자들이 단백질을 생성하는 것과 달리 리보핵산을 생성한다.

이번 연구는 과학저널 네이처(Nature) 지난달 26일자에 발표됐다.

연구팀은 장기 발달 유전 프로그램의 순서에서 더 높은 수준의 패턴을 확인했다. 연구 대상 모든 포유류의 초기 장기 발달단계는 비슷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달라졌다. 종을 특징짓는 장기의 형질은 발달단계 후기에 가서야 드러난다.  © Kaessmann research group
연구팀은 장기 발달 유전 프로그램의 순서에서 더 높은 수준의 패턴을 확인했다. 연구 대상 포유류의 초기 장기 발달단계는 비슷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달라졌다. 종을 특징짓는 장기의 형질은 발달단계 후기에 가서야 드러난다. © Kaessmann research group

1000억 개 이상의 단백질과 RNA 단편 판독

유전자 발현은 정교하게 조정되고 복잡한 수많은 유전자들의 상호작용으로, 수정란 세포로부터 성체 유기체까지의 발달을 조절한다.

이전에는 포유류에서 이 같은 필수적인 유전 프로그램에 대한 이해가 개별 단백질 유전자와 특정 장기 혹은 발달 단계로 제한되었었다. 더욱이 대부분의 이전 연구들은 주로 생쥐를 대상으로 수행됐다.

하이델베르크대 분자생물학센터(ZMBH) ‘포유류 유전체 기능 진화’ 연구팀 그룹리더인 헨릭 캐스만(Henrik Kaessmann) 교수는 “서로 다른 포유류에서 장기의 크기와 구조 및 기능 차이를 설명할 수 있는 유전적 기초는 거의 알려진 것이 없다”고 말했다.

캐스만 교수팀은 발달 프로그램을 완벽하게 조사하기 위해 처리량을 크게 높인 혁신적인 방법을 채용했다. 이 차세대 시퀀싱 기술(NGS)은 각각의 게놈에 있는 모든 유전자 발현을 동시에 분석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연구팀은 NGS를 사용해 여러 포유류의 장기로부터 1000억 개 이상의 단백질과 RNA 유전자 발현 단편들을 판독했다.

이번 연구를 기술한 두 논문의 제1저자인 마르가리다 카르도소-모레이라(Margarida Cardoso-Moreira) 박사와 로아니스 사로풀로스(Ioannis Sarropoulos) 박사는 “이 판독으로 발달 과정에서 이동하는 유전자 활동을 정량화하고 비교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포유류의 장기 발달에 대한 유전자 활동을 조사한 연구를 포유류 종과 장기, 발달단계 세 가지 차원으로 표시한 그림. 종들의 진화적 관계는 입방체 왼쪽 면에 가지 형태로 표시했고, 각각 다른 장기 발달에서의 전형적인 유전자 발현은 입방체의 오른쪽 면에 나타냈다.  CREDIT: Kaessmann research group
포유류의 장기 발달에 대한 유전자 활동을 조사한 연구를 포유류 종과 장기, 발달단계 세 가지 차원으로 표시한 그림. 종들의 진화적 관계는 입방체 왼쪽 면에 가지 형태로 표시했고, 각각 다른 장기 발달에서의 전형적인 유전자 발현은 입방체의 오른쪽 면에 나타냈다. ⓒ Kaessmann research group

2억 년 전부터 유전망이 포유류 장기 발달 조절

데이터의 생물정보학적 분석은 하이델베르크대 컴퓨팅센터의 고성능 컴퓨터를 사용해 수행했다. 연구팀은 이 분석을 통해 포유류 장기 발달의 유전 조절에 대한 새로운 통찰력을 얻을 수 있었다.

연구팀이 발견한 기본적이고 원초적인 유전자 활동 네트워크는 인간을 포함한 모든 연구 대상 포유류에서 유사하게 기능하고 핵심적인 발달과정을 결정했다.

이는 이 분자 네트워크가 이미 2억 년 전 초기 포유류의 장기 발달을 조절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연구팀은 또한 놀랍게도 다양한 포유류 종에서 활동 패턴이 크게 다른 수많은 유전자를 발견했다. 진화 과정에서 발생한 이런 차이점들은 각 종들이 가진 특별한 장기의 특징을 설명해 준다.

예를 들어 뇌 발달을 조절하는 유전자의 경우 연구팀은 사람에게서 뚜렷하게 구분되는 발현 패턴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인간 배아가 분화되는 과정. 포유류의 진화과정에서 활동 패턴이 크게 다른 유전자들이 나타나 각 종들이 가진 장기의 특징도 달라졌다.  CREDIT: Wikimedia / Zephyris
인간 배아가 분화되는 과정. 포유류의 진화과정에서 활동 패턴이 크게 다른 유전자들이 나타나 각 종들이 가진 장기의 특징도 달라졌다 ⓒ Wikimedia / Zephyris

획기적인 생물학 가설 처음 확인

연구팀은 또 장기 발달에 수많은 RNA 유전자가 관여한다는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다. 따라서 전에는 특징을 설명하기 어려웠던 이런 종류의 유전자들은 포유류의 발달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캐스만 교수는 강조했다.

ZMBH 연구팀은 이번 대규모 연구를 통해 유전 프로그램의 시퀀스에서 한층 높은 수준의 패턴을 확인했다. 유전 프로그램들은 모든 연구 대상 포유류의 초기 장기 발달 단계에서는 여전히 비슷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점점 더 방향이 달라졌다.

캐스만 교수는 “종을 특징짓는 기관의 형질은 발달 후기에 가서야 발원된다”며, “우리는 현대의 분자적 방법을 사용해 19세기에 나온 획기적인 생물학 가설을 처음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김병희 객원기자
hanbit7@gmail.com
저작권자 2019-07-09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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