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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에너지
이성규 객원편집위원
2014-03-05

체르노빌 원전, 드디어 철거되나 사고 난 지 28년 만에 해체 프로젝트 승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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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세계 7대 소름 돋는 장소’가 화제로 떠오른 적이 있다. 그 사진 중에는 폐허가 된 프리피야트 놀이공원의 풍경도 포함되어 있었다. 녹이 슨 채 멈춰 있는 놀이기구와 아무렇게 버려져 있는 색 바랜 인형, 찌그러진 리프트, 방치된 범퍼카 등이 한때 그곳이 놀이공원이었음을 알려주는 사진들이다.

실제로 이곳 주변의 풍경은 놀이공원만큼 을씨년스럽다. 폐허로 변한 집과 건물들, 텅 빈 관공서와 호텔, 그리고 거리를 나뒹구는 교과서와 침대, 자동차 잔해 등으로 인해 마치 유령도시에 온 듯하다.

프리피야트 시가 그처럼 괴기스러운 도시가 된 것은 현대 과학기술의 대참변으로 꼽히는 체르노빌 원전사고 때문이다. 1986년 4월 26일 체르노빌 원전의 원자로가 과열로 터지면서 주변 100개 마을이 거주 불능의 폐허가 되고 인근 12개 주 2천여 개 마을이 방사능 피해를 입었다. 당시 방사능 낙진 형태로 지상에 떨어진 방사능 물질의 양만 해도 일본 히로시마에 투하된 원자폭탄에서 나온 낙진의 10배나 되었다.

▲ 프리피야트 놀이공원에 아무렇게나 방치되어 있는 범퍼카들. ⓒJustin Stahlman(위키미디어)
사고 직후 방사선의 급성 장해로 사망한 사람은 31명이었으나 직·간접적으로 피해를 입은 주민은 총 300만 명 이상이었다. 방사선 영향으로 사망한 이를 세계보건기구(WHO)는 약 9천 명으로 집계했지만, 환경단체인 그린피스는 약 9만3천 명이 그 사고로 인해 결국 사망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체르노빌의 방사능 물질은 주변 국가뿐만 아니라 2천400여 ㎞나 떨어진 유럽과 북아프리카에까지 퍼졌으며, 이 사고로 인해 세계 원자력산업이 20년이나 후퇴했다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지금도 우크라이나 국민들은 누가 암에 걸리기라도 하면 체르노빌 원전사고와 연관된 것으로 생각할 정도다.

이 같은 체르노빌 원전에 대한 해체 작업이 곧 시작될 것으로 보여 주목을 끌고 있다. 최근 우크라이나 국영 규제기관인 ‘우크르데르즈부데크스페르티자’는 체르노빌 원전을 폐쇄하고 영구 사용불능 상태로 두는 프로젝트가 모든 규제 및 법적 요건을 만족함에 따라 이 프로젝트에 대해 승인했다고 밝혔다.

붕괴 조짐 석관 대체해 NSC로 4호기 완전 차폐

이에 따라 1~3호기의 해체 작업이 곧 시작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사고를 일으킨 4호기의 경우 폭발 및 화재로 완전히 파괴됐다. 하지만 1~3호기는 당시 우크라이나의 전기 수요를 충당하기 위해 사고가 난 후에도 계속 가동됐다. 이후 2호기는 1991년에 터빈실의 화재로 가동이 중단됐으며, 1호기는 1996년에, 3호기는 2000년에 각각 가동을 중단했다.

폭발된 4호기는 사고 직후 연인원 수십만 명을 동원해 석관으로 완전히 덮어버렸다. 하지만 급조된 석관이 붕괴 조짐을 보이고 빗물 유입 등 기후에 따른 방사성 물질의 누출 우려가 제기되면서 체르노빌 사고 부지의 중대한 안전 문제로 떠올랐다.

이에 따라 지난 2012년 4월 폐허가 된 체르노빌 4호기를 새로 감싸고, 또한 해체작업을 가능하게 할 아치형의 거대 차폐 구조 설치작업이 시작됐다. ‘새로운 안전 가둠(New Safe Confinement)’, 즉 NSC라 불리는 이 구조물은 높이 108m, 가로 257m, 세로 150m의 거대 구조로서 약 2만 톤의 철강이 사용될 예정이다.

밀봉 구조로 건설될 NSC로 인해 체르노빌 사고 이후 원자로 건물로부터 추가적인 방사성 물질의 누출을 억제하기 위해 급조되었던 석관의 원격 해체도 가능하게 될 전망이다. 또 이 NSC를 설치함으로 인해 사고 건물로부터 설계수명 100년에 걸쳐 물의 유입을 방지해 방사성 물질의 방출을 줄일 수 있게 된다. 원래 2005년 완공을 목표로 추진됐던 NSC는 올해 말 조립이 완료되어 2015년 말에는 원자로를 완전히 차폐하는 작업이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10월 31일에는 3, 4호기가 공유하던 환기용 굴뚝 최상단 부분의 제거를 시작으로 전체 해체 작업에 들어갔다. 이 환기용 굴뚝은 3, 4호기를 위해 건설된 것으로 높이 75.5m, 직경 9m에 달했던 구조물이다. 7개 부분으로 구성된 굴뚝의 총무게는 330톤이었으며, 지상에서 가장 높은 곳은 150m에 달했다.

이 굴뚝을 제거하는 이유는 NSC의 설치에 필요한 공간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환기용 굴뚝은 계속 필요하므로 보다 작은 높이 50m, 직경 6m 크기의 새로운 굴뚝을 제조해 대체한다.

2064년경 원자로 완전 해체 예정

곧 시작될 1~3호기의 해체작업은 6단계에 걸쳐 진행되는 프로젝트다. 첫 번째 단계는 화재방호 시스템에 물을 공급하는 시스템을 재구축하는 것이며, 두 번째 단계는 압력관과 제어 및 보호 채널을 1~3호기에서 해체하는 작업을 포함하고 있다.

1, 2호기는 자연적으로 잔존 방사능이 붕괴되어 사라질 때까지 보존될 예정이다, 네 번째 단계에서 핵연료를 담당하는 장비가 해체된다. 이후 3호기에 대한 관리 및 유지 작업이 시작되며, 마찬가지로 마지막 단계에서 원자로 지붕에 대한 보수 작업 및 핵연료 취급장비가 해체된다.

2028년부터 2046년까지는 체르노빌에서 가장 심하게 오염된 장비가 제거되며, 원자로 자체는 2046년에서 2064년 사이에 해체될 것으로 알려졌다. 체르노빌 운영사는 이 프로젝트에 총 4천300만 달러(약 460억 원)의 비용이 들 것으로 추정했다.

한편, 그동안의 연구에 의하면 체르노빌 사고 지역에 서식하는 동식물들은 정상적인 동식물과 많은 차이점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난 바 있다. 체르노빌 원전 옆의 고방사능 지역에서 자라는 콩의 경우 정상 개체에 비해 시스테인 합성효소는 3배, 메타인 알데히드 탈수효소는 32% 더 많이 지닌 것으로 밝혀진 것.

시스테인 합성효소는 중금속을 결합시킴으로써 식물을 보호하는 단백질로, 메타인 알데히드 탈수효소는 방사능에 노출될 때 염색체 이상을 줄이는 성분으로 알려져 있다. 이 같은 변화 덕분인지 몰라도 체르노빌 원전 주위에는 나무 및 덤불이 우거져 있다.

체르노빌에서 흘러나온 방사능은 일부 벌레 종들의 생식 방법도 바뀌어 놓은 것으로 밝혀졌다. 체르노빌 근처 방사능에 심하게 노출되었던 지역에 서식하는 일부 벌레는 무성 생식으로 번식했으나 23%가 유성 생식을 시작한 것으로 나타난 것. 이에 비해 방사능 오염이 덜한 지역에 사는 벌레는 5%가 유성 생식을 시작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대해 과학자들은 유성생식을 할 경우 자손들에게 방사능에 내성이 강한 유전자들을 물려줄 수 있으며, 그들이 처한 자연 환경에 보다 잘 적응할 수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고 있다.

이성규 객원편집위원
2noel@paran.com
저작권자 2014-03-05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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