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이 저물고 있다. 올해에도 전세계 수많은 과학자들은 그동안 알지 못했던 새로운 사실들을 발견했고, 그동안 하지 못했던 놀라운 실험과 업적들을 성취해냈다. 사이언스타임즈는 2018년 한 해를 돌아보고 과학기술계를 빛낸 사건들을 심층 취재했다.
2018년은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이 성사되고 한반도에 평화무드가 조성된 해였다. 과학기술계에서도 남북한 협력에 대한 관심이 한층 더 높아졌다.
그중 가장 기대가 컸던 것이 남북철도 연결을 위한 기술협력이었다. 철도가 남북경협 특구 활성화를 좌우하는 주요기반 시설이기 때문이다.
남북 과학기술 협력, 철도 연결로 시작
그런데 문제는 북한 철도의 복선화율이 3%에 불과하고 전력사정이 좋지 않아 전기기관차 운영이 어렵다는 것이다. 또 철도 시설 역시 노후화 되어 열차속도가 매우 낮은 수준이다.
나희승 한국철도기술연구원(이하 철도연) 원장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단순 남북철도 연결을 넘어 북한철도의 개보수를 진행해야 한다”며 “북한의 노동‧토지 요소와 남한의 자본‧철도기술 요소가 결합된다면 남한의 4분의 1 사업비로도 건설 및 보수 작업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많은 사람들은 이처럼 남북 철도가 연결되고 대륙 철도망과 이어진다면, 한반도 1일 생활권은 물론 동북아 1일 생활권 시대가 열릴 것이라는 기대를 했다. 그리고 드디어 26일 남북 철도 연결 착공식을 갖고 첫 삽을 떴다.
하지만 아직 풀어야 할 숙제가 많다. 특히 철도가 유라시아로 뻗어나가기 위해서는 철도 궤도 차이를 해결해야 한다.
우리나라와 북한의 광계는 1435㎜이고 러시아 철도의 광궤는 1520㎜로 85mm 차이가 있다. 이에 철도연은 궤간가변대차를 개발했다.
이는 궤간의 차이가 발생한 지점에서 열차가 멈추지 않고 바로 연계 운행할 수 있도록 만든 철도를 말한다. 시속 200km대의 고속주행도 가능하다.
이밖에도 상이하고 낙후된 이종시스템과 통관시스템의 비표준화 등 기술적 문제가 많이 남아있다.
그 중에서도 남북 표준의 통합은 필수적이다. 박상열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원장은 “표준은 하나의 체제 안에서 모든 활동이 조화로운 방식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기준 체계”라며 “표준이 통합되지 않는다면 향후 혼란과 불공정을 초래하고 사회균열의 도화선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현재 남북은 각각 2만2000종과 1만1000종에 달하는 각종 국가규격을 가지고 있다. 박 원장은 “이 많은 규격들을 일시에 통합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며 “가장 기초적인 측정표준의 통합과정에서부터 합리적인 의사결정 방식을 도입해야 한다” 고 강조했다.
실례로 남북정상회담 후 북한의 표준시를 동경135도 자오선을 기준으로 변경함으로써 남북한의 표준시가 통일됐다. 박 원장은 “정확한 시각은 곧 초고속 정보 사회의 핵심 기반이기에 북한도 첨단 기술 영역에 뛰어들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줬다”고 평가했다.
한편 북한의 풍부한 광물자원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고상모 한국지질자원연구원 한반도광물자원개발융합연구단장은 “북한에는 금, 은, 철, 동, 아연 등 금속과 마그네사이트, 인상흑연과 같은 비금속, 그리고 탄탈륨과 희토류 등 희귀 자원이 많다”며 “북한의 자원과 남한의 기술이 만난다면 우리도 얼마든지 자원기술강국이 될 수 있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고 단장은 구체적 협력방안으로 ‘탐사와 부존량 평가, 채광, 선광, 제련, 소재화 등 광물자원개발과 관련된 과학기술적 협력’, ‘철, 동, 아연 같은 전략광물자원을 중장기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는 경제적 협력’을 언급하며 “마그네사이트와 흑연주철, 희토류 자석 등을 바탕으로 신산업 창출도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남북 과학기술 협력, 신뢰성 있는 자료 구축부터
다만 정확한 매장량과 조건, 경제적 효과 등에 대한 상세한 분석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북한 광물자원 부존량에 대해 신뢰성 있는 자료 구축이 먼저 이뤄져야 할 필수사항이다.
이뿐만 아니라 농업과학기술도 남북교류 협력에서 큰 비중을 차지한다.
현재 북한의 농업 현황이 매우 어려워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남한의 농업과학기술이 절실히 필요하다. 하지만 박효근 서울대 명예교수는 그 과정이 순탄치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그 이유는 남북한 간 시각차다. 북한은 스마트팜이나 생명공학기술, 수직농장 등 주로 최첨단 과학기술을 요구할 것이고, 남한은 북한의 심각한 식량난 해소를 위한 기본 농업기술을 우선적으로 지원할 것이라는 것이 박 교수의 분석이다.
박 교수는 “대증요법이나 1회성 전시효과만 노리는 사업은 지양하고, 북한의 경제발전과 농업발전 단계에 알맞은 농업과학기술을 제공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런데 여기에도 문제가 있다. 그동안 북한의 폐쇄 정책으로 인해, 농업에 관한 정확한 통계를 구할 수 없다는 것이다.
박 교수는 “북한 농업의 현황을 파악하기 위해 2002년부터 8차례 방북을 했지만 농과대학 교수는 단 한 명도 만나지 못했다”며 “북한도 농업 부분의 과학화를 매우 강조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내용을 전혀 알 수 없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북한은 1995년부터 1999년까지 이어진 ‘고난의 행군’ 기간 동안 최소 60만 명에서 최대 300만 명까지 굶어죽는 역사상 가장 참혹한 일을 겪었다. 지금은 많이 개선되었지만, 아직도 UN이 정한 식량 부족 국가에 해당된다.
이에 대해 박 교수는 “북한이 식량 위기를 겪게 된 직접적인 원인은 다양하다. 구소련 체제의 붕괴로 원유 도입이 급감했고, 비료와 농약, 물 공급이 원활하지 못한데다 홍수와 가뭄 같은 자연재해가 빈발했기 때문”이라며 “북방지대에 적응 가능한 품종을 고르고 그에 맞는 최적의 재배기술을 제공한다면 북한의 식량난을 얼마든지 해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밖에도 ICT 교류 협력을 비롯해 산림생태계 복원, 천연물 연구, 백두산 화산 공동연구를 위한 백두산과학기지 설립 등 여러 분야에 걸쳐 남북 과학기술 협력이 순차적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특히 ICT 협력과 관련해서 이춘근 STEPI 선임연구위원은 “어떠한 외부 영향에도 단절되지 않는 거점 구축부터 선행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 김순강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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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18-12-27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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