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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우주
김준래 객원기자
2019-04-02

지구인이 만든 '비행접시' 탄생 드론 ·항공기 장점 반영…기동력이 최대 강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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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음모론들 중에서도 사람들의 입에 자주 오르내리는 음모론으로는 ‘비행접시의 지구 제작설’이 꼽힌다. 흔히 비행접시라고 하면 외계에서 온 ‘미확인비행물체(UFO)’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이를 외계인이 아닌 사람이 제작했다는 것이 해당 음모론의 핵심이다.

물론 비행접시를 사람이 만들었다는 음모론이 전혀 근거도 없이 발생한 것은 아니다. 제2차 세계대전을 일으킨 나치독일이 비행접시를 비밀무기로 만들었다는 소문은 그런 음모론의 확산을 부추겼다.

UFO와 흡사한 외관을 가진 비행접시 모양의 비행체가 개발되었다
UFO와 흡사한 외관을 가진 비행접시 모양의 비행체가 개발되었다 ⓒ RNIAR

나치독일이 만든 비행접시에 대한 이미지가 인터넷상에서 떠돌고 있고, ‘하우네브(Haunebu)’라는 비행접시 이름도 버젓이 붙어 있기 때문에 진짜라고 여기기 쉽지만, 설계도는 커녕 실제로 봤다는 사람도 없어서 아직 진위여부는 확인되지 않은 상황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최근 루마니아 과학자들이 UFO와 흡사한 외관을 가진 비행접시 모양의 비행체를 개발하여 주목을 끌고 있다. (관련 기사 링크)

공식적인 비행접시 모양의 비행체는 1950년대 개발

루마니아 과학자들이 개발한 비행체의 이름은 ‘ADIFO(All DIrectional Flying Object)’다. 루마니아 국립 항공연구소의 공기 역학자인 ‘이오시프 터포수(Iosif Taposu)’ 박사와 엔지니어인 ‘라즈반 새비(Razvan Sabie)’ 박사가 공동으로 개발한 ADIFO는 비행의 패러다임을 바꿀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는 비행체다.

ADIFO의 전체적인 모양은 UFO를 닮은 비행접시 모양으로 이루어져 있다. 비행접시의 가운데는 부품들이 들어 있어서 두툼하고, 바깥 부분으로 갈수록 얇아지기 때문에 뉴스를 통해서 접하는 비행접시 모양의 UFO 모양과 매우 흡사하게 생겼다.

비행접시 모양의 비행체가 개발되었다는 소식이 사람들에게는 상당히 신기하게 느껴지겠지만, 사실 ADIFO가 사람이 만든 첫 번째 비행접시는 아니다. 나치독일이 개발했다는 Haunebu의 경우는 존재했다는 근거가 부족하지만, 캐나다의 항공전문업체가 1950년대에 개발한 비행접시 모양의 비행체는 실물부터 데이터까지 모든 자료들이 보존되어 있다.

캐나다의 아브로캐나다(Avro Canada)가 처음 개발한 비행체의 이름은 ‘VZ-9 아브로카(Avrocar)’다. 지난 1959년에 첫 비행에 성공한 VZ-9 아브로카는 터빈엔진의 구조를 단순화한 비행체를 만들자는 목적으로 1940년대부터 개발이 시작되었다.

당시 개발을 주도했던 아브로캐나다社의 ‘존 프로스트(John Frost)’ 박사는 미래의 교통수단을 염두에 두고 비행접시 모양의 비행체 제작을 추진해 나갔다. 그는 날개를 제외한 항공기의 몸체가 양력을 발생시키는 데 있어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고, 몸체가 날개 역할을 할 수 있는 항공기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나치독일이 개발했다고 전해져 내려오는 비행체(좌)와 1950년대 캐나다에서 제작된 비행접시 모양의 비행체(우) ⓒ wikipedia
나치독일이 개발했다고 전해져 내려오는 비행체(좌)와 1950년대 캐나다에서 제작된 비행접시 모양의 비행체(우) ⓒ wikipedia

1947년부터 연구가 본격적으로 진행되었지만, 당시의 기술적 수준으로는 비행접시 모양의 비행체를 제대로 완성시킬 수 없었다. 막대한 비용을 투자했음에도 불구하고 별다른 성과가 나오지 않자 제작사는 개발을 포기하기로 결정했다.

그런데 생각지도 못한 기회가 찾아왔다. 미 공군이 VZ-9 아브로카를 수직이착륙이 가능한 전폭기로 운용할 수 있다고 판단한 후, 연구개발비를 지원하기로 결정하면서 프로젝트가 다시 부활한 것.

그로부터 10여년이 흐른 1959년에 VZ-9 아브로카는 미 공군의 지원 속에 마침내 첫 시험비행에 성공했다. 인류가 공식적으로 제작한 비행접시가 처음 창공을 가르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그 이상의 진척은 없었다. 비행안정성 면에서 치명적인 약점이 노출되면서 VZ-9 아브로카는 더 이상 비행할 수 있는 기회를 얻지 못했다. 항공기술이 본격적으로 발전하기 시작한 무렵이었던 만큼, 날개 없는 비행접시가 제대로 날기는 어려웠던 것이다.

결국 미 국방부는 1961년에 VZ-9 아브로카의 개발 프로젝트를 완전히 중단했고, 이후 비행접시 형태의 비행체 개발은 항공역사에서 자취를 감추게 되었다.

항공역사를 새롭게 쓸 것으로 기대를 모으는 비행체

지난 60여년 동안 사라졌던 비행접시 형태의 비행체가 ADIFO의 등장으로 다시금 활기를 찾고 있다. 특히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발전한 항공기술을 바탕으로 새로운 형태의 비행체로서 그 가능성을 선보이고 있다.

루마니아 국립 항공연구소가 공개한 ADIFO의 구조를 살펴보면 드론과 항공기의 장점만을 골고루 갖추고 있다. 4개의 팬으로 비행하는 쿼드콥터(quadcopter) 시스템과 앞으로 전진하기 위해 장착한 2개의 제트엔진을 통해 수직 이‧착륙과 수평 전‧후진이 모두 가능하다.

드론과 항공기의 장점만을 딴 비행접시 모양의 비행체 구조 ⓒ RNIAR
드론과 항공기의 장점만을 딴 비행접시 모양의 비행체 구조 ⓒ RNIAR

새비 박사의 설명에 따르면 ADIFO의 최대 장점은 빠른 기동력이다. 별도의 주 날개와 보조날개, 그리고 방향타 등 현대 항공기가 갖고 있는 구조를 갖추지 않고도 공중에서 빠르게 목적지까지 이동할 수 있는 것이다.

아직까지는 사람이 타지 못하는 소형의 무인 항공기 형태이고, 조종도 리모트컨트롤을 통한 무선제어 방식을 택하고 있기 때문에 진정한 성능을 파악하기란 쉽지 않다. 그러나 조종사가 탑승할 정도의 크기로 제작된다면 초음속 비행까지도 가능할 것으로 새비 박사는 전망하고 있다.

새비 박사는 “다양한 테스트를 거쳐야겠지만, 지금의 형태만으로도 비행 중 기울이거나 뒤집는 것 같은 자세를 취할 수 있기 때문에 곡예비행까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언급하며 “ADIFO가 현재의 항공기 구조를 완전히 개조하는 새로운 형태의 비행체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김준래 객원기자
stimes@naver.com
저작권자 2019-04-02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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