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몸의 장(腸)에 서식하는 박테리아가 과민성 대장증후군(IBS)을 앓고 있는 환자의 장은 물론 행동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가 나왔다.
캐나다 맥매스터대와 워털루대 연구팀은 실험용 쥐에 과민성 대장증후군 환자의 분변을 이식한 실험에서 이 같은 사실을 밝혀내 ‘사이언스’ 자매지 ‘과학 중개 의학’(Science Translational Medicine) 3월 1일자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이번 발견이 소화기 장애와 뇌질환 치료를 위한 새 미생물 유도 치료법 개발에 도움을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과민성 대장증후군 원인 몰라 치료에 한계
과민성 대장증후군은 세계에서 가장 흔한 소화기계 질환이다. 환자들은 복통을 비롯해 설사와 변비 같이 배변 습관이 바뀌어 고통을 받는다. 이와 함께 종종 만성 불안이나 우울증이 동반되기도 한다. 그러나 병의 근본 원인이 알려져 있지 않기 때문에 현재의 치료법은 증상을 개선시키는 정도에 그치고 있다.
이번 연구의 목적은 과민성 대장증후군 환자의 설사 배변물을 실험용 쥐에 주입했을 때 배변물의 미생물군이 쥐의 장과 뇌 기능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를 살펴보기 위한 것이었다. 연구팀은 분변 이식을 통해 불안증세를 가지고 있는 환자와 그렇지 않은 환자의 장내 미생물을 각각 무균 실험용 쥐로 옮겼다.
과민성 대장증후군 환자의 분변을 이식 받은 쥐들은 건강한 개인들의 분변을 이식한 쥐들에 비해 장 기능과 행동에서 분변 제공 환자를 연상시키는 듯한 변화 모습을 지속적으로 나타냈다.
“미생물 유도 치료법 개발의 기초 제공“
연구팀은 분변 이식을 받은 쥐들이 먹이를 먹은 후 위에서 장까지 내려가는 위장관 통과에서 문제가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즉, 장 장애물 기능장애(intestinal barrier dysfunction)와 낮은 수준의 염증, 불안 유사 행동을 보였다.
논문 제1저자이자 맥매스터대 판콤 패밀리 소화 건강연구소 연구원인 지아다 데 팔마(Giada De Palma) 박사는 “이번 연구는 장내 미생물군의 변화가 단순한 연관성을 뛰어넘어 과민성 대장증후군 환자의 장과 행동 반응 모두에 영향을 미친다는 증거를 제시하는 획기적인 연구”라고 강조했다.
논문의 시니어 저자인 맥매스터 의대 프레미슬 버칙(Premysl Bercik) 부교수는 “우리의 발견은 장내 미생물군을 타겟으로 한 치료법 개발과 과민성 대장증후군 진단에 필요한 생체표지자 탐색의 기초를 제공한다”고 밝혔다.
장내 미생물군의 뇌질환 영향 증거 제시
저자들은 이번 연구가 “사전(pre-) 치료 혹은 프로바이오틱 치료를 포함한 ‘미생물 유도 치료’(microbiota-directed therapies,)가 장 증상뿐만 아니라 과민성 대장증후군의 행동 징후 요소를 치료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가능성을 한층 높여준다고 결론지었다.
저자들은 또한 이번 연구에서 장내 미생물군이 뇌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보여준 것에 주목하고 있다. 이들은 연구를 통해 장내 미생물군이 기분 장애나 불안에서부터 자폐증이나 파킨슨병, 다발성 경화증 등을 포함하는 다른 뇌질환 영역에서 모종의 역할을 시사하는 증거를 추가로 제시했다. 저자들은 그러나 이러한 조건에서 그 관계를 정확하게 정의하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연구가 더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 김병희 객원기자
- kna@live.co.kr
- 저작권자 2017-03-02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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