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원할 것만 같던 전기자동차의 상용화가 현실이 되어가고 있는 것처럼, 전기가 에너지원인 항공기를 타고 해외로 가는 모습을 볼 날도 그리 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전기항공기 개발의 대표주자는 영국의 ‘롤스로이스(Rolls-Royce)’다. 롤스로이스하면 국내에서는 고급 승용차 제조사로 알려져 있지만, 사실 이 회사는 해외에서 항공기 엔진을 제조하는 기업으로 유명하다.
자동차 제조부문은 이미 오래전에 분리되어 별도의 길을 걷고 있다. 롤스로이스社는 현재 엔진 개발을 주력으로 하면서 전기항공기를 미래의 주력사업으로 삼고 이 분야에 과감한 투자를 하고 있다.
첨단기술 전문 매체인 뉴아틀라스(Newatlas)는 글로벌 항공기엔진 제작사인 롤스로이스가 오는 2020년까지 세계에서 가장 빠른 전기항공기를 선보이기 위해 여러 파트너사들과 함께 공동연구를 추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관련 기사 링크)
전기항공기의 역사는 비행기 역사와 비슷
전기가 에너지원인 항공기는 각종 첨단기술이 집약되어 있는 만큼, 최근 들어 개발되기 시작했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사실 전기항공기가 탄생한 시기는 비행기의 역사만큼이나 오래되었다.
전기항공기가 세상에 처음 선을 보인 것은 지난 1884년의 일이다. 당시 전기동력 기반의 비행선인 ‘라 프랑스(La France)’가 23분 동안 비행에 성공하여 커다란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그러나 석유같은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엔진이 전기를 사용하는 것에 비해 훨씬 더 저렴하고 효율까지 좋았던 관계로, 이후부터 엔진은 항공기의 필수 추진기관으로서 대세를 굳히게 되었다.
물론 전기를 사용하는 방법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은과 아연을 사용하는 배터리가 개발된 이후 리튬과 카드뮴을 소재로 하는 배터리까지 다양한 에너지 저장장치가 잇달아 개발되며 명맥을 유지해 나갔다.
배터리 성능은 개선되었지만, 경제성이 계속 발목을 붙잡으면서 전기항공기 개발은 더뎌질 수밖에 없었다. 그랬던 전기항공기 개발이 일대 전환을 맞게된 것은 바로 지구온난화 문제 때문이다.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엔진이 온실가스 배출의 주범으로 몰리면서, 육상에서와 같이 하늘에서도 온실가스 환경규제가 강화되기 시작한 것. 반면에 전기를 활용하는 추진기관은 드론이나 전기자동차 등에 적합한 고출력의 배터리 제작이 가능해지면서 드디어 전기항공기는 도약할 수 있는 기회를 잡게 되었다.
이에 대해 롤스로이스 관계자는 “항공사에 온실가스 감축 할당량을 배정시켜 비용부담을 높이게 만드는 것은 세계적 추세”라고 밝히며 “하지만 에너지원을 전기로 바꾸면 항공사 비용 부담이 10% 이상 저렴해지고, 객실 소음도 절반으로 줄일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전기항공기 개발이 목표
롤스로이스는 현재 전기항공기 개발과 관련하여 ‘따로 또 같이’ 전략을 쓰고 있다. 경쟁사라 할 수 있는 글로벌 기업들과 컨소시엄을 이뤄 공동으로 개발을 추진하는 한편, 해당분야 전문 스타트업들과 함께 독자적인 전기항공기 개발에도 나서고 있다.
우선 ‘같이’하는 전략으로는 ‘E-FanX’라는 이름의 전기항공기 개발 프로젝트를 꼽을 수 있다. 지멘스와 에어버스 등 이름만 들어도 알 수 있는 쟁쟁한 기업들과 공동으로 각자 맡은 바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롤스로이스는 이 프로젝트에서 2MW급 전기 터보팬을 공급하는 임무를 담당하고 있다. 또한 에어버스가 항공기의 설계와 조립을 맡고 있고, 지멘스는 탑재되는 시스템 전반을 맡는 것으로 역할분담이 이루어져 있다.
반면에 ‘따로’하는 전략으로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비행하는 전기항공기를 개발하는 프로젝트가 있다. 전기모터 전문 개발기업인 ‘야사(YASA)’와 항공기술 전문 스타트업인 ‘일렉트로플라이트(Electro Flight)’가 함께 참여하고 있지만, 사실상 롤스로이스가 모든 개발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상황이다.
아직 이름이 정해지지 않은 이 전기항공기는 프로펠러를 이용하여 비행하며 최고 속도는 시속 480km 정도다. 이는 지난 2017년에 지멘스가 세운 338km/h 보다 140km/h나 더 빠른 속도로서, 제트기보다는 느리지만 전기의 힘으로 하늘을 나는 항공기들 중에서는 가장 빠르다.
이와 관련하여 롤스로이스 관계자는 “한번 충전하면, 런던과 파리를 편도로 가기에 충분한 에너지를 확보할 수 있다”라고 언급하며 “더 멀리, 더 빠르게 달릴 수 있는 효율적인 친환경 비행기를 오는 2020년 까지 개발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문제는 역시 배터리다. 과거에 비해 배터리 성능은 괄목할만큼 발전했지만, 항공기에 탑재하기에는 아직까지 부족한 점이 많다. 가령 비행 중에 배터리가 소모됐을 때 공중에서 어떤 방법으로 충전할 수 있는지 등을 보완하는 기술 등을 개발하는 것이 급선무다.
이 같은 이유로 항공기 전기추진시스템은 과도기 형태인 하이브리드 방식이 될 공산이 크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이차전지나 태양전지 등의 동력원에서 전력을 공급받아 모터를 구동하되, 효율을 높이기 위해 연료전지나 내연기관을 결합한 하이브리드 방식으로 운영하다가 배터리 성능이 좀 더 개선되었을 때 완전한 전기방식으로 변경한다는 것이다.
- 김준래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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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19-01-16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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