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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응용과학
이성규 객원편집위원
2014-11-27

인디언의 기원, 정설로 굳어질까 베링해 유입설 뒷받침하는 연구결과 이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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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NA 분석법이 발달하면서 전 세계 모든 인류의 뿌리는 아프리카에서 비롯되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오직 모친의 난자를 통해서만 후손에 유전되는 미토콘드리아의 DNA를 역추적한 결과 인류 최초의 여성은 약 20만년 전 아프리카에서 살았던 여인이었던 것. 이것이 바로 그 유명한 ‘미토콘드리아 이브’이다.

그 후 부친의 정자를 통해서 유전되는 Y염색체를 그 같은 방법으로 역추적한 결과 최초의 남성인 아담도 아프리카에서 살았던 남자였던 것으로 밝혀졌다. 그런데 그 기원에 대해 의견이 분분한 인류학의 미스터리가 하나 남아 있다. 아메리카 원주민이 도대체 어디서 왔을까 하는 논란이 바로 그것이다.

지금까지 정리된 가장 유력한 가설은 아시아 북부와 아메리카 북서부를 연결하는 연륙교인 ‘베링기아(Beringia)’을 통해 시베리아에서 살던 아시아인이 이동했다는 것이다. 빙하기였던 3만년 전만 해도 아시아와 북아메리카는 두께 수백 미터의 거대한 얼음 덩어리 연륙교인 베링기아로 연결되어 있었다.

아메리카 원주민의 기원에 대해 베링해협 유입설을 뒷받침하는 연구결과들이 최근 이어지고 있다. ⓒ morgueFile free photo
아메리카 원주민의 기원에 대해 베링해협 유입설을 뒷받침하는 연구결과들이 최근 이어지고 있다. ⓒ morgueFile free photo

베링기아가 가장 넓었을 때는 폭이 1500킬로미터나 되었던 것으로 추정되며, 거기에 풀과 키 작은 나무들이 우거진 사이로 크고 작은 동물들이 서식하고 있었다. 실제로 지난 1983년 구소련의 지질학자들은 베링해의 해저에서 탐사를 통해 베링기아의 호수 및 하천들의 흔적들을 발견했다.

그러나 아메리카 원주민의 DNA 분석 결과, 폴리네시아인과 비슷하다는 연구결과가 나오면서 항해기술이 뛰어난 폴리네시아인이 태평양을 건너왔다는 설이 대두되었다. 브라질에서 원주민인 ‘보토쿠도스’를 대표하는 2개의 두개골에 대한 유전체적 선조가 폴리네이사인들이었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

대서양을 통해 유럽인들이 유입되었다는 설도 있다. 아메리카 대륙에서 발견된 고대인의 유골이 현재 원주민이나 아시아계 인류의 모습과 너무 다르고 오히려 유럽인의 외양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아메리카 대륙의 클로비스라는 석기 유물과 동일한 유물들이 스페인과 프랑스에서 발견되었다는 점도 그 증거 중 하나에 포함된다.

아메리카 이주 전에 유럽인 유전자 섞여

그밖에도 서아프리카인들이 멕시코 만류를 타고 남미에 도달했다는 설과 심지어 남극대륙에서 이주해 왔다는 설까지 다양한 가설들이 나오고 있다.

그런데 최근 이 같은 가설들이 왜 나오게 되었는지를 알려주는 연구결과들이 잇달아 발표돼 주목을 끌고 있다. 즉, 베링기아를 통한 베링해협 유입설이 가장 유력하다는 것인데, 그 외의 다른 가설들은 입지가 더욱 좁아지게 된 셈이다.

지난 5월 미국의 고고학자 제임스 채터스 박사팀은 ‘나이아의 소녀’에서 DNA를 추출해 분석한 결과, 베링기아 지역에 살았던 인류가 지닌 유전자 특질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나이아의 소녀’란 2007년 멕시코 유카탄 반도의 한 수중동굴에서 발견된 1만3000년 전의 소녀 유골이다.

애초 이 소녀의 유골은 작고 긴 얼굴 등의 특징이 현재 원주민과는 다르며, 오히려 유럽인과 닮은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유골의 사랑니 조직에서 추출한 DNA를 분석했더니 현재 아메리카 원주민만의 특징이 그대로 나타난 것. 따라서 최초 정착 원주민과 현재 원주민 모두 베링기아를 통해 넘어온 사람들의 후예임이 확인됐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다만 이 소녀의 얼굴형이 원주민보다 유럽인과 비슷한 것은 이주하기 전에 아시아인과 유럽인의 유전자가 서로 섞였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시베리아의 말타 마을에서 발견된 2만4000년 전 소년의 유골은 더욱 정확한 사실을 알려주고 있다. 이 소년의 DNA는 현존하는 인류의 온전한 게놈 중 가장 오래된 것이다. 덴마크의 코펜하겐대학 연구팀이 이 소년의 미토콘드리아 DNA를 분석한 결과, 유럽에서 발견되는 ‘하플로그룹 U’에 속한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

그리고 더욱 놀라운 것은 현대 아메리카 원주민의 조상 가운데 30%가 이 소년과 같은 유전자 풀에서 나온 것으로 밝혀졌다는 사실이다. 이에 따라 연구진은 아메리카 원주민의 선조들이 동아시아인들과 분리되어서 북쪽으로 이동하던 중 시베리아의 어느 지역에서 서부 유라시아로부터 온 사람들과 서로 조우하게 되었고, 서로 피가 섞이면서 이 소년과 같은 후손들이 생겨나게 된 것으로 추정했다. 이 후손들이 결국 베링기아를 건너면서 아메리카 원주민이 된 것이다.

즉, 일부 학자들의 주장처럼 아메리카 원주민의 조상이 유럽에서 아메리카로 직접 건너간 것이 아니라 시베리아를 거쳐 그곳 사람들과 섞인 다음 아메리카로 건너갔다는 주장이다. 지금까지 아메리카 초기 원주민들이 유럽인의 특징을 갖고 있는 이유가 밝혀지지 않았는데, 이번 발견으로 그 이유를 알게 되었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새로운 단서 제공해줄 쌍둥이 DNA 분석 중

현재 남아메리카에 살고 있는 원주민들이 폴리네이사인들과 유전적으로 비슷한 이유에 대한 정황도 밝혀졌다. 이스터섬에 살고 있는 원주민들의 DNA를 채집해 분석한 결과 이들이 14~16세기경 아메리카 원주민들과 접촉했다는 사실이 확인된 것.

이스터섬은 네덜란드 제독이었던 야곱 로게벤에 의해 1722년 처음 발견된 섬으로서, 남아메리카의 칠레로부터 약 3200킬로미터, 이웃 섬도 2250킬로미터나 떨어져 있는 인간의 거주지 가운데 가장 고립된 절해고도다. 이스터섬에 살고 있는 원주민들의 조상은 폴리네이사인이다.

그런데 최근 아메리카 원주민의 기원에 대한 새로운 단서를 제공해줄 수 있는 유골에 대한 DNA 분석이 시작됐다는 소식이다. 5년 전 알래스카의 타나마강 근처 ‘업워드 선 리버’에서 발견된 유아들의 유골이 바로 그것. 이 지역은 지난 25년 동안 북극의 베링기아 지역에서 이루어진 가장 중요한 고고학적 발견 중 하나로 꼽힌다.

알래스카에서 발견되는 아메리카 원주민 거주지역의 대부분은 단기적인 수렵 캠프인데 비해 이곳은 장기적인 정착지로서 주거 구조의 흔적을 포함한 유적이 발견되는 것이 특징이다. 연구팀의 추론에 의하면 1만1500년 전에 매장된 이 유아들은 쌍둥이로서, 한 명은 태어나자마자 죽었고 다른 한 명은 태어난 후 몇 달 지나지 않아서 죽었을 것이라고 한다.

이처럼 거주 구조물 안에서 아이들을 매장하는 것은 시베리아 동부의 우시키 유적지에서 보고된 바 있으며, 이러한 매장 행위는 베링해를 마주하고 있는 각 지역을 연결해주고 있다. 이 유아들의 DNA 분석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질 경우 아메리카 원주민의 기원에 대한 새로운 실마리가 나올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성규 객원편집위원
2noel@paran.com
저작권자 2014-11-27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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