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녀 주인공의 애틋한 사랑을 그린 드라마, 웅장하고 거대한 스케일을 자랑하는 SF영화, 차마 두 눈 크게 뜨고 관람하기조차 힘든 공포영화까지. 이런 다양한 장르들이 각각의 특성을 갖고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과 재미, 스릴을 선사할 수 있는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일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각 장면마다 사용되는 음악을 빼놓을 순 없다.
두 연인이 눈물의 재회를 하는 장면에 아무 음악이 없다면 그 감동은 감소할 것이다. 실제 음악이 미디어나 그를 관람하는 사람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것은 익히 알려져 있다. 가장 큰 예로 아무리 무서운 공포영화라 할지라도 소리 없이 관람하면 거의 공포가 느껴지지 않는 경우가 있다.
음악은 인류의 가장 위대한 발견에 속한다. 무엇이든 박자와 리듬을 낼 수 있다면 악기가 될 수 있다. 만들 수 있는 음악의 종류는 무한하며 기쁨, 슬픔 등의 감정 표현은 물론 몽환적이거나 웅장함과 같은 분위기까지 다양한 표현이 가능하다. 더욱이 시대가 갈수록 다양한 장르의 음악들이 계속해서 나오고 있으며, 과학기술의 발달로 현대인들은 매우 간단하게 이 음악들을 감상할 수 있다. 이에 현대인들은 ‘음악 중독’이라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닐 정도로 음악을 자주 듣고 있다.
쾌락을 가져다주는 도파민, 음악들을 때도 분비
음악 중독, 어찌 보면 맞는 표현이다. 음악은 인체에 마약과 비슷한 작용을 하기 때문이다. 최근 캐나다 맥길대의 신경심리학자 로버트 자토르(Robert Zatorre)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이 이에 대한 연구를 1월 9일자 네이처 신경과학저널에 발표했다. 추상적 자극인 음악이 음식, 마약, 섹스와 같이 뇌의 도파민 분비를 돕는다는 것. 직접 섭취하거나 행동함으로써 인체에 직접적인 자극을 줘 발생하는 현상이 아닌 만큼, 음악의 이런 효과는 의미가 있다.
도파민은 이미 많은 사람들에게 매우 잘 알려진 신경전달물질의 하나다. 도파민은 쾌락, 욕망, 기대감 등에 영향을 주는데 담배에 들어있는 니코틴이나 각종 마약 등은 이 도파민을 활성화 시켜 쾌락과 환각을 느끼게 하는 것이다. 도파민은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나 사랑을 느낄 때, 섹스를 할 때 등 즐거움이나 쾌락을 느끼는 다양한 상황에서 활성화 된다.
이 때문에 도파민은 세로토닌과 함께 ‘행복 호르몬’ 또는 옥시토신과 함께 ‘사랑 호르몬’이라 불리지만, 그 효과 때문에 여러 가지 중독을 일으키기도 한다. 마약, 담배를 끊지 못하거나 과도한 음식섭취로 비만이 되는 것 등도 이 때문이다.
음악도 마찬가지다. 도파민 분비를 촉진시키기 때문에 계속해서 음악을 듣고 싶게 되며 더욱 자극적인 것을 찾는 것이다. 실제 이번 연구에서 주목할 만한 점은 음악을 듣고 기분이 좋을 때, 음악의 최고조에서 얻는 기쁨에 대한 기대가 도파민을 활성화시킨다는 것이다.
즉 음악 소리의 감소와 증가 정도가 듣는 사람의 감정에 영향을 미친다고 볼 수 있다. 음악을 듣다보면 그 음악의 클라이맥스를 기다리게 되며 점점 더 큰 소리로 듣고 싶어지는 것 또한 같은 원리로 나타나는 현상으로 볼 수 있다. 이와 같은 현상들은 다시 한 번 그 쾌락을 경험하고 싶은 욕구를 낳아 중독성 또한 가지게 한다.
음악에 대한 기대감과 보상 효과로 쾌감 얻어
연구진은 실험대상자들이 좋아하는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가지고 실험을 진행했으며 그에 따라 반응하는 두뇌의 온도, 피부 전도율, 심장박동, 호흡 등을 PET(Positron Emission Tomography)와 fMRI(functional Magnetic Resonance Imaging)를 이용해 측정했다. 그 결과 감정적으로 최고조에 달할 때와 그것을 기대할 때 각각 뇌의 다른 부분에서 도파민이 분비된다는 것을 확인했다.
최고조를 기대하는 동안엔 두뇌 중 미상핵에서 도파민의 분비가 관찰됐으며 최고조에 다다랐을 땐 측좌핵에서 도파민이 분비됐다. 미상핵은 표정과 관계가 깊은 대뇌기저핵의 일부로써 사랑, 믿음과 같은 감정에 관여한다고 알려져 있고 최근엔 언어와 학습과도 연관이 있다고 밝혀졌다. 또한 측좌핵은 감정과 의욕 등에 관여하며 쾌감을 느끼는데 깊은 관계가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동일한 음악이 모든 사람에게 공통적으로 이와 같은 효과를 보이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자신이 좋아하며 만족감을 느낄 수 있는 음악만이 그에 대한 일종의 기대감과 보상심리를 자극해 도파민 분비를 촉진시킨다.
인간과 음악의 신비한 관계
일찍이 이와 같은 음악이 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는 계속 있어왔다. 어떤 이유로 인류가 음악을 사랑하고 즐겨왔는지에 대해 아직 명백히 드러난 바는 없다. “인간에게는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본능이 있다”는 견해가 있는가 하면 “태아일적 어머니의 뱃속에서 들어온 심장 박동 소리와 자신의 심장 박동 등으로 인해 박자와 리듬감에 영향을 받는다”는 의견도 있다. 또는 “음성을 통한 의사소통으로 인해 특정 음파에 뇌가 반응하게 되면서 이로부터 음악적 예술 감각이 발전했다”고 보기도 한다.
혹자들은 음악과 그 영향에 대한 과학적 분석들이 자칫 그로부터 받는 감동과 의미를 반감시킬 수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음악이 뇌에 미치는 영향 등을 밝힘으로써 그것이 인류와 사회에 얼마나 중요하며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에 대해 확인할 수 있음은 그 가치를 객관적으로 재확인 시켜줄 수 있다. 게다가 직접적 요소가 아닌 추상적 요소인 음악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함으로써 인간에 대한 보다 복합적인 이해를 가능케 할 수도 있다.
특히 이번 연구의 경우엔 인간의 경험에 따라 달라지는 가치와 보상 등에 대한 이해를 돕고 그 판단기준이 매우 다양하다는 것을 말해준다. 이는 인간의 기본욕구인 식욕, 성욕 등과 같이 동물적이고 간단한 요소뿐만이 아닌 더 고차원적인 요소에 대한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 조재형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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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11-01-21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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