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비료나 농약을 전혀 혹은 거의 사용하지 않는 유기농 식품은 환경친화적이고 좀더 안전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 소비자들의 선호도가 높다.
그러나 유기농법이 꼭 절대선은 아닐 수 있다. 최근 ‘유기농법이 재래식 농법보다 더 넓은 경작지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기후에 미치는 영향이 오히려 더 크다’는 국제협동연구팀의 연구 결과가 나왔다.
과학저널 ‘네이처’(Nature) 최근호에 발표된 이 연구에는 스웨덴 샬머스 과학기술대를 포함해 미국 프린스턴대와 독일 훔볼트대, 프랑스 국제환경발전연구센터 연구진이 참여했다.
연구팀은 토지 이용에 따른 새로운 기후 영향 평가방법을 개발하고, 다른 평가방법과 함께 유기농과 재래식 식품 생산을 비교했다. 그 결과 유기농 식품 생산이 훨씬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기후변화 영향 50~70% 더 커”
논문 공저자인 샬머스 과학기술대 스테판 비르세니우스(Stefan Wirsenius) 부교수는 “이번 연구에 따르면 스웨덴에서 재배된 유기농 완두콩은 전통적으로 재배된 완두콩보다 기후변화에 대한 영향이 50% 이상 큰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그는 “일부 식품의 경우에는 차이가 훨씬 크다. 예를 들어 스웨덴 유기농 겨울 밀은 그 차이가 70%에 달한다”고 지적했다.
유기농 식품이 기후변화에 매우 나쁜 영향을 미치는 이유는 단위면적당 수확량이 훨씬 낮기 때문이다.
유기농은 비료를 사용하지 않기에, 재래식 농법 산출량과 같은 양의 식량을 생산하려면 훨씬 더 많은 경작지가 필요하다.
이번 연구가 비상한 관심을 모으는 것은 유기농에서의 이 같은 토지 이용 차이가 기후변화에 큰 영향을 초래한다는 결론이다.
비르세니우스 교수는 “유기농법에서의 토지 이용 증가는 삼림 벌채로 이어져 간접적으로 이산화탄소 방출량을 늘린다”고 설명했다.
비르세니우스 교수에 따르면, 세계의 식량 생산은 국제 무역의 영향을 받는다. 즉, 스웨덴에서 어떤 농법을 사용하는가는 열대지방의 삼림 벌채에 영향을 준다.
따라서 같은 양의 식량을 생산하는데 더 많은 토지를 사용한다면 간접적으로 세계 도처에서 더 많은 삼림 벌채를 부추기는 꼴이라는 것이다.
비르세니우스 교수는 유기농 육류와 낙농제품도 기후변화의 관점에서 볼 때 전통적으로 생산된 것들보다 나쁘다고 주장한다.
그는 “유기농 육류와 우유 생산은 유기농 사료를 사용하기 때문에 역시 재래식 축산업보다 더 많은 토지가 필요하다”며, “이것은 원칙적으로 유기농 밀과 콩에서 나타난 결과가 똑같이 육류와 우유 생산에도 적용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비르세니우스 교수는 “다만 이번 논문에서는 육류와 우유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계산을 하지 않고 확실한 사례도 제시하지 않았다”라고 덧붙였다.
새로운 계산법 ‘탄소 기회비용’ 적용
연구팀은 ‘탄소 기회비용(Carbon Opportunity Cost)’이라는 새로운 계산법을 사용했다.
이 계산법은 삼림에 저장됐다가 벌채로 인해 공기 중으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의 양을 측정하는 것으로, 이번 연구에서 세계 최초로 사용된 것이다.
비르세니우스 교수는 “더 많은 토지를 사용하면 기후변화에 더 큰 영향을 준다는 사실은 유기농과 재래식 농법 사이의 초기 비교연구에서 종종 도외시됐다. 이는 큰 실수”라면서, “이번 연구 결과가 보여주듯이, 더 넓은 토지 사용이 초래하는 효과는 일반적으로 계산되는 온실가스 효과보다 몇 배 더 클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오늘날 스웨덴의 경우 정치인들이 유기농 식품 생산을 늘리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는데, 이는 심각한 문제”라고 말했다. 이 목표가 실행에 옮겨지면 스웨덴에서 식량 생산에 따른 기후변화 영향은 더욱 크게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 왜 초기 연구에서는 토지 이용과 이산화탄소 배출과의 관계를 고려하지 않았을까?
비르세니우스 교수는 이에 대해 “당시에는 효과를 측정할 수 있는 쉽고 편리한 방법이 없었다는 것이 중요한 이유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에 사용된 새로운 측정법은 비교적 쉽게 광범위한 환경 비교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소비자 측면에서 고려할 일
비르세니우스 교수는 “이번 연구 결과는 단순히 양심적인 소비자들이 비유기농 식품 구매로 전환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식품의 종류가 훨씬 중요한데, 예를 들면 유기농 콩이나 유기농 닭고기를 먹는 것이 전통적으로 생산된 쇠고기를 먹는 것보다는 기후변화에 훨씬 유리하다”고 조언했다.
또 유기농법이 농장의 동물 복지 등 재래식 식품 생산법에 비해 여러 가지 장점이 있는 것도 명백한 사실이다. 단지 이번 연구에 따르면 기후 영향 측면에서는 훨씬 더 나쁜 대안이라는 것이다.
때문에 기후변화에 영향을 미치지 않으면서 유기농 식품을 구매하려는 소비자들은 다른 종류의 육류와 채소를 택하는 것도 효과적인 대안이다.
예를 들어, 경성 치즈를 비롯해 쇠고기와 양고기를 콩과 같은 채소 단백질로 대체하는 것은 가장 효과가 크다. 또 쇠고기와 양고기 대신 돼지고기와 닭고기, 물고기와 계란을 택하는 것도 기후변화에 대한 영향을 상당히 줄일 수 있다.
서로 다른 환경목표 사이의 갈등
유기농법에서는 비료를 사용하지 않는다. 그 목표는 에너지와 토지, 물과 같은 자원을 장기적이고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사용하는 것이다.
유기농 작물들은 일차적으로 토양에 존재하는 영양소를 통해 자라난다. 여기에서의 주요 목표는 생물다양성을 높이고 동물과 식물의 지속가능성 사이의 균형을 유지하는 일이다. 화학살충제 대신 자연적으로 파생된 살충제만을 사용한다.
이와 같은 유기농 식품은 소비자의 건강, 동물 복지, 환경정책의 다양한 측면에 초점을 두고 있다. 이 같은 주장에는 분명히 나름의 근거가 있다.
다만 스웨덴의 국립식품관리청(National Food Administration)과 다른 기관들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유기농 식품이 재래식으로 경작된 식품보다 더 건강에 좋고 환경친화적이라는 과학적 근거는 부족하다는 것이다.
특히 유기농이라고 해서 한 가지 방법만 있는 것은 아니다. 여러 농장 간 차이가 크며, 우선 순위로 두는 환경 목표에 따라 해석이 다르다. 현재의 분석방법으로는 모든 측면을 완벽하게 포착하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이번 연구팀은 토지 이용 증가로 인해 유기농 식품이 기후에 악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한다. 이런 주장의 근거로 연구팀은 스웨덴 농무성의 통계와, 2013~15년 사이 유기농과 재래식 농법에서의 헥타르 당 생산량 통계를 사용했다.
“바이오연료에 대한 투자는 이산화탄소 방출을 증가시킨다”
한편 연구팀은 토지 사용 측면에서 오늘날의 바이오연료(biofuels)에 대한 투자 역시 기후변화에 해롭다고 주장했다. 유기농과 같은 논리로 바이오연료를 생산하기 위해 작물 재배에 필요한 토지가 필요하기 때문에 삼림 벌채가 늘어난다는 것이다.
연구에 따르면, 모든 일반적인 바이오 연료(밀, 사탕수수와 옥수수의 에탄올, 야지 기름, 유채, 콩의 바이오디젤)의 경우 이산화탄소 비용이 화석연료와 디젤로부터 나오는 배출량보다 크다.
연구팀은 또한 쓰레기나 부산물에서 나오는 바이오연료는 이런 영향은 적지만 쓸모가 크지는 않다고 밝혔다.
이들은 스웨덴 신문(Dagens Nyheter)에 발표한 ‘바이오연료에 대한 연구 결과(The investment in biofuels increases carbon dioxide emissions)’를 통해 “경작 가능한 모든 작물로 만든 바이오연료는 온실가스 배출량이 높아서 기후변화에 현명한 선택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 김병희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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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18-12-14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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