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컬럼비아대가 이끄는 천체물리학자팀이 우리 은하수 중심부에 있는 초대형 블랙홀인 궁수자리(Sagittarius) A*(Sgr A*) 주위에 12개의 블랙홀이 실제 존재한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확인하는데 성공했다.
이 블랙홀들의 존재는 수십 년 전부터 예견된 일로, 이번 발견에 따라 중력파 연구에서의 큰진전과 함께 우주를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는 새로운 창이 열리게 됐다.
논문 제1저자이자 컬럼비아대 천체물리학 연구실 공동 원장인 척 헤일리(Chuck Hailey) 박사는 “큰 블랙홀과 작은 블랙홀이 상호작용하는 방식에 대해 알고자 하는 모든 것을 이 블랙홀들의 분포를 연구함으로써 배울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초질량 블랙홀들이 다른 작은 블랙홀들과 어떻게 상호 작용하는지를 다른 은하계에서는 볼 수 없기 때문에 우리 은하계는 실제로 이를 연구할 수 있는 유일한 은하”라며, “어떤 점에서 우리 은하는 이 현상을 연구할 수 있는 유일한 실험실”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는 과학저널 ‘네이처’(Nature) 5일자에 발표됐다.

20년 탐색 실패 끝에 이번에 개가
이론적으로 대형 은하 중심부에 있는 태양 질량의 5만배가 넘는 초질량 블랙홀(supermassive black holes, SMBH) 주위에는 수천 개의 블랙홀이 존재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그러나 지난 20년 동안 연구자들은 열심히 이 블랙홀들을 찾아 나섰으나 증거를 찾는데 실패했다.
헤일리 박사는 “10만 광년 넓이의 전체 은하계에서 겨우 60개 정도의 블랙홀만 알려져 있으나 불과 6광년의 거리에 지금까지 아무도 발견하지 못 했던 1만~2만 개의 블랙홀이 존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며, “지구에서 가장 가깝고 따라서 연구하기도 가장 쉬운 SMBH인 Sgr A*주위의 블랙홀들에 대해 광범위한 탐색이 이뤄졌으나 지금까지 확실한 증거는 별로 찾지 못 했었다”고 밝혔다.
헤일리 박사에 따르면 Sgr A*는 가스와 우주 먼지 후광으로 둘러싸여 있으며 이 가스와 먼지는 거대한 별들이 탄생할 수 있는 완벽한 증식처가 돼 별들이 태어나고, 죽고, 거기서 블랙홀로 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후광의 외부에 있는 블랙홀들이 에너지를 상실하면 SMBH의 영향권 안으로 끌려들어가 SMBH의 힘에 의해 포로로 붙잡혀 있는 형국이 된다는 것.
비활성화 상태의 희미한 블랙홀 탐색에 눈 돌려
갇혀있는 블랙홀의 대부분은 고립돼 있는 반면, 일부는 지나가는 별을 붙잡아 함께 결합돼 연성(連星, stellar binary)을 형성한다. 연구자들은 은하수 중심에 이같이 고립되거나 결합된 블랙홀들이 밀집돼 있으며, SMBH와 거리가 가까워질수록 더 조밀해 지는 밀도 첨단부(density cusp)를 형성한다고 믿고 있다.
과거에는 그런 첨단부의 증거를 찾기 위해 종종 블랙홀 연성들에서도 일어나는, X선 빛이 밝게 퍼져나오는 폭발 모습을 찾는데 집중했으나 실패에 그쳤다.
헤일리 박사는 “그것이 블랙홀을 찾으려고 할 때 사용하는 명백한 방법이지만 은하수 중심부는 지구에서 너무 멀리 떨어져 있어 우리가 볼 수 있을 정도로 강하고 밝은 폭발은 겨우 100년이나 1000년에 한번 있을까 말까 하다”고 지적했다. 헤일리 박사팀은 이 때문에 블랙홀 연성들을 탐색하기 위해서는 이 연성들이 비활성화 상태에 있을 때 발하는 좀더 희미하지만 안정된 X선을 찾는 것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헤일리 박사는 “블랙홀 연성들이 중성자 별 연성들처럼 일상적으로 큰 폭발을 일으킨다면 찾기가 쉬울 텐데 그렇지 않기 때문에 다른 방법을 찾아야 했다”고 말했다. 고립되고 짝을 짓지 않은 블랙홀들은 그냥 검기만 하고 아무 일도 하지 않기 때문에 고립된 블랙홀을 찾는 것은 현명한 방법이 아니었다. 그러나 블랙홀이 낮은 질량의 별들과 만나 짝을 지으면 약하지만 지속적이고 감지 가능한 X선 폭발 현상을 나타낸다. 그는 “만약 낮은 질량의 별과 결합된 블랙홀들을 찾을 수 있다면 얼마나 많은 블랙홀들이 낮은 질량의 별들과 짝을 지을 것인지 알 수 있기 때문에 과학적으로 고립된 블랙홀들의 수를 추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중력파 연구에 큰 진전 이룰 것”
헤일리 박사팀은 찬드라 X선 관측장비의 기록 데이터를 활용해 자신들의 기술을 테스트했다. 그리고 비활성 상태에 있는 블랙홀-저 질량 연성의 X선 신호를 검색해 Sgr A*로부터 3광년 이내에 있는 12개의 블랙홀을 찾을 수 있었다. 연구팀은 이어 식별된 블랙홀 연성 시스템의 특성과 공간 분포를 분석해 Sgr A* 주위에 300~500개의 블랙홀-저 질량 연성과 약 1만개의 고립된 블랙홀이 존재해야 한다고 추론했다.
헤일리 박사는 “이번 발견은 주요 이론을 입증하는 한편 많은 의미를 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전형적인 은하의 중심부에 있는 블랙홀 갯수를 알면 얼마나 많은 중력파 관련 일들이 블랙홀과 관련이 있는지를 알 수 있기 때문에 중력파 연구를 크게 진전시킬 것”이라며, “천체물리학자들이 필요로 하는 모든 정보는 바로 은하의 중심에 있다”고 강조했다.
- 김병희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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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18-04-05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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