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상에 출현했다 사라진 네안데르탈인과 데니소바인 그리고 현생인류는 생존했던 시기가 겹친다.
때문에 남녀가 서로 만났다면 성적 접촉을 가질 기회가 있었고, 이는 실제 현생인류나 화석 인류의 유전체 분석을 통해 확인된다.
과학저널 ‘네이처’(Nature) 22일자에는 네안데르탈인 어머니와 데니소바인 아버지를 가진 딸아이의 뼈 조각을 분석한 논문이 실려 관심을 모은다. 멸종된 호미닌의 ‘이종 교배’ 화석 뼈를 발견해 DNA를 정밀하게 분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데니소바인(Homo sapiens denisova)과 네안데르탈인(Homo sapiens neanderthalensis)은 현재 생존해 있는 호모 사피엔스(homo sapiens sapiens)와 가장 가까운 친척들이다.
막스플랑크 진화인류학 연구소(MPI-EVA) 연구원이자 세 명의 논문 제1저자 가운데 한 사람인 비비안느 슬론(Viviane Slon) 박사는 “우리는 예전의 연구에서 틀림 없이 네안데르탈인과 데니소바인 남녀가 결합해 때때로 아이를 가졌었다는 사실을 알았다”며, “실제로 두 그룹 간의 접촉에서 탄생한 자녀를 찾아낼 수 있을 만큼 운이 좋을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고대의 개인은 단 하나의 작은 뼈 조각으로도 재현될 수 있다. 캐나다 토론토대의 벤스 비올라(Bence Viola) 박사는 “이 뼈 조각은 긴 뼈의 일부로서, 뼈 조각의 주인공은 적어도 13세 정도 됐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네안데르탈인, 유라시아 서부와 동부 이동
연구대상 뼈 조각은 러시아의 고고학자들이 2012년 러시아의 데니소바 동굴(Denisova Cave)에서 발견했다. 뼈의 단백질 구성을 토대로 사람족인 호미닌(hominin)의 뼈로 확인된 뒤 유전자 분석을 위해 독일의 라이프찌히로 가져갔다.
데니소바 동굴에서는 몇 차례에 걸쳐 고인류의 어금니와 손가락 뼈가 발견돼 이를 이용해 데니소바인의 미토콘드리아 DNA와 유전체를 분석했다.
논문 공저자인 막스플랑크 진화인류학 연구소의 파브리치오 마페소니(Fabrizio Mafessoni) 박사는 “이 유전체가 흥미로운 점은 모계 쪽의 네안데르탈인과 부계 쪽의 데니소바인 등 두 집단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연구팀은 뼈 주인공의 어머니가 일찍이 데니소바 동굴에 살았던 네안데르탈인들보다 서유럽에 살았던 네안데르탈인에 유전적으로 더 가깝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이것은 네안데르탈인들이 사라지기 몇 만년 전 서부와 동부 유라시아 지역을 오갔다는 사실을 나타낸다.
“네안데르탈인과 데니소바인 자주 교류”
또한 유전체 분석에 따르면 데니소바인 아버지의 가계를 거슬러 올라가면 적어도 한 명 이상의 네안데르탈인 조상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논문 공저자인 같은 연구소의 벤자민 베르노(Benjamin Vernot) 연구원은 “우리는 이 단일 유전체로부터 네안데르탈인과 데니소바인 사이에 수많은 상호 교류가 있었음을 발견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 연구소의 진화유전학부 책임자인 스반테 패보(Svante Pääbo) 박사는 “유전체가 분석된 매우 적은 수의 고대인 가운데 네안데르탈인과 데니소바인 혼혈아를 발견한 것은 놀라운 일”이라고 밝혔다.
그는 “네안데르탈인과 데니소바인들은 만날 기회가 많지 않았을 것”이라며, “그러나 그들이 일단 만나면 우리가 이전에 생각했던 것보다는 훨씬 더 많이 성적 접촉을 가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호미닌 사이의 ‘이종 교배’ 여러 차례 일어나
한편 학계에서는 초기 구석기시대와 중석기시대에 현생인류와 네안데르탈인, 데니소바인 그리고 미확인 호미닌들 사이에 여러 차례에 걸친 독립적 ‘이종 교배’ 사건들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유라시아에서는 현생인류와 ‘유라시아 하이델베르크인’으로부터 유래된 네안데르탈인 및 데니소바인들 사이의 이종 교배가 7만년 전 인류의 ‘아프리카 탈출’을 전후한 10만년 전과 4만년 전 사이에 수 차례 일어났다는 것.
현대 유럽과 아시아인들의 유전체에는 네안데르탈인의 유전체가 1~6% 정도 포함된 것으로 분석됐고, 유라시아인들 가운데는 오세아니아와 동남아시아 원주민들에게 고인류의 혼혈 비율이 가장 높은 것으로 알져진다. 현대 멜라네시아인들은 데니소바인 유전체를 4~6% 정도 갖고 있는 것으로 밝혀져 있다.
그러나 사하라 사막 아래 지역에 살고 있는 현대 아프리카인 대부분에게서는 여러 독립적 혼혈 사건과 일치하는 고인류의 대립형질이 발견되기는 했으나, 네안데르탈인과 데니소바인 조상을 가진 흔적이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진다.
- 김병희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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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18-08-23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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