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사율 100%인 아프리카 돼지열병(African Swine Fever, ASF)이 최근 우리나라와 교류가 잦은 중국, 몽골, 베트남, 캄보디아 등으로 확산됨에 따라 정부가 국내 유입을 막기 위한 방역관리 대책 강화에 나섰다.
양돈 농가의 남은 음식물 자가처리 급여를 제한하고, 불법 휴대 축산물의 반입을 원칙적으로 차단하기 위해 과태료를 최고 1000만 원까지 상향 조정했다. 또 이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기 위해 국민생활과학자문단은 지난 9일 ‘아프리카 돼지열병 폐사율 100%, 어떻게 대비해야 하나’를 주제로 포럼을 열었다.
ASF, 백신도 치료약도 없어 폐사율 100%
물렁 진드기를 매개체로 발병하는 아프리카 돼지열병은 중화항체 결여와 유전적 다양성 등으로 아직까지 예방을 위한 백신이 없을 뿐 아니라 치료약도 없어 치사율 100%에 이르는 치명적인 제1종 가축전염병이다.
가장 큰 문제는 ASF 바이러스의 생존기간이 길고 물리적‧화학적 저항성이 강하다는 것이다. ASF 바이러스가 열에는 약해서 70도에서 30분 가열하면 완전 살균되지만, 살코기나 분쇄육으로 있을 때는 생존기간이 105일, 냉장육 110일, 염장육 182일, 건조육 300일 등이다. 냉동육의 경우는 1000일이나 된다.
유한상 서울대 수의학과 교수는 “ASF 바이러스가 고온에는 약하지만, 저온에서는 고도의 저항성을 갖고 있다. pH 3.9 이하의 강산과 pH 11.5 이상의 강알칼리에 저항성이 높아 4도 보관 혈액에서는 18개월까지 생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것이 하몽이나 육포처럼 염지하거나 건조한 돈육 가공식품에서 ASF 바이러스가 발견되는 이유다.
때문에 유럽의 비발생지역으로 ASF 바이러스가 유입된 경로도 공항이나 항만을 통한 경우가 많았다. 여객기나 여객선에서 남은 음식물 쓰레기가 돼지의 사료로 사용되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김유용 서울대 식물동물생명공학부 교수는 국내 양돈농장에서도 잔반 사료 이용을 전면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양돈농가, 잔반 사료 사용 금지해야
그는 “그동안 환경부가 음식물 쓰레기 처리를 위해 잔반 사료 사용을 권장해 왔기 때문에 아직도 약 200여 개 농장에서 잔반 사료를 사용하고 있다”며 “ASF 유입 차단을 위해서는 이를 강제적으로라도 막아야 하는데, 이것이 자칫 음식물 쓰레기 대란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시행되지 않고 있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ASF 바이러스 유입 경로는 야생 멧돼지들의 이동을 통해서다. 올해 초 ASF가 발생한 벨기에에서는 감염지역 주변의 야생 멧돼지 포획을 통해 개체수를 줄이고 있다. 또한 야생 멧돼지 사체에서도 ASF 바이러스가 오래 생존하기 때문에 이에 대한 검색과 제거를 철저히 하고 있다.
체코에서는 야생 멧돼지에게 먹이 주는 것을 금지하고 있으며, 감염지역 내에서 야생 멧돼지를 발견한 사람에게 보상금을 지급하고 있다. 죽거나 사냥된 야생 멧돼지들은 모두 ASF 검사를 실시한 후, 렌더링 공장에서 안전하게 폐기하고 있다.
때문에 우리나라에서도 DMZ 부근의 야생 멧돼지 살처분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김유용 교수는 “동물복지정책을 펼치고 있는 덴마크에서도 올해 말까지 모든 야생 멧돼지를 살처분하기로 했다. 이는 ASF가 그만큼 위험하기 때문”이라며 “중국이나 러시아의 ASF 바이러스가 북한의 야생 멧돼지를 통해 전염될 수 있으므로 DMZ 부근의 야생 멧돼지를 모두 살처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DMZ 부근의 야생 멧돼지 살처분해야
아울러 “만약 ASF 바이러스가 유입된다면 현재 국내 사육 중인 1000만 두의 돼지 가운데 10%는 살처분 될 것이고, 그 피해액은 약 1조 원 이상이 될 것으로 추정된다. 양돈산업은 물론 관련된 식품업계까지 심각한 타격을 받을 것이고 국내 돈육의 생산 기반이 약화되어 자급률이 50% 이하로 떨어지게 될 것"이라며 "철저한 ASF 차단만이 가장 좋은 예방책”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유한상 교수는 “최근 미국 캔자스 주립대학에서 곡물 사료 속에서도 ASF 바이러스가 오래 생존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며 “이로써 곡물 수출입을 통해 ASF 바이러스의 대륙간 이동도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것이 확인됐기 때문에 국가 간 공조 협력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게다가 “지난해 8월 발생한 중국의 ASF가 10개월 만에 중국 전역으로 퍼졌는데 그 이유 중 하나가 ASF에 감염된 돼지를 살처분하지 않고 도축하여 식용으로 사용했기 때문”이라며 “중국이나 다른 ASF 발생국 여행시에는 축산농가 방문을 자제하고 축산식품을 절대 가져와서는 안된다”고 당부했다.
이날 포럼 패널토론에서 선우선영 케어사이드 이사는 “인수공통 전염병이 아닌데도 막연한 두려움을 가질 수 있기 때문에 정부는 ASF에 관한 정확한 정보를 국민들에게 제공해야 하고, 양돈업에 종사하는 분들은 개인이 재산적 피해를 입지 않으려면 스스로 농장 검역을 더욱 철저히 챙겨서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 김순강 객원기자
- pureriver@hanmail.net
- 저작권자 2019-05-10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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