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옥신(Dioxin)이라는 물질이 있다. 고엽제의 주성분으로 불리는 화합물질이다. 베트남 전쟁에서 미군이 무차별적으로 사용, 지금도 고통을 호소하고 있어 인간이 만든 최악의 물질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다이옥신은 미세한 양이라도 기형아 출산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환경호르몬의 일종으로 염소나 브롬을 함유하는 산업공정이나 PVC 등이 포함된 쓰레기를 소각할 때 부산물로 생성된다. 특히 쓰레기 소각장에서 다량의 다이옥신이 배출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온 국민이 난리를 친 적이 있다.
한국기계연구원 김석준 박사(53·연소환경그룹)는 이런 위험천만한 쓰레기 소각 처리에 20년을 몰두해온 과학자다. 김 박사는 쓰레기를 소각할 때 발생하는 다이옥신을 제거하는 기술을 개발해 오는 9월 상용화를 앞두고 있다. 연구원내에 이미 설치를 마치고 시험로가 가동 중이다. 내년에는 상용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의 팀이 개발한 기술은 이처럼 인체에 해로운 다이옥신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데 기여할 예정이다. 현재의 기술로 쓰레기를 소각하면 0.1ng(나노그램)/㎥의 다이옥신이 배출되는데 김 박사가 개발한 기술을 적용하면 0.01ng/㎥으로 줄일 수 있다.
김 박사가 선보인 기술은 우리나라에서는 독자적인 열분해용융 시스템. 쓰레기 처리때 단순히 소각하지만 말고 아예 녹이자는 개념이다. 이 시스템을 적용하면 PVC 계열 쓰레기를 태울 때 발생하는 다이옥신 등 불순물을 고온의 용융로에서 거의 완벽하게 제거할 수 있다. 즉 열분해로에서 1차로 쓰레기를 소각하고 이를 1천도가 넘는 용융로에 보내 완벽하게 불순물을 녹이는 시스템이다. 지금까지의 쓰레기 처리는 열분해로에서 처리해 왔기 때문에 다이옥신 배출을 막을 수 없었다.
“쓰레기를 소각할 때는 대개 플라스틱 계통의 물질이 산소와 반응을 하면서 다이옥신이 배출되는데 이번에 개발한 열분해용융로는 산소와의 반응을 차단해 오염물질의 배출을 획기적으로 줄였습니다.”
최종 부산물인 용융 슬래그는 재활용도 가능하다. 보통 쓰레기 1t을 처리하면 5kg정도의 슬래그가 나오게 된다. 슬래그의 재활용 제품은 대표적으로 강력한 내화벽돌이 있다. 일부는 도로의 표면 밑을 채우는 기층재로도 쓰인다. 열분해 용융시스템이 본격적으로 운영되면 제품화가 이루어질 예정이다. 이런 장점 때문에 열분해 용융 시스템 개발 분야 연구는 선진국의 각축장이다. 특히 일본과 독일은 활발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10여가지의 기술이 이미 시장에 나와있다. 국내에는 경남 양산에 첫 100t규모의 대규모 열분해 용융시스템 2기가 건설 중이다. 물론 일본제품이다.
하지만 김 박사는 내년 쯤 국내 기술을 적용한 열분해 용융로 시스템을 선보일 것이라고 장담했다.
“우리나라도 결국은 현재의 소각로 체제에서 열분해 용융시스템으로 가야 한다고 봅니다. 국산제품이 상용화 단계이지만 앞으로 2~3년 내로 이 시스템이 대세로 자리잡을 것입니다.”
국내 생활폐기물의 소각 처리 비율은 16% 정도(2002년 기준). 하지만 일본이 78%를 소각 등으로 처리하는 것을 감안할 때 우리나라도 갈수록 비율은 올라갈 전망이다. 실제로 우리나라는 오는 2011년까지 30%대를 목표로 잡고있다.
과제도 만만치 않다. 가장 큰 문제는 초기 투자 비용이 많이 들어간다는 것. 열분해용융시스템의 건설비용은 t당 2억원 수준이다. 200t 짜리 대형시스템을 건설하려면 400억원이라는 거액이 든다.국내 29개(2002년 기준)의 소각시설을 대체하려면 천문학적인 비용이 들어간다. 때문에 김 박사가 계획하고 있는 것은 기존 소각 시스템을 업그레이드 하는 방안. 열분해 방식인 현재의 소각로에 융용시스템을 함께 붙이는 방식이다. 쉽지는 않지만 불가능한 것만도 아니라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쓰레기 처리 문제는 민간이 나서는 것 보다는 정부 차원에서의 대책마련이 필요합니다. 초기 투자 비용이 많이 들어가기 때문이지요. 정부가 보다 더 관심을 갖고 과감한 투자를 하지 않고서는 쓰레기 처리 문제는 해결되지 않을 것입니다.”
- 구남평 객원기자
- 저작권자 2005-04-21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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