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이 의료계에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되고 있다. 26일 영국의 공립대학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ICL, Imperial College London)’은 특히 의료 분야에서 인공지능을 활용한 새로운 시도들이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다고 밝혔다.
대표적인 것이 ‘가상 심장(Virtual Heart)’이다. 올해 초 대학 의료진은 엔지니어들과 협력해 머신러닝(machine learning)을 이용해 심장질환 환자의 사망 가능성을 이전보다 훨씬 더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대학부설 해머스미스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250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심장의 움직이는 모습을 MRI로 촬영해 분석했다. 그리고 환자로부터 수집한 3만여 개의 특징들을 종합해 ‘가상의 입체화된 심장’을 모사했다.

머신러닝 학습시킨 후 ‘가상 심장’ 만들어
이 ‘가상심장’을 활용하면 심장질환 환자들의 상태를 파악할 수 있다. 특히 심장의 펌프기능이 급격히 저하돼 혈액순환이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죽음에까지 이르는 심부전(heart failure) 가능성을 미리 알아낼 수 있다.
연구에 참여한 디클런 오레건(Declan O'Regan) 박사는 “예측이 어려운 심장치료에 인공지능을 도입해 환자 상태를 정확히 예측할 수 있었다.”며, “향후 ‘가상 심장’이 심장질환 치료에 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예측했다.
심장질환 환자들을 위해 휴대폰을 활용한 위치추적 시스템이 도입된 것은 이미 오래 전의 일이다. 심장에 돌발 사태가 발생할 경우 환자가 있는 곳을 향해 구급차를 급파할 수 있다. 최근 들어서는 인공지능을 통해 이 추적 시스템이 더 정교해지고 있다.
ICL 연구진은 머신러닝으로 하여금 1만 명의 실험 참가자로부터 수집한 데이터를 학습하게 한 후 그 학습결과를 기반으로 휴대폰을 통해 환자 상태를 예측할 수 있는 알고리듬 ‘구조용 AI(AI to the rescue)’를 만들었다.
연구에 참여한 이브-알렉산드레 드 몽조예(Yves-Alexandre de Montjoye) 박사는 “이 기술을 테스트한 결과 멀리 떨어져 있는 약 50만 명의 고혈합 환자들을 성별, 나이에 따라 정확히 분석해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박사는 “이 기술을 활용할 경우 산악지역과 같은 오지에서 큰 고통을 겪을 수 있는 환자들을 사전에 미리 탐지해 심장질환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는 등 심장이 취약한 사람들에게 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동안 광합성, 아미노산 반응과 같은 대사 작용을 연구해오던 과학자들은 정밀한 관찰을 위해 매우 짧은 파장의 엑스레이 빔(X-ray beam)을 사용해왔다. 그러나 빠르게 파장이 일어나는 만큼 정확한 분석이 힘들었다.
엑스레이, fMRI 영상 분석 인공지능이 담당
연구진은 머신러닝을 적용해 엑스레이가 만들어내는 영상 분석을 시도했다. 그리고 이전까지 분석이 힘들었던 세밀한 영상을 포착하는데 성공했다. 화학 반응을 통해 발생하는 원자, 심지어 전자의 움직임까지 포착할 수 있었다.
존 마란고스(Jon Marangos) 교수는 “인공지능을 통해 순간 포착이 가능한 알고리듬 ‘분자 영화(molecular movies)’를 제작했다.”며, “이 기술을 통해 생물학, 화학 등 기초과학 연구에 큰 발전을 도모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ICL의 마자 판틱(Maja Pantic) 교수는 그동안 컴퓨터를 통해 사람의 비언어적인 행위를 분석해왔다. 그리고 최근 로봇 ‘제노(Zeno)’를 선보였다. 이 로봇은 시·청각 기능은 물론 사람 개개인을 알아볼 수 있는 안면인식 기능을 지니고 있다.
상대방에 대해 자연스러운 대화와 함께 학습 기능을 지니고 있다. 판틱 교수는 “이 로봇이 어린아이들로부터 큰 인기를 끌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축적된 지식을 기반으로 자폐증에 걸린 아이들과 대화를 나눌 수 있다.”며 의료용으로 활용 가능성을 시사했다.
실제로 이 로봇을 통해 언어장애가 있는 자녀가 말문이 열렸다는 사례가 보고되고 있다. 연구진은 이 로봇의 기능을 ‘휴먼 터치(Human Touch)’라 명명했다. 다양한 기능을 추가해 또 다른 분야에서 치료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
그동안 신경계 촬영이 가능한 fMRI(기능성자기공명영상)는 연구자들에게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공급해왔다. 그러나 뇌 신경계의 구조적인 복잡성 때문에 신경구조를 해석하고 그 기능을 파악하는데 큰 어려움을 겪어왔다.
이 문제를 인공지능이 해결하고 있다. 로미 로렌츠(Romy Lorenz) 교수팀은 fMRI 데이터에 머신러닝을 적용했다. 그리고 학습기능을 축적해 기존 컴퓨터로 분석이 힘들었던 뇌 신경구조와 기능을 상세하게 분석할 수 있었다.
로렌츠 교수는 “이 기술을 적용해 사람대신 뇌과학 연구를 수행할 수 있는 ‘오토매틱 뉴로사이언티스트(neuroscientist)’를 완성하고 있다.”고 밝혔다. fMRI 영상을 주입할 경우 사람처럼 데이터 분석이 가능한 인공지능을 말한다.
교수는 이외에도 방사선사 역할을 대행하는 ‘오토매틱 래디올로지스트(automatic radiologist)’, 심리학자를 대신할 수 있는 ‘오토매틱 사이콜로지스트(automatic psychologist)’ 등도 가능하다고 밝혔다.
사람이 수행해오던 연구 영역을 인공지능이 대신해가고 있는 중이다. 관계자들은 그동안 불가능했던 일들을 인공지능이 더 많이 수행하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많은 연구자들이 일자리를 잃을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 이강봉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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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17-12-27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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