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 어떤 일에 생각이 꽂혀 사로잡히면 아무리 원하지 않아도 자꾸 그 생각을 되풀이해서 꺼내고 생각하고 곱씹는 때가 생긴다. 좋은 추억이나 기억이라면 물론 마음을 즐겁게 할 것이다.
그러나 만약 되풀이되는 그 생각이 아주 불쾌한 것이거나, 치명적인 손해나 아픔을 줬던 것이었다면, 도돌이표 같이 돌고 도는 기억은 아주 부정적인 효과를 내서 마음을 병들게 하는 것이다.
꼭 마음을 병들게 하는 치명적인 것은 아니더라도, 일상생활 가운데 소소한 걱정이나 근심 또는 집착에 빠져드는 것은 거의 모든 사람들에게 공통된 현상이다. 돈 걱정, 직장 걱정, 일 걱정, 자녀에 대한 근심 등으로 마음을 끓이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가?
근심걱정이 하루만 지나면 없어질 것들이 많기 때문에, 그것이 얼마나 어리석은지 달래보지만, 이 불유쾌하고 불청객은 머릿속에 찰떡같이 달라붙어서 쉽게 떠날 줄을 모른다.
PTSD, 조현병은 화학적 신경전달물질과 연관
문제는 이런 증상이 심해지면 치명적인 정신적 질환으로 발전한다는 점이다. 강박장애(OCD)나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를 겪는 사람부터 우울증이나 정신분열증 모두는 이런 증상을 보인다.
도대체 무엇이 잘 못 됐을까?
지금까지 사람의 ‘행동’을 조절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는 곳은 두뇌의 전전두피질(prefrontal cortex)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최근의 연구결과는 전전두피질이 사람의 ‘생각’을 조절하는데 있어서도 역시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전전두피질은 매스터 통제관 역할을 하기 때문에 다른 두뇌영역을 조절하는데 예를 들어서 해마가 기억을 관장하게 하고, 운동피질(motor cortex)이 행동을 관장하게 한다.
최근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Nature Communications)에 발표된 논문에서 영국 캠브리지대학(University of Cambridge) 테일러 슈미츠(Taylor Schmitz)박사와 마이클 앤더슨 교수는 ‘생각하기/생각안하기’ (Think /No-Think) 과정을 탐구하는 연구를 벌였다.
이번 연구는 사람들이 자신을 괴롭히는 생각을 머리에서 몰아내려고 할 때 전전두피질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를 확인하기 위한 것이다.
연구팀은 실험 참가자들에게 서로 관련이 없는 한 쌍의 단어를 줬다. 예를 들어 ‘시련/바퀴벌레’나 ‘이끼/북쪽’ 같은 것이다. 다음 단계에서 녹색 신호가 들어오면 쌍을 이룬 단어를 기억하도록 하고, 빨간색 신호가 들어오면 쌍을 이룬 단어를 생각하지 않도록 했다.
즉 '시련'이라는 단에를 나타내는 신호가 빨간색으로 표시되면, 참가자들은 '시련'을 응시하면서도 짝을 이룬 단어인 '바퀴벌레'는 생각하지 않도록 했다.
그리고 이런 과정에서 두뇌안에서 어떤 현상이 벌어지는지를 측정한 것이다.
실험이 진행되는 동안 연구팀은 실험 참가자들의 두뇌를 기능성자기공명장치(fMRI)와 자기공명분광(magnetic resonance spectroscopy)장치로 관찰했다. fMRI 장치는 뇌 안의 혈액흐름을 관찰하는 장치이고 자기공명분광 장치는 화학적 변화를 측정하는 도구이다.
앤더슨 교수와 슈미츠 박사는 원치 않는 생각을 억제 할 수 있는 능력이 신경전달물질인 가바(GABA)에 의존하는 것을 발견했다. 가바는 신경 세포 사이의 메시지 전달을 가능하게 하는 뇌 내의 화학 물질이다.
두뇌의 해마에 있는 가바(Gaba)라는 화학물질의 농도가 가장 높은 참가자들이 원하지 않는 생각을 억제하는데 가장 탁월한 능력을 보여줬다. 신경전달물질인 GABA가 원하지 않는 생각을 떠오르게 하는 잘못된 습관과 연관이 있는 것이다.
이번 발견은 정신분열이나 집착 또는 PTSD와 같은 정신적인 질환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한다. “이번 발견으로 우리는 점점 더 자세하게 알기 시작했다”고 이번 연구를 이끄는 마이클 앤더슨(Michael Anderson)교수는 말했다.
앤더슨 교수는 “지금까지 우리는 ‘두뇌의 이런 부분이 이런 일에 연관이 되어 있다’라고만 말했지만, 이제 우리는 어떤 전달물질이 더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에 이야기할 수 있게 됐다”고 덧붙였다.
정신질환의 원인을 이해하는데 도움
연구진은 건강한 청년중에서도 신경전달물질인 가바가 덜 발달한 경우, 전전두 피질에서 해마 활동을 효과적으로 통제할 수 없었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원치 않는 생각을 억제하는 데 훨씬 어려움을 겪는 것을 발견했다.
이번 발견은 정신분열증에 관한 오랜 질문 중 하나에 대답 할 수 있다. 정신 분열병에 걸린 사람들은 '과잉 행동' 해마를 앓고 있으며 이는 환각과 같은 생각의 무단침입 증상과 관련이 있다.
슈미츠 박사는 “해마에서 과다 활동을 일으키는 환경적 및 유전적 영향은 조현병 등 이상한 생각에 사로집히는 일련의 질환의 근원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해마에서의 이상 활동은 PTSD, 불안 및 만성 우울증과 같은 광범위한 증상에서 볼 수 있다. 이들은 모두 지나친 걱정이나 과거를 곱씹으면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병리학적 증상을 포함한다.
과학자들은 두뇌의 해마에 있는 신경전달물질인 가바의 활동을 조절하는 것이 이같은 질환을 치료하거나 다루는데 좋은 결과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심재율 객원기자
- kosinova@hanmail.net
- 저작권자 2017-11-06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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