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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과학·의학
심재율 객원기자
2017-03-24

과학자들이 분석한 사랑이란? 과학서평 / 끌림의 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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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무엇이더냐? 눈물의 씨앗이라고, 큐피드의 장난이라고, 아니면 고상하게 포장해서 운명이라고 또는 바람이라고 말할 수 있다. 시인과 예술가들은 온갖 미사여구로 사랑을 화려하게 포장한다.

풍습을 연구하는 학자들은 인간의 성생활이 어떻게 변해왔는지를 연구할 것이다. 윤리와 도덕의 기준으로 보면 아가페 사랑, 플라토닉 사랑, 에로스 사랑으로 나눌지 모른다.

그렇다면 과학자들은 사랑을 어떻게 볼까? 생물학과 진화학과 사회학을 결합하면 사랑은 호르몬의 조화(造化)이다. 좀 다르게 표현하면 호르몬의 장난에 놀아나는 생물학적, 사회학적, 화학적 현상일뿐이다.

오죽하면 책 제목을 'The Chemistry Between Us' 라고 했을까. ‘끌림의 과학’으로 번역된 이 책은 동물과 인간의 사랑은 호르몬 작용의 절대적인 영향을 받는다는 내용을 시종일관 과학적이면서도 재미있게 설명해준다.

알파고가 프로바둑 기사인 이세돌을 4대1로 가볍게 물리친 뒤 사람들은 ‘바둑마저 컴퓨터에게!’ 허무하게 무릎 꿇은데 대해 실망했다면, 이 책을 읽고서는 ‘인간의 사랑마저!’ 놀랄 것 같다.

생물학부 세미나에서 호르몬이 사랑에 얼마나 깊이 간여하는지를 설명하면 학생들이 기분나빠했다고 한다. 그토록 신비한 감정 경험이 고작 호르몬의 작용으로 환원된다는데 놀라는 것이다.

새끼 밴 쥐 옥시토신 분비 300배로 늘어

쥐를 대상으로 실험했더니 암컷은 새끼를 배면서 에스트로겐 프로락틴 옥시토신 같은 호르몬이 분비된다. 진통이 시작되면 태반의 옥시토신 수용체는 최대 300배로 늘어난다. 신체만 바꿔놓는 것이 아니라, 어미의 뇌도 바뀌어 ‘모성회로’를 형성한다. 생각 자체가 바뀌는 것이다. 실험쥐 뇌의 모성회로를 차단하자, 쥐는 어미노릇을 하지 않았다.

이 원리는 인간에게도 그대로 적용되었음이 그 후의 여러 실험에서 드러났다. 아기가 젖을 빨거나, 기분이 좋아 방긋방긋 웃으면 엄마의 뇌에서는 ‘도파민 생성’이라는 보상이 나타난다.

엄마의 뇌는 ‘도파민 선물’을 받았기에 더욱 아기와의 스킨십을 강화하면서 친밀하고 다정하게 양육한다는 것이다. 물론 이 설명만이 전부는 아닐 것이다. 그러나 호르몬의 입장에서 보면, 이같은 설명은 매우 논리적이고 과학적이다.

래리 영, 브라이언 알렉산더 지음 권예리 옮김 / 케미스토리 값 15,000원 ⓒ ScienceTimes
래리 영, 브라이언 알렉산더 지음 권예리 옮김 / 케미스토리 값 15,000원

자연분만이 좋은 이유도 호르몬 입장에서 설명이 가능하다. 태아가 산도를 지나면서 질과 자궁경부를 압박하면, 이 압박에 의해 신호가 발생한다. 이 신호가 뇌에 도달하면 뇌의 시상하부의 뇌실곁핵에서 옥시토신이 분비된다. 산모는 ‘옥시토신 분비’라는 보상체계를 얻었기 때문에 아이에 대한 애정이 더 깊어진다.

절대적이고 희생적이라는 산모와 아기의 관계도 이렇게 호르몬을 대입하면 보상체계로 설명이 되니, 계산이 안 따를 수 없는 남녀간의 사랑은 더 말할 나위가 없다.

미녀배우이자 신비주의자이며 가톨릭 신자였더 모드 곤은 아일랜드의 위대한 시인 윌리엄 버틀러 예이츠를 고상한 우정같은 방식으로 사랑했다. 그러다가 마침내 20년만에 잠자리를 같이 한 다음에야 ‘친구’에서 ‘그대’가 됐다고 한다.

여성은 성관계를 하면 옥시토신을 분비하면서 ‘모성회로’를 작동시킨다고 이 책은 설명한다.

그러므로 어렸을 적에 학대를 받거나 보호를 받지 못한 사람이 성장해서 겪는 비정상적인 인간관계의 폐해는 매우 크다.

후생유전학 영향도 호르몬 못지 않게 중요

다행인 것은 과학자들이 모든 것을 호르몬의 탓으로 돌리지 않는다는 점이다. 후생유전학이라고 하는 분야의 연구도 다양하다. 엄마의 사랑을 덜 받았을지라도 후천적 사회적으로 많은 사람이 다정하게 안아주거나, 매우 친밀한 관계를 형성하는 경험을 하면, 사람과의 긍정적인 유대관계를 얼마든지 만들 수 있다.

호르몬은 혼외사랑에도 영향을 준다. 일부일처제에서 배우자에게 성실한 것이 미덕으로 여겨지지만, 이성과 눈빛을 주고 받으면서 신경화학반응이 일어나 옥시토신과 바소프레신이 분비되면서, 기쁨과 만족을 주는 도파민이라는 보상품이 생기는 순간, ‘혼외’는 ‘낭만’과 ‘로맨스’로 쉽게 포장된다.

전세계 수많은 남자들은 아무것도 모른 채 다른 남자의 아이를 기르고 있다. 연구결과가 정확하지는 않지만, 이 책의 저자는 하와이에서 한 연구는 이 비율은 2.3%, 스위스 연구는 1% , 멕시코 연구는 12%였다고 설명한다. 저자는 ‘간단하게 설명하면 외도는 결혼중에 30~40%, 결혼하지 않은 일부일처관계에서는 50%이고 자녀의 최대 10%가 다른 남자의 유전자를 받았다’고 한다.

그렇다고 호르몬이 모든 것을 다 결정할까? 물론 아닐 것이다. 과학적인 공식과 원리에 벗어나는 사례를 찾으라면 아마 이 책 보다 더 많은 분량이 나올 것이다. 호르몬의 장난에서 벗어날 방법은 다양한다.

이성이 감정을 이기면 가능하다. 감정에 충실한다고 해도, 호르몬의 종노릇하는 본능 보다 배우자에 대한 ‘동료애’가 중요하다는 원칙에 충실하다면 극복될 수 있다. 사회신경과학자인 래리 영(Larry Young)과 저널리스트인 브라이언 알렉산더(Brian Alexander) 두 저자가 내놓은 대책이다.

DNA에 들어있는 정보는 전체 유전정보의 5% 밖에 안된다고 한다. 시간이 흐르면 호르몬의 영향 못지 않게 더 많은 요소가 인간관계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 아마도 설명될 것이다.

심재율 객원기자
kosinova@hanmail.net
저작권자 2017-03-24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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