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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래 객원기자
2016-11-28

바다 아닌 민물에서도 김이 난다 삼척에서 자라는 희귀종… 영양적 가치 높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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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보면 뜻밖의 존재를 만나게 되는 경우가 가끔씩 발생한다. ‘민물김’이 바로 그런 존재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김은 바다에서만 자라는 해조류라 알고 있지만, 사실은 계곡물에서 자라는 녹조류 김도 있다.

민물김의 존재에 대해 그동안 사람들이 제대로 알 수 없었던 데에는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다. 한반도에서도 강원도 지역, 그것도 삼척시의 소한 계곡이라는 곳에서만 서식하는 희귀종 중의 희귀종이었기 때문이다.

인공적으로 배양해 본 민물김 사례 ⓒ 강원발전연구원
인공적으로 배양해 본 민물김 사례 ⓒ 강원발전연구원

이 같은 민물김이 최근 들어 본격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한 이유는 그나마 얼마 되지 않는 개체수마저 급격하게 감소하고 있어서다. 서식지가 줄어들고 개체수가 감소하는 이유에 대해 아직 명확한 분석은 나오지 않았지만 환경오염에 따른 영향이 큰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에 따라 강원도와 삼척시는 서식지인 삼척시 소한계곡을 생태·경관 보존지역으로 지정하여 보호하고 있고, 민물김을 고부가가치 지역특화 작물로 육성하는 등의 제도 마련에 힘을 쏟고 있는 상황이다.

서식 환경이 까다롭고 생태적 특성도 독특

민물김은 Prasiola japonica라는 학명을 가진 녹조류의 일종이다. 국제적인 희귀종인 만큼 서식환경이 까다롭고 생태적 특성도 매우 독특하다.

우선 서식지의 경우 석회암으로 이루어져 있고, 거기에 용천수까지 흘러야 하는 조건을 갖춰야 한다. 또한 일 년 내내 13℃ 내외의 서늘한 온도가 유지되어야 하고, 약알카리성을 띤 물이 빠르게 흐르는 계곡물이 있어야 한다.

사실 이런 서식 환경을 갖추고 있는 장소는 소한 계곡 외에도 한 곳이 더 있었다. 바로 강원도 영월군에 있는 막골 계곡이었다. 하지만 이곳의 민물김은 과거 1960년대의 탄광개발에 따른 영향으로 인해 모두 사라지고 말았다.

일본의 민물김 양식장 전경 ⓒ 강원발전연구원
일본의 민물김 양식장 전경 ⓒ 강원발전연구원

생태적 특성으로는 잎의 모양과 생식(生殖)을 꼽을 수 있다. 민물에서 자라는 녹조류 중에서는 유일하게 잎의 모양이 나뭇잎과 같은 엽상(葉狀) 형태를 띠고 있고, 생식도 일 년에 두 번씩 유성생식과 무성생식을 통해 증식한다.

이 같은 서식 환경과 생태적 특성을 동시에 만족하는 곳으로는 전 세계에서 국내의 소한 계곡과 일본의 후지산 인근 및 큐슈 지역이 유일하다. 일본 큐슈에서 자라는 민물김은 이미 다양한 종류의 가공 상품으로 거듭나고 있다.

삼척에서 민물김이 처음 발견되었을 때만 하더라도 일본은 자신들의 민물김과 다르다는 입장을 내놓았으나, 분석검사를 실시한 결과 이들의 유전자 염기서열이 100% 일치한다는 것이 확인됐다.

당뇨 치료 및 항암 분야의 신약 가능성

민물김이 최근 들어 주목을 받고 있는 가장 큰 이유로는 멸종 위기에 처한 희귀종이라는 점도 있지만, 그보다는 영양학적인 면에서 볼 때 우수한 성분과 탁월한 효능을 지녔기 때문이라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민물김에 들어있는 영양학적 가치를 몰랐던 옛날에도 이 지역 주민들은 산후 조리를 위한 음식으로 미역국 대신 민물김을 먹었을 정도로 이 조류가 갖고 있는 효능에 대해 무한한 신뢰를 보내고 있다.

강원발전연구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실제로 민물김 안에는 우수한 성분이 다량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바다에서 나는 재래김 및 파래김에 비해 수분과 탄수화물의 구성요소가 높았으며, 칼슘이나 아연 같은 무기질 함량도 더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민물김에 다량 함유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진 만니톨(mannitol)에 대해 강원발전연구원의 관계자는 “만니톨은 부종을 빼주는 데 매우 효과적인 성분으로서 바다에서 나는 김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성분”이라고 밝히며 “이 외에도 만니톨은 삼투압성 이뇨작용을 통해 뇌압을 낮추어 주는 데도 효과적인 물질”이라고 덧붙였다.

민물김과 재래김의 성분 비교 ⓒ 강원발전연구원
민물김과 재래김의 성분 비교 ⓒ 강원발전연구원

이 외에도 민물김은 당뇨 치료제와 항암 치료제로서의 가능성도 보여주고 있다. 민물김 성분에는 말초조직 내의 당 흡수율을 높여 혈중 당 농도를 효과적으로 조절하는 것으로 나타나 민물김에 의한 당 조절이 가능하다는 것이 확인된 것.

또한 민물김은 대장암에 특이적으로 높은 약리효능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는데, 정상적인 세포에 대한 독성은 낮은 반면 암세포에 대해서는 빠르게 사멸 효능을 보이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 같은 결과에 대해 전문가들은 선택적 항암제나 안전한 천연물 항암제로의 개발 가능성이 기대된다고 평가했다.

한편 멸종 위기를 맞고 있는 국내 민물김의 증식을 위해 양식 기술을 개발하려는 움직임이 본격적으로 추진되고 있어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일본의 경우는 규슈지역 민물김을 양식하는데 성공함으로써 다양한 가공식품으로 만들어 지역경제 발전에 상당한 도움을 주고 있다.

우리나라는 일본에 비해 많이 늦었지만 현재 강원발전연구원과 강릉원주대가 공동으로 포자 배양기술 및 양식기술 개발에 힘쓰고 있는 상황인데, 지금까지의 연구결과를 살펴보면 종 보존을 위한 민물김 포자의 배양기술은 확보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와 관련하여 강원발전연구원의 관계자는 “이제부터 콘크리트 수로 등 다양한 현장조건을 마련하여 포자를 이식하고 배양하는 연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하며 “다만 민물김의 독특한 생태 특징과 서식환경 등을 고려하면, 대량으로 생산하기 까지 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말했다.

김준래 객원기자
stimes@naver.com
저작권자 2016-11-28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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