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맵’ 시스템을 통해 미세먼지 문제에 대한 해결방안을 찾는 방법이 지난 1일 롯데월드타워에서 열린 ‘2019 KISTEP 사회문제 커넥팅 토론회’에서 집중적으로 다루어져 주목을 끌었다.
‘문제맵’이란 국민적 관심이 높은 각종 사회문제를 전주기적 관점과 문제 해결 시스템 측면에서 종합 분석하는 문제 정의 방식으로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지정 사회문제과학기술정책센터(KISTEP 사회혁신정책센터)가 개발한 고유의 분석 틀이다.
사회적 문제의 전주기를 원인과 진행, 그리고 현상 및 영향 등 4단계로 나누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문제 해결 시스템 혁신을 6대 유형으로 구분하여 접근하는 것이 문제맵의 핵심이다. 6대 유형은 △정보제공 △제품서비스개발 △프로세스 △조직형성 △법규제 △행동 등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후원하고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이 주최한 이번 행사는 각종 사회 문제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환기시키고, 이에 대한 과학기술적 해법을 모색하자는 차원에서 마련되었다.
LA시에서 발생한 스모그 사태를 문제맵으로 분석
‘LA 공기질 관리 시스템 혁신사례와 한국 사회의 미세먼지 문제맵’이라는 주제로 기조발제를 맡은 이승규 KISTEP 사회혁신정책센터장은 “LA시의 스모그 사태 이후 과학기술과 사회정책이 70년에 걸쳐 함께 만들어 온 사회적 문제 해결 시스템 구축 결과를 문제맵으로 분석해 보았다”라고 밝혔다.
지난 1943년 LA시에서 발생한 스모그 사태는 대기오염과 관련된 전 세계적 이슈 중에서 1952년도에 발생한 영국의 런던 스모그 사태와 함께 가장 유명한 사건들 중 하나로 꼽히는 환경문제다.
과거에는 볼 수 없었던 초유의 스모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LA시는 수년에 걸쳐 원인을 추적했고, 그 결과 급증한 자동차 배기가스가 스모그의 원인임을 파악했다. 이후 1960년대부터 차량 배기가스를 규제하면서 대기오염은 조금씩 개선되기 시작했다.
이 센터장은 “그렇다고 LA시의 대기오염 문제가 완전히 해결된 것은 아니다”라고 언급하며 “LA를 포함한 캘리포니아주는 미국의 다른 지역에 비해 여전히 대기오염이 심한 지역이어서 지금도 지속적으로 개선 노력이 진행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가 개발한 문제맵을 적용하여 LA의 대기오염 상황을 분석해 본 결과, 18개의 세부 문제로 유형화할 수 있었다”라고 밝히며 “이는 원인과 현상, 그리고 영향을 고려한 다음, 7개의 절차를 반영하여 매트릭스 형태로 구성된 시스템”이라고 말했다.
18개 문제로 유형화한 문제맵들을 살펴보면 원인 단계에는 배기가스 오염물질 발생억제 기술 및 제품개발이 포함되어 있고, 현상 단계에는 정부 차원의 오염 데이터 수집이 들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영향 단계에는 대기오염의 인체영향에 대한 광범위한 연구가 제시되었다.
이 센터장은 “문제맵을 적용하여 LA시가 추진했던 공기질 관리 시스템 혁신방안을 분석해 본 결과, 크게 5개의 성과를 거두었다”라고 전하며 해당 성과에 대한 내용을 제시했다.
LA시가 거둔 5개 성과로는 △오염 현황 및 오염으로 인한 영향 파악으로 해결방안 모색의 토대 마련 △다양한 제품과 기술을 통해 문제 해결 수단 확대 △대기오염 물질의 배출이 저감되고 주민들의 건강 개선 △장기 청사진과 거버넌스 구축 등으로 강력한 규제 실행 토대 확보 △주민들 스스로 실내 대기질과 건강을 관리할 수 있는 기반 마련 등이 꼽힌다.
LA시의 공기질 관리 시스템 혁신 사례가 제시하는 시사점에 대해 이 센터장은 “선제적인 제도 수립이 과학기술 성과를 창출했고, 확산의 촉매제가 되었다”라고 언급하며 “반면에 연구결과를 토대로 관련 제도 및 정책의 과학화를 도모할 수 있다는 점도 역설적 성과로 보인다”라고 평가했다.
미세먼지 대책 기구와 관계 부처 간의 역할 중요
LA시의 공기질 관리 시스템 혁신사례를 바탕으로 구성된 ‘한국 사회의 미세먼지 문제맵’에서는 19개의 세부 문제가 제시되었다. 사회적 수요 및 관련 전문가들이 논의한 이슈를 바탕으로 미세먼지 문제를 전주기적 관점과 문제해결시스템 측면에서 종합적으로 분석한 결과였다.
특히 원인과 관련된 세부 문제로 ‘월경성 미세먼지의 국내 유입 관련 측정 및 영향에 대한 정보 부족’이 화제가 되었다. 미세먼지의 이동경로나 국내 유입량 측정 및 영향에 대한 파악이 미흡하기 때문에 나타난 문제였기 때문이다.
이 센터장은 “중국발 미세먼지 이동경로와 국내 유입량 산출, 모니터링 등 측정 및 영향 규명을 위한 정보의 부족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하며 “이 외에 최근 급증하고 있는 고농도 초미세먼지의 발생과 관련된 정보가 부족하다는 것도 문제맵이 진단한 세부문제”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미세먼지 문제와 관련된 빅데이터 정보는 공유나 활용면에서 볼 때 미흡한 것이 사실이다. 빅데이터로 활용할 수 있는 정확한 현황 파악과 예측 프로세스가 수집한 데이터의 부실로 인해 제대로 적용할 수 있는 경우가 많지 않아서다.
이 같은 문제점에 대해 이 센터장은 “관계 부처나 지방자치단체들 간의 유기적 협력 및 연계체계가 이루어져야만 해결이 가능하다”라고 전하며 “특히 미세먼지 대책 기구들과 관계 부처 간 역할이 불명확한 점은 반드시 해결되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발표를 마무리하며 이 센터장은 “LA시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미세먼지 문제가 해결이 불가능한 것만은 아니다”라고 전제하며 “과학기술과 사회정책이 연계된다면, 정확한 문제 정의와 실효성 있는 정책 방안의 마련을 기대할 수 있으므로 이를 위한 구체적인 방향 제시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 김준래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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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19-07-02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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