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타임즈 로고

기초·응용과학
김병희 객원기자
2019-02-28

물방울의 오묘한 색, 어떻게 생길까 ‘구조적 색채’ 원리 확인해 예측 모델 개발

  • 콘텐츠 폰트 사이즈 조절

    글자크기 설정

  • 프린트출력하기

아이들이 비눗물을 묻혀 공중으로 불어내는 크고 작은 비눗방울은 무지개색으로 빛나 보는 이를 즐겁게 한다. 방울 표면이 이렇게 무지개색으로 보이는 것은 반투명한 표면이 빛을 굴절시키기 때문이다.

비눗물이 아닌 표면이 투명한 맑은 물방울도 적절한 조건에서는 잉크나 염료를 첨가하지 않고도 화려한 색상을 연출한다.

이 무지갯빛 효과는 빛이 물체의 기하학적 구조와 상호작용하는 방식으로 색채를 발생시키는 ‘구조적 색채(structural color)’에 기인한 것이다.

미국 펜실베이니아주립대와 매서추세츠공대(MIT) 연구팀은 과학저널 ‘네이처’(Nature) 28일 자에, 투명하고 미세한 물방울 안개로 덮여 있고 단일 흰색 전구로 조명된 표면이 어떻게 물방울 크기가 똑같은데도 불구하고 밝은 무지개색을 띨 수 있는가를 설명하는 연구를 발표했다.

구조적 색채에 대한 이 새로운 해석은 화려한 색상의 화장품과 색상이 변경되는 페인트, 혹은 주변 환경에 적응하는 위장색을 개발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보는 각도에 따라 달라지는 ‘구조적 색상’

연구를 이끈 로렌 자르자(Lauren Zarzar) 펜실베이니아주립대 화학과 조교수는 “우리는 통상 염료나 안료를 이용해 색을 얻는데, 이 색 재료들은 특정 파장의 빛을 선택적으로 흡수하거나 분산시키는 분자들을 함유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보는 각도에 따라 변화하는 구조적 색상은 이와 다르다. 자르자 교수는 “구조적 색상은 빛 간섭을 일으키는 방식으로 빛과 재료가 상호작용해 생성된다”라고 말하고, “구조적 색상은 종종 무지개 빛깔로서 우리가 보는 색상은 보는 각도와 빛의 각도에 따라 다르며, 이 같은 사례는 오팔이나 나비 날개, 무당벌레와 새의 깃털이 띠는 색상에서 찾아볼 수 있다”라고 말했다.

연구팀은 비누와 세제에 쓰이는 액체의 표면장력을 줄여주는 수성 계면활성제와 점도가 다른 기름을 혼합해 만든 투명한 물방울 유화액을 연구하면서 이 같은 현상을 먼저 파악했다.

깨끗한 배양접시에서 물방울 간의 상호작용을 관찰하면서 물방울들이 놀랍도록 다채로운 색깔을 띠고, 보는 각도에 따라 색이 변한다는 것을 알았다.

이후 연구팀은 따뜻한 물을 가득 채운 배양접시의 뚜껑 위에서 물이 응축되도록 하는 것만으로도 같은 색감 효과를 낼 수 있었다.

각기 다른 밀도의 기름과 수성 계면활성제를 혼합해 만든 투명 물방울 유화제를 각각 다른 배양접시에 담아놓았다. 이 기름 방울에 백색광을 비추면 보는 방향에 따라 다른 색을 반사한다. 이번의 새 연구는 구조적 색채가 물방울의 내부 전반사와 물방울의 크기 및 곡률에 따라 어떻게 형성되는지를 설명했다.  CREDIT: Zarzar laboratory, Penn State
각기 다른 밀도의 기름과 수성 계면활성제를 혼합해 만든 투명 물방울 유화제를 각각 다른 배양접시에 담아놓았다. 이 기름 방울에 백색광을 비추면 보는 방향에 따라 다른 색을 반사한다. 이번 연구는 구조적 색채가 물방울의 내부 전반사와 물방울의 크기 및 곡률에 따라 어떻게 형성되는지를 설명했다. ⓒZarzar laboratory, Penn State

 

반구 형태에서 ‘내부 전반사’ 광학 효과

논문 제1저자로 펜실베이니아주립대 재료과학 및 공학과 대학원생인 에이미 구들링(Amy Goodling) 연구원은 “우리는 기름과 계면활성제가 특별한 내부 구조를 가진 물방울을 생성하기 때문에 한동안 이 물방울들을 연구해 왔다”라며, “크기가 균일한 물방울을 만들기 시작하면서 색채에 관심이 가 이 분야 연구에 뛰어들었다”고 밝혔다.

그럼 색채는 어디에서 유래되는 것일까? 연구팀은 색채가 무지개를 만들어내는 것과 같은 현상에 의해 나타날 것이라고 생각했다. 무지개는 햇빛이 둥근 빗방울 속으로 들어가 빗방울 뒤쪽에서 휘어지거나 굴절돼 다른 각도로 반사될 때 형성된다.

이런 효과를 설명할 수 있는 모델링을 주도한 MIT 대학원생 새라 네이걸버그(Sara Nagelberg) 연구원은 “처음에 무지개를 만드는 효과를 따르다가 나중에 무지개와는 매우 다르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라고 말했다.

색깔을 내는 물방울은 무지개를 형성하는 것과 같은 완벽하게 둥근 구형은 아니다. 표면에 응축되는 물방울과 특화된 기름 및 계면활성제 물방울의 내부 구조는 반구나 돔 같은 모양을 가지고 있다.

맑은 물방울에서 나오는 구조적 색채. 투명 플라스틱 시트에 응축된 미세 물방울이 크기에 따라 다른 색을 반사하고 있다.  CREDIT: Zarzar laboratory, Penn State
맑은 물방울에서 나오는 구조적 색채. 투명 플라스틱 시트에 응축된 미세 물방울이 크기에 따라 다른 색을 반사하고 있다. ⓒZarzar laboratory, Penn State

빛은 반구에서 둥근 구형에서와는 다르게 작용한다. 특히 반구 안과 바깥 사이의, 빛이 얼마나 빠르게 물체를 통과하는가를 잴 수 있는 반구의 곡선과 굴절률의 급격한 변화로 인해 완벽한 구체에서는 불가능한 ‘내부 전반사(total internal reflection)’라는 광학 효과를 나타낸다.

내부 전반사는 빛 일부가 굴절로 소실되지 않고 100% 모두 반사되는 특정 각도에서, 빛이 상이한 굴절률을 가진 물질 사이의 경계면에 부딪힐 때 발생한다. 이와 대조적으로 무지개를 만드는 빗방울은 들어오는 빛의 약 5%만을 반사하고 나머지는 통과시킨다.

 

반구 통과하며 간섭효과에 의해 색깔 발생

연구팀은 일단 빛이 반구형 물방울로 들어가면 두 번, 세 번 혹은 그 이상의 여러 경로를 튕겨 다니다 또 다른 각도로 빠져나온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물방울 속에서 서로 다른 경로를 택한 광선들이 물방울을 빠져나오면서 서로 보태지고 간섭하는 방식이 색을 나타낼지의 여부를 결정하게 되는 것이다.

논문 공저자인 마티아스 콜(Mathias Kolle) MIT 기계공학과 조교수는 “그것은 마치 수영장에서 파도를 일으키는 어린이들과 같다”라고 말했다.

그는 “아이들이 수영장 안에서 각자 원하는 대로 한다면 작은 무작위 파형들만 생기게 된다”며, “그러나 아이들이 힘을 합쳐 끌거나 잡아당기면 큰 파도를 만들 수 있고 그것은 물방울에서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즉, 특정한 색깔이 나타나는 위상으로 파도를 만들면 이 색상은 더 강렬해진다는 것.

물방울에 있는 기름에서 반사된 펭귄 이미지. 파랑과 녹색을 반사하는 각 유형의 물방울 이미지가 표시됐다. 펭귄은 가벼운 반응성 계면활성제를 사용해 물방울 모양으로 광패턴화해서 만들었다.  CREDIT: Zarzar laboratory, Penn State
물방울에 있는 기름에서 반사된 펭귄 이미지. 파랑과 녹색을 반사하는 각 유형의 물방울 이미지가 표시됐다. 펭귄은 가벼운 반응성 계면활성제를 사용해 물방울 모양으로 광패턴화해서 만들었다. ⓒZarzar laboratory, Penn State

 

“건강에 무해한 화장품이나 페인트 제조에 응용 가능”

연구팀은 물방울의 내부 전반사와 함께 물방울의 크기와 곡률 같은 특정 구조와 광학 조건이 주어졌을 때, 물방울이 생성하는 색깔을 예측할 수 있는 모델을 개발했다.

네이걸버그 연구원과 콜 교수는 이런 모든 변수들을 수학적 모델에 통합해 물방울이 만들어내는 빛을 예측해 냈다. 자르자 교수와 구들링 연구원은 이어 실험실에서 만들어낸 실제 물방울에 대한 모델의 예측을 테스트했다.

이 모델은 예를 들면 물방울 기반의 리트머스 시험이나 메이크업 제품, 페인트, 디스플레이 등에서 색이 변하는 가루나 잉크를 생산할 수 있는 설계 지침으로 활용될 수 있다.

콜 교수는 “밝은 색을 내기 위해 소비재 제품에 사용되는 합성염료는 건강에 해로울 수도 있다”며, “이런 염료 중 일부는 강력하게 규제되고 있기 때문에 업체들은 그런 염료를 대체하기 위해 구조적 색채가 사용 가능한지를 문의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그는 “연구팀의 신중한 관찰과 모델링 등의 연구 노력 덕분에 답이 나올 수 있을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일상에서 경험하는 것들을 이제야 설명”

단일 광원에서 빛을 받는, 크기가 정확하게 조절되는 물방울들은 그 주위를 움직이면서 보면 파란색에서 녹색과 노랑, 빨강으로 옮겨가면서 화려한 색상을 만들어낸다. 그리고 물방울의 크기와 모양이 변하면 색깔도 바뀐다.

자르자 교수는 “정말 멋진 것은 간단한 몇 가지 주방용품을 가지고 누구라도 이런 효과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점”이라며, “사실 따뜻한 음식이 담긴 용기 등을 투명한 랩으로 쌀 때 이런 현상을 이미 보았을 텐데, 복잡한 실험 장비가 필요한 현상이 아니라 지금까지 아무도 이를 설명하지 않았을 뿐”이라고 말했다

연구팀은 액체 물방울 외에도 다양한 투명 폴리머 재료로 된 작고 단단한 뚜껑과 돔들을 3D 프린터로 출력해서 유사한 색상 효과를 관찰했고, 이 색상들은 연구팀의 모델로 예측이 가능했다.

연구팀은 이 모델이 색상이 바뀌는 응용제품들의 물방울이나 입자를 디자인하는데 사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콜 교수는 “물방울의 크기와 형태 및 관찰 조건을 조정해 누구나 원하는 색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말했다.

김병희 객원기자
hanbit7@gmail.com
저작권자 2019-02-28 ⓒ ScienceTimes

관련기사

목록으로
연재 보러가기 사이언스 타임즈에서만 볼 수 있는
특별한 주제의 이야기들을 확인해보세요!

인기 뉴스 TOP 10

속보 뉴스

ADD : 06130 서울특별시 강남구 테헤란로7길 22, 4~5층(역삼동, 과학기술회관 2관) 한국과학창의재단
TEL : (02)555 - 0701 / 시스템 문의 : (02) 6671 - 9304 / FAX : (02)555 - 2355
정기간행물 등록번호 : 서울아00340 / 발행인 : 조율래 / 편집인 : 김길태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길태
한국과학창의재단에서 운영하는 모든 사이트의 콘텐츠는 저작권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사이언스타임즈는 과학기술진흥기금 및 복권기금의 지원으로 우리나라의 과학기술 발전과 사회적 가치 증진에 기여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