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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과학·의학
김준래 객원기자
2019-05-31

'똥'도 '약'이 되는 세상이 온다 주목받는 대변이식술…자폐증·비만 치료에 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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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똥도 약에 쓰려면 없다’라는 속담은 조만간 ‘좋은 똥은 돈 주고도 사기 힘들다’로 바뀔지도 모른다. 이제 건강한 똥은 약이 되는 세상이 되었기 때문이다.

건강한 대변을 환자의 대장에 이식하는 시술이 증가하고 있다 Ⓒ medicalxpress.com
건강한 대변을 환자의 대장에 이식하는 시술이 증가하고 있다 Ⓒ medicalxpress

더럽다는 고정관념으로 인해 그동안 혐오의 대상이었던 대변이 질병 치료의 새로운 설루션으로 거듭나고 있다. 놀라운 점은 어떤 한 가지 질병에만 치료 효과를 보이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자폐증 같은 정신적 질병에서부터 비만 같은 육체적인 질병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질병들의 치료에 대변이 효과가 있다는 사실이 하나둘씩 밝혀지면서, 대변 활용 치료방법을 바라보는 의료계의 시선이 달라지고 있다. (관련 기사 링크)

건강한 대변 속 미생물을 활용하는 대변 이식

질병 치료를 위해 대변을 사용하는 방법 중 가장 많이 알려져 있는 것은 ‘대변 이식술(FMT, Fecal Microbiota Transplantation)’이다. 대변 이식이란 건강한 사람의 대변을 채취하여 질병을 가진 환자의 대장에 이식하는 시술을 말한다.

물론 대변 이식이라 해서 다른 사람의 대변을 직접 환자의 체내에 넣는다는 의미는 아니다. 정확하게 표현한다면 건강한 사람의 대변에 존재하는 유용한 미생물을 선별하여 환자에게 이식하는 것으로서, 건강한 사람의 대변을 특수 처리한 후 식염수 등과 함께 환자의 몸에 해당 용액을 주입하는 시술이다.

대변이식술의 성공 사례 Ⓒ 분당서울대병원
대변이식술의 성공 사례 Ⓒ 분당서울대병원

이처럼 생소한 방법을 시도하는 이유는 건강한 사람의 몸속 미생물을 활용하여 환자의 신체 질환을 치료하기 위해서다. 예를 들어 유해균이 체내에서 과다 증식하여 만성 대장염을 앓고 있는 환자의 대장에 건강한 사람의 대변에 있는 미생물을 이식하면, 빠른 시간에 대장염을 치료할 수 있다.

대변을 이용한다는 부정적 인식 때문에 이 시술이 국내에 도입된지는 얼마 되지 않았지만, 이미 의료 선진국에서는 크론병이나 궤양성 장질환, 또는 악성 변비 등에 활발하게 적용하고 있다.

대변 이식술의 가장 큰 장점은 환자의 장내 상태를 빠른 시간에 호전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현재 대변 이식술을 본격적으로 도입하여 활용하고 있는 분당서울대병원 관계자는 “음식 조절을 통해서도 장내 상태를 좋게 바꿀 수는 있지만, 진행속도가 너무 느려 빠른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라고 밝히며 “반면에 대변이식은 즉각적인 효과를 낼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자폐증과 비만 치료에 효과가 있는 장내 유용 미생물

장내에 존재하는 유용 미생물이 대장과 관련된 질병을 치료하는 데 있어 효과적이라는 사실은 비교적 오래전부터 알려져 있었지만, 그리 주목을 받지는 못했다.

그랬던 장내 유용 미생물에게 사람들의 관심이 쏟아지기 시작한 것은 대장과 별로 관련이 없다고 여겨졌던 자폐증이나 비만 같은 질환 등에도 치료 효과가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고 나서부터다.

물론 그런 사실들이 장내 미생물과 뇌질환 사이를 연결하는 고리의 정체를 명백하게 밝혔다는 의미는 아니다. 다만 현재까지 드러난 사실들을 조합해 볼 때 연결고리의 정체는 면역계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의료 전문가들의 평가다. 미생물이 장에 있는 면역세포의 기전을 조절하고, 그 결과로 뇌에 이상이 생긴다는 가설이다.

이 가설을 증명할 수 있는 결정적인 연구결과를 발표한 과학자는 바로 면역학계의 세계적 권위자로 인정받고 있는 하버드대의 허준렬 교수다. 허 교수는 생쥐가 특정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새끼들이 자폐 증상을 갖고 태어나는 현상을 이용했다.

허 교수는 “어미 생쥐가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염증을 일으키는 ‘티에이치17(Th17)’이라는 면역세포가 만들어지면서 새끼의 뇌에 자폐 증상이 나타나게 된다”라고 설명하며 “그런데 우리 연구진은 이 과정을 연구하다가 자폐증을 일으키는 요인으로 장내 미생물이 또 다른 역할을 한다는 점을 발견했다”라고 밝혔다.

장내 미생물을 통해 자폐증 및 비만 등을 치료하려는 연구가 추진되고 있다 Ⓒ scientist-magazine
장내 미생물을 통해 자폐증 및 비만 등을 치료하려는 연구가 추진되고 있다 Ⓒ scientist-magazine

그의 설명에 따르면 연구진이 찾은 장내 미생물은 ‘절편섬유상세균(SFB)’이었다. 허 교수와 연구진은 이 미생물의 역할을 두고 다양한 논의를 거친 끝에 한 가지 가설을 세웠다. 이 미생물을 없앨 경우, 새끼들의 자폐증이 확연하게 줄어들 것이라는 가설이었다.

허 교수는 “임상 실험에 착수한 연구진은 반코마이신이라는 항생제를 어미 쥐에게 먹여 절편섬유상세균을 장내에서 제거했다. 그러자, 실제로 그 이후 태어난 새끼들에게서는 자폐 증상을 찾을 수 없었다”라고 말했다.

허 교수와 하버드대 연구진이 장내 미생물과 자폐증의 상관관계를 밝히는 연구를 진행했다면, 미 애리조나주립대 ‘크라이마닉 브라운(Krajmalnik Brown)’ 교수와 연구진은 장내 미생물과 비만의 상관관계를 밝혀 화제가 되고 있다.

브라운 교수는 최근 인터뷰에서 “비만 환자의 경우 장내 세균의 다양성이 낮은 편인데, 위 우회 수술을 받을 경우 장내 세균의 다양성이 크게 증가하면서 비만도도 낮아지게 된다"라고 밝힌 바 있다.

비만 수술은 크게 위를 밴드로 묶어 크기를 줄이는 '위 밴드 수술'과, 위의 위쪽을 자른 다음 바로 소장과 연결하는 위 우회 수술로 나뉜다. 우회 수술의 경우 위를 잘라내야 하는 부담이 있지만 체중 감소 효과는 더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구진은 위 우회 수술을 받은 환자 24명과 위 밴드 수술 환자 14명, 그리고 수술을 받지 않은 고도비만 환자 10명과 정상인 10명의 대변에 있는 장내 세균을 비교했다. 그 결과, 위 우회 수술 환자의 장내 세균이 가장 종류가 다양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준래 객원기자
stimes@naver.com
저작권자 2019-05-31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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