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륙양용(水陸兩用) 방식이 대부분이었던 ‘복합 수송기기’ 시장이 앞으로는 공륙양용(空陸兩用) 방식으로 변화할지도 모른다. 드론과 자동차가 만나 합체하는 신개념 수송기기가 탄생했기 때문이다.
미국의 산업경제 전문 매체인 포브스(Forbes)는 최근 ‘항공기 제조사인 에어버스와 자동차 제조사인 아우디가 힘을 합쳐 하늘을 날고 도로를 달릴 수 있는 공륙양용 수송기기를 개발했다’고 보도했다. (관련기사 링크)
드론과 전기자동차가 결합한 자율주행 시스템
하늘을 날다가 도로를 달릴 수도 있는 이 신개념 수송기기의 이름은 ‘팝업넥스트(Pop Up Next)’다. 에어버스와 아우디는 올해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모터쇼에서 시제품 형태의 팝업넥스트를 처음 공개한 바 있다.
팝업넥스트를 한 마디로 정의하자면, 드론과 전기자동차의 결합이라 할 수 있다. 4개의 프로펠러를 장착한 쿼드콥터형 드론과 자율주행 전기자동차가 고객의 필요에 따라 합체와 분리를 반복하는 것.
이처럼 합체와 분리를 반복할 수 있는 비결은 팝업넥스트가 고객이 탑승하는 ‘탑승부 모듈’과 지상을 주행하는 ‘드라이브 모듈’, 그리고 하늘을 비행하는 ‘플라잉 모듈’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복잡한 지형이나 교통체증이 심한 곳에서는 탑승부 모듈과 플라잉 모듈이 합쳐져 하늘로 자율비행 하다가, 한적한 지역을 만나게 되면 탑승부 모듈이 드라이브 모듈과 결합하여 자율주행을 하는 것이다.
자동차로 주행을 하다가 하늘을 나는 비행자동차는 팝업넥스트 이전에도 많이 존재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팝업넥스트가 주목을 받는 이유는 바로 이 같은 모듈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어서다.
기존의 비행자동차는 자동차의 상층부에 날개가 장착되어 있기 때문에 비행기와 자동차가 제작단계부터 하나로 합쳐진 형태다. 반면에 팝업넥스트는 비행자동차와 같은 기능을 갖고 있지만, 몸체가 3개의 모듈로 나뉘어져 있는 것이 차이점이라 할 수 있다.
비슷한 기능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굳이 팝업넥스트를 3개 모듈로 복잡하게 분리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 이유에 대해 에어버스 관계자는 “사용하는 에너지인 전력을 최소화 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에어버스 관계자는 “플라잉 모듈 활용 시, 주행할 때 필요한 구동 시스템이 장착되어 있는 드라이브 모듈을 분리시키면 무게가 대폭 줄어들게 되므로 비행 시 사용하는 전력을 최소화 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비행자동차는 그 역사가 꽤 오래 전에 시작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상용화에 성공한 모델은 아직 없는 상황이다. 항공관련 법규나 안전성 문제 때문에 더딘 이유도 있지만, 차체의 무게 때문에 오랜 시간을 비행할 수 없다는 문제도 한몫을 하고 있다.
유연하면서도 공유가 필요한 택시업계에 적용
3가지 모듈로 구성된 팝업넥스트를 에어버스와 아우디가 가장 먼저 적용하려는 분야는 택시다. 고객이 목적지에 도착하려면 플라잉 모듈과 드라이브 모듈을 번갈아서 사용해야 하는데, 이 같은 방식이 택시업계에 가장 적합하기 때문이다.
에어버스와 아우디가 공개한 동영상을 살펴보면, 어째서 팝업넥스트를 택시업계에 가장 먼저 적용하려는지 그 이유를 명확하게 알 수 있다.
고객이 팝업넥스트 택시를 호출하면, 주행 방식으로 달려가 고객을 태운 다음에 플라잉 모듈을 장착할 수 있는 플라잉 존으로 이동한다.
이후 비행 방식으로 전환된 팝업넥스트 택시는 하늘을 날다가 목적지 근처의 플라잉 존에 착륙한다. 착륙 시 비치되어 있던 드라이브 모듈과 결합한 팝업넥스트 택시는 주행 방식으로 고객을 목적지까지 데려다주는 것이다.
이어서 고객이 하차하면, 팝업넥스트 택시는 스스로 전용 충전소로 돌아가 다음 고객을 기다린다. 아우디가 밝힌 팝업넥스트 택시의 충전 성능은 1회 충전으로 130km의 거리를 갈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자율운행과 자율비행이 가능한 이유는 2인이 탑승할 수 있는 팝업넥스트의 탑승부 모듈에 각종 첨단 기술들이 탑재되어 있기 때문이다.
팝업넥스트의 개념부터 시작하여 각종 디자인과 아이디어를 제시한 아우디의 베른트 마르텐스(Bernd Martens) 이사는 “고객의 시선을 추적할 수 있는 아이트래킹 기술을 기본으로 안면 인식과 음성 인식 기술이 모듈 내에 있는 대형 터치스크린에 심어져 있고, 이를 분석하여 고객의 의도를 파악할 수 있는 인공지능 시스템이 장착되어 있다”라고 소개했다.
마르텐스 이사는 아우디의 디자인 자회사인 이탈디자인의 대표이기도 하다. 그는 팝업넥스트를 기획한 이유에 대해 “새로운 교통수단을 통해 고객들에게 교통체증에 따른 불필요한 시간을 돌려주고 피곤한 운전에서 벗어나게 해주는 것은 물론, 유연하면서도 서로 공유할 수 있는 새로운 이동 방식이 필요했기 때문”이라고 답변했다.
아우디는 향후 10년 내로 팝업넥스트의 상용화를 계획하고 있다. 최근 들어서는 독일 정부가 잉골슈타트(Ingolstadt) 지역에 플라잉 택시 테스트를 허가하면서, 아우디의 팝업넥스트 상용화 계획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이에 대해 마르텐스 이사는 “오는 2024년에서 2027년 사이에 팝업넥스트의 상용화가 실현될 것으로 보인다”라고 전하며 “팝업넥스트가 현실화된다면 도심 생활과 교통의 개념이 완전히 바뀌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 김준래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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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18-12-27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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