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인가 플랫폼이 너무 광범위가 쓰이면서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 같은 단어가 돼버렸다. 정말 플랫폼의 정확한 정의는 무엇일까. ‘플랫폼이란 무엇인가?’의 저자이자 IT 칼럼니스트인 윤상진 씨를 만나 궁금증을 풀어봤다.
플랫폼은 하나의 시장
“플랫폼을 OS라 여기는 사람들이 많지만 하나의 ‘시장’과 같습니다. 수요자와 공급자를 연결시켜 그 안에서 거래를 일으키는 곳이죠. 아울러 서로에게 도움을 줘 많은 사람들이 이용할 수 있는 선순환 생태계가 만들어지는 곳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윤상진 씨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우즈’는 가장 대표적인 플랫폼”이라면서 “윈도우즈에는 프로그램 공급자와 사용자, 심지어는 하드웨어 개발사와도 연결된 시스템”이라고 설명했다. 윈도우즈의 애플리케이션 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인 API를 마이크로소프트는 공개했다. 그러자 이를 이용한 수많은 프로그램이 만들어졌다. 사용자들 역시 그 프로그램을 사용하기 위해 윈도우즈를 선택했다. 윈도우즈가 컴퓨터 운영체제 시장을 장악할 수 있었던 이유다. 또한 하드웨어 개발사에게도 연동되는 API를 공개해 윈도우즈 플랫폼에 끌어들이기도 했다. 즉 윈도우즈는 물건을 만들어 팔 수 있는 하나의 매개체가 된 셈이다.
현재 IT 기술의 발달로 플랫폼 구축과 활용이 훨씬 용이해졌다. 하지만 플랫폼의 특성상 한번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지면 승자독식이라는 특성 때문에 비슷한 플랫폼은 공존하기가 어렵다. 승자독식 구조를 잘 알 수 있는 예가 페이스북이다. 과거 미국의 SNS의 1등은 마이스페이스였다. 그러나 페이스북이 업계 1위가 되자 마이스페이스는 사장될 위기에 처해 있다.
윤상진 씨는 “이런 현상은 잠금 효과로 인해 발생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잠금 효과는 어떤 분야에서 한 기업이 1등이 되면 뒤에 따라오는 경쟁업체들이 들어오지 못하도록 문이 잠가지는 현상이다. 그래서 지배적 플랫폼이 생기면 다른 유사 플랫폼은 생존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플랫폼 사업의 경쟁은 더 치열해 질 수 밖에 없다.
구글이나 페이스북과 같은 전략이 필요
윤 씨는 “플랫폼 성공에 가장 중요한 것은 서로 이득이 되는 관계인 선순환 구조 생태계를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애플의 ‘아이튠스’는 음악 저작권자와 사용자를 연결시켜주는 플랫폼이다. 불법 다운로드로 문제가 되는 현재 상황에서 저작권자에게는 정당한 수입을 제공하게 된다.
사용자 역시 불법을 저지르지 않기 때문에 서로 win-win 의 관계가 형성되게 되는데, 바로 이렇게 플랫폼에 참여한 모든 관계들에게 도움이 되는 것이 선순환 구조 생태계라고 할 수 있다.
“플랫폼의 선순환 구조 생태계를 만들기 위해서는 자신의 갖고 있는 자산을 개방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구글처럼 개방하고 페이스북처럼 공유하는 전략이 필요하답니다. 윈도우즌 운영체제, 페이스북은 회원과 회원이 만들어내는 콘텐츠를, 구글은 검색엔진을 개방하고 공유했기 때문에 성공한 플랫폼이 될 수 있었거든요.”
선순환 구조의 플랫폼이 되면 좋은 콘텐츠가 생산되고 그 결과 사람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게 된다. 수익도 마찬가지다. ‘장(플랫폼)’을 지배하는 자, 미래의 부를 지배한다고 볼 수 있다. 구글인 경우, 자신의 플랫폼을 오픈해서 구글에 광고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검색엔진을 공유하도록 해 광고수익을 올리고 있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쉽게 설명하자면 많은 웹사이트에서는 구글을 가져다 쓸 수 있다. 무료로 쓸 수 있기 때문에 확산은 광범위하게 이루어진다. 여기에 광고가 붙게 되면 저절로 수익이 생기게 된다. 구글은 가만히 있어도 돈이 들어오게 되는 구조를 갖고 있는 셈이다. 구글처럼 플랫폼을 선점한 회사들 대부분 이런 특성을 갖고 있다.
소셜 플랫폼의 대세가 될 것
윤상진 씬는 “앞으로 웹 자체는 페이스북 같은 소셜 플랫폼으로 재편되면서 소셜 웹이 큰 의미로 부각될 것”이라며 “이는 우리 사회 자체가 서로 융합해서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구조로 가고 있기 때문에 플랫폼도 융합 플랫폼의 대세를 이룰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미 SNS가 플랫폼으로 진화하면서 새로운 생태계를 만들어 나가고 있다. 사람들이 SNS로 폭발적으로 몰리자, 그 이용자층을 기반으로 다양한 분야와 연결될 수 있도록 플랫폼을 구축하고 개방하고 있다. 또한 소셜 플랫폼 자체에 웹사이트들이 모두 연결되면서 콘텐츠들 역시 많이 모여들고 있다. 그 결과 서비스 공급자들이 더 늘어나는 것은 당연지사라고 할 수 있다.
사실 SNS가 소셜 플랫폼으로 진화하면서 이용자들은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뿐만 아니라 게임, 문서작성, 쇼핑 등의 거의 모든 서비스를 SNS와 함께 즐길 수 있다. 즉 페이스북 회원은 페이스북을 떠나지 않고 외부 개발사의 다양한 서비스를 페이스북 안에 설치해 즐길 수 있게 된다.
그럼 왜 소셜 플랫폼으로 몰리고 있는 것일까. 정답은 사용자의 '관계' 정보다. 수많은 사람과의 소셜 네트워킹 속에서 패턴을 분석해 의미 있는 관계 정보를 뽑아낼 수 있는데, 이 같은 정보는 이제까지 존재하지 않았던 고급 정보다. 개인, 기업 할 것 없이 소셜 플랫폼으로 들어오고 있는 이유라고 할 수 있다.
소셜의 ‘관계’ 정보는 플랫폼으로써 막강한 요소다. ‘플리커’보다 좋은 사진공유 서비스가 있으면 우리는 쉽게 옮겨갈 수 있다. 하지만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는 한번 자리를 잡으면 좀처럼 옮겨가지 못한다. 사용자간 친밀도가 높을수록 그렇다. 이는 단골이 많은 시장과 같다.
윤상진 씨는 “소셜 플랫폼은 이처럼 관계망을 기반에 두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도 꾸준히 성장할 것으로 보이며, 성장세가 둔화되더라도 급격히 몰락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소셜 플랫폼이 앞으로 어떻게 발전해 나가게 될지 예상해보는 일도 흥미로울 것”이라고 말했다.
- 김연희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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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12-09-07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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