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D 프린팅의 장점은 아무리 복잡한 구조로 이루어진 물건이라 하더라도 빠르고 쉽게 출력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단점도 있다. 기존 제조 방식으로 만든 결과물에 비해 상대적으로 약하다는 것이다.
3D 프린터로 출력할 때 사용하는 소재는 열가소성 플라스틱 분말이 대부분이다. 때문에 물을 만나게 되면 결합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또한 열에도 약해 주변 온도가 높아지게 되면 소재가 녹아내릴 수도 있다.
이 같은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관련 학계와 업계가 최근 들어 연구에 나섰다. 그리고 해결책이 속속 선을 보이고 있다.
절지동물 외골격 모방한 적층 구조를 3D 프린팅
시멘트는 현대 건축에 있어서 없어서는 안될 소재다. 해가 갈수록 강도가 높아지고 철골과의 복합사용도 문제없기 때문에, 빌딩이나 아파트 건축에 널리 사용되고 있다. 반면 너무 무겁고 균열에 약하다는 점이 시멘트의 단점으로 꼽혀 왔다.
이 같은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미 퍼듀대(Purdue University)의 과학자들이 나섰다. 이들은 살아있는 생물체에서 영감을 받아 발명품을 만드는 생체모방 기술을 적극 활용했다.
‘얀 올렉(Jan Olek)’ 교수가 이끄는 퍼듀대 연구진은 갑각류나 곤충 같은 절지동물의 외골격에서 힌트를 얻었다. 이들은 절지동물 외골격의 미세구조를 분석한 끝에 벌집 구조나 빗살 구조를 형태로 겹쳐서 쌓는 방법을 파악했다.
연구진은 3D 프린터로 시멘트를 분사하며 유사한 구조물들을 출력했다. 그 결과 벌집이나 빗살 형태의 틀을 겹쳐서 쌓아 올린 구조물은 가벼우면서도 균열에 특히 강했고, 컴플라이언트(compliant) 형태로 설계한 구조물은 재질이 시멘트임에도 스프링 같은 탄력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올렉 교수는 “지진 같은 자연재해가 빈번해지고 있지만, 인구의 증가로 수많은 고층 건물이 세워지고 있는 것이 지구의 현실”이라고 지적하며 “기존의 시멘트 공법만으로는 안전을 보장할 수 없는 시대에 살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우리는 이런 문제점을 극복하는데 있어 절지동물들의 외골격 구조가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했다”라고 덧붙였다.
올렉 교수의 설명대로 퍼듀대의 연구결과는 앞으로 내진 건물을 건설하는데 있어 많은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이 건설업계의 시각이다.
물론 3D 프린팅 방식으로 건물을 짓는다는 것이 당장은 요원한 상황이다. 그러나 건설업계는 멀지 않은 미래에 이 같은 방식으로 건물을 짓는 경우가 많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특히 건물 구조가 복잡할수록 기존의 건설 공법보다 3D 프린팅 공법이 훨씬 효율적이게 된다. 때문에 앞으로의 건설 시장은 3D 프린팅 공법이 주도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복잡한 구조를 3D 프린팅으로 출력하는 사례는 다리 건설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네덜란드의 MX3D는 대형 3D 프린터로 도시 인프라를 구축하는 기업이다.
이 회사는 최근 3D 프린터로 스테인리스 스틸 소재의 다리를 만들어 화제가 되었다. 12.5m 길이에 6.3m 폭을 지닌 이 금속 구조물은 총 4.5톤 중량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들이 당초 계획한 3D 출력 방식은 현장에서 1500도로 가열된 스테인리스 스틸을 조금씩 분사해서 마치 새싹이 돋아나듯 자라나게 하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출력에 시간이 워낙 오래 걸리는 바람에 작업장에서 출력했다는 것이 제조사 측의 설명이다.
3D 프린팅으로 생활용품 안전도 높여
한편 실생활에서 많이 사용되는 헬멧에서도 3D 프린팅이 적용되고 있다.
최근 소셜펀딩 사이트인 킥스타터(kickstarter)에는 3D 프린터로 만든 독특한 모양의 헬멧이 등장하여 주목을 끌었다.
헬멧의 이름은 쿠폴(kupol). 현존하는 헬멧 중 가장 안전도가 높다는 것이 개발사 측의 설명이다.
개발사는 브랜드와 같은 이름을 사용하는 쿠폴로서, 캐나다 몬트리올에 위치한 스포츠용품 전문회사다. 이 회사의 연구진은 ‘콜라이드세이프티시스템(Kollide Safety System)’이라는 복잡한 3중 안전장치를 3D 프린터로 출력하여 헬멧에 적용했다.
헬멧 외형은 보통의 자전거 헬멧과 다르지 않지만, 내부에는 콜라이드세이프티시스템이 적용되어 있는 독특한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
고분자로 만들어진 헬멧의 시트 밑에는 카이네틱범퍼(Kinetic Bumper)라고 불리는 움직이는 범퍼가 있으며, 그 아래에는 공기가 들어있는 충격 흡수 층인 3D 코어(3D Kore)가 형성되어 있다.
쿠폴 관계자는 “카이네틱범퍼의 역할은 느린 속도의 충돌을 막는 것이고, 그 아래에 달려 있는 3D 코어는 큰 충격 에너지를 흡수하는 용도”라고 소개하며 “이 외에도 가장 아래에는 100개의 돌기들이 형성되어 있어 착용자를 충격에서 보호한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 같은 내부 구조 덕분에 쿠폴 헬멧은 큰 충격에도 착용자의 머리를 보호할 뿐 아니라, 외부에서 충격을 받으면 헬멧이 회전하며 뇌와 척추의 손상까지 방지해줄 수 있다. 이런 복잡한 구조의 헬멧 제조가 가능한 이유는 오로지 3D 프린팅의 출력 덕분”이라고 설명하며 “이는 3D 프린터로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 중 하나” 라고 강조했다.
- 김준래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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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18-10-22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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