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개 없는 선풍기를 상상하기 어렵듯, 풍차 없는 풍력발전도 현실에서는 존재하기 어렵다고 여기는 것이 일반적인 생각이다. 그러나 선풍기에 대한 고정관념이 날개 없는 다이슨 선풍기의 등장으로 깨졌듯이, 이제는 풍차 없는 풍력 설비의 탄생이 풍력 발전의 고정관념을 무너뜨리고 있다.
과학기술 전문 매체인 피스오알지(phys.org)는 네덜란드의 과학자들이 풍차 없는 풍력발전기를 개발 중이라고 보도하면서, 풍차의 날개 부분인 블레이드(blade)를 없애버린 신개념의 풍력 발전 시스템이라고 소개했다. (관련 링크)
기계적 회전에서 정전기적으로 바뀐 풍력 발전
기존의 풍력 발전기는 불어오는 바람을 통해 발전기 날개가 회전할 때, 블레이드에 의한 회전력으로 전기를 생산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져 있다. 운동에너지를 기계에너지로 변환시켜 공해 없는 청정에너지를 생산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 같은 장점에도 불구하고 블레이드 회전으로 인한 심각한 소음과 자연 경관의 훼손, 그리고 잦은 고장과 조류의 충돌 사고 같은 단점 들이 부각되면서, 이에 대한 문제들이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풍력발전기에서 블레이드를 없애버릴 수 있다면, 장비의 내구성을 크게 향상시킬 수 있고, 유지 보수에 드는 비용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고 주장해 왔다. 하지만 문제는 어떻게 그런 풍력발전기를 만들 수 있느냐 하는 점이었다.
델프트공대 연구진은 물을 스프레이로 뿌리는 동작에서 이와 같은 풍차 없는 풍력발전기의 가능성을 발견했다. 연구진의 설명에 따르면 쉽게 전기가 통하는 물의 전기적 특성을 활용한 방법인 것으로 나타났다. 음극과 양극 두 전극 사이에 양전하를 가진 물 입자(positively charged water particles)가 바람의 힘에 의해서 이동하면서 전기가 발생시키는 것이다.
연구진의 관계자는 “대전된 입자는 ‘전기유체원자화법(electrohydrodynamic atomisation)’과 ‘고압단분산분무법(high pressure monodisperse spraying)’이라는 두 가지 분무법을 이용하여 풍차 없는 풍력발전기가 만들어졌다”고 소개하며 “이 방법들을 사용하여 풍력에너지는 전기에너지로 전환되었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전력을 생산하는 구조를 단순화하기 위해서 얇은 철선위에서 물 입자를 스프레이로 뿌려주는 방식의 더치윈드휠(Dutch Windwheel) 시스템을 개발했고, 이런 방식의 발전 방법을 정전기 방식으로 풍력 에너지를 발생하는 ‘에위콘(EWICON, Electrostatic WInd energy CONverter)’이라 명명했다.
더치윈드휠은 단순한 기계장치가 아니다. 보다 효율적이면서도 기존 건축물과 조화를 이룰 수 있는 풍력발전 시스템이다. 연구진은 더치윈드휠 디자인이 다양한 건물들은 물론 자연경관과도 융합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다시 말해 도심지역은 물론 바다나 산 등 어느 곳이라도 부작용없는 풍력 발전기를 건설할 수 있다는 의미다. 심지어는 더치윈드휠을 대형으로 건설하여 그 안에서 사람이 살 수 있도록 만들 수도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연구진이 공개한 더치윈드휠의 조감도를 살펴보면 바깥쪽 대형 고리는 궤도 시스템 상에서 40개의 회전하는 객실을 수용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안쪽 대형 고리는 풍차 터빈으로서, 이 공간에는 도심의 전경을 즐길 수 있는 레스토랑이나 전문 매장을 갖춰 비즈니스와 환경의 융합을 꾀했다.
이에 대해 친환경 전문가인 찰리 카메론(Charley Cameron)은 “풍력 터빈이 가지는 기술적 특징 외에도 더치윈드휠이 가지는 혁신적인 디자인은 관광객은 물론 잠재적인 거주자 등에 이르기까지 많은 사람들을 끌어들일 것”이라고 주장하며 “다른 사람들에게 자신이 풍력 터빈의 내부에서 살고 있다고 말하는 것이 얼마나 멋진 일이 되겠느냐”고 말했다.
단순한 발전설비가 아닌 조화를 이루는 시스템
기존 방식으로 바람으로부터 전기를 생성시키는 것은 몇 가지 어려움을 가지고 있다. 우선 블레이드가 매우 커야 하고, 풍력 단지 등이 조성되어 있어야 한다. 하지만 정작 이러한 풍력 단지가 건설되면 전체적으로 흉물스럽게 보인다. 또한 그들을 작동시킬 때 생성되는 소음은 건강상의 문제를 불러올 수도 있다.
하지만 더치윈드휠은 이와는 대조적으로 조용하고 예술품처럼 보일 수 있다. 또한 기존 방식의 풍력 발전은 많은 유지보수 비용이 필요하고, 바람이나 번개에 의해서 종종 손상되지만, 더치윈드휠은 가동부가 없기 때문에, 자연재해에 따른 손상이 거의 없다.
따라서 육지 및 연안 모두에 설치할 수 있으며, 지붕 위에도 설치할 수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이 풍력 터빈은 조류(bird)에 친화적인 발전기여서, 동물애호가로부터 호평을 받고 있다. 기존의 풍차 형태는 새들이 날다가 회전하는 블레이드에 부딪쳐 죽는 경우가 빈번하게 발생했기 때문이다.
연구진이 공개한 더치윈드휠의 상상도를 보면 경량의 강철 및 유리로 이루어져 있는 2중의 대형 고리(ring) 구조물로 구성되어 있다. 발전기의 기초 부분은 수중에 잠겨 있으며, 바퀴 형상은 얼핏 보면 물 위에 떠 있는 것처럼 보이도록 설계되었다.
이 건축물의 꼭대기에는 빗물을 모을 수 있는 시설이 설치되어 있다. 모아진 수돗물은 더치윈드휠을 둘러싸고 있는 나무와 꽃들에게 공급된다. 이 같은 더치윈드휠만의 독특한 빗물 순환 구조는 여름에는 건물을 식혀주는 역할도 같이 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또한 더치윈드휠은 움직이는 기계적인 부품을 사용하지 않은 채, 풍력 에너지를 강철관으로 된 골조를 이용하여 전기로 변환시킨다. 따라서 기존 풍력 발전과는 달리 소음이 전혀 없고, 움직이는 그림자도 생기지 않아 사람들의 눈과 귀를 거슬리게 만들지 않는다.
한편 고층빌딩의 경우는 빌딩풍(building wind)을 이용하여 전력을 생산하는 추세가 증가하고 있다. 240미터(m) 높이의 두바이 세계무역센터 빌딩은 날카로운 뿔 모양의 두 빌딩 사이에 3개의 풍력 발전기가 설치되어 있다. 고층빌딩 사이로 부는 강한 빌딩풍을 이용하여 발전을 하는데, 이 빌딩이 필요로 하는 전력의 15퍼센트(%) 정도를 충당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외에도 영국 런던에 있는 148미터 높이의 42층 빌딩인 SE1 빌딩의 상층부에는 3개의 구멍에 풍력발전기가 설치되어 있다. 이 풍력발전기는 빌딩을 타고 흐르는 빌딩풍을 잡아 풍력발전을 하는데, 건물 전체에서 사용하는 에너지의 8퍼센트 가량을 책임지고 있다.
도심의 고층빌딩 벽을 타고 오르는 강력한 상승기류를 활용한 풍력발전도 있다. 영국에 있는 고층아파트인 ‘스카이 하우스’다. 아파트 3개동은 단지의 중심부로 바람을 끌어들일 수 있도록 배치되었고, 건물 사이를 타고 오르는 상승기류를 이용하여 대형 수직 풍력발전기를 돌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 김준래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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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15-03-04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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