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타임즈 로고

기초·응용과학
이성규 객원기자
2016-08-03

거북 등껍데기의 진짜 용도는? 방어수단 아니라 굴 파기 위해 진화

  • 콘텐츠 폰트 사이즈 조절

    글자크기 설정

  • 프린트출력하기

우리가 바다에 무심코 버리는 비닐봉지로 인해 가장 큰 피해를 당하는 동물 중 하나가 바로 거북이다. 호주 연구진에 의하면 바다거북의 약 70%가 비닐봉지를 먹고 있으며, 그중 20%는 사망한다고 한다. 비닐봉지가 내장에서 소화되지 않은 채 쌓여 결국 아사하는 것이다.

바다거북이 이처럼 비닐봉지를 먹는 이유는 물 위에 떠다니는 비닐봉지를 해파리로 착각해서 삼키기 때문이다. 해파리는 독이 있어 다른 포식자들은 잘 먹지 않지만, 바다거북은 단단한 등껍데기 덕분에 해파리를 주 먹이로 삼는 데 별 문제가 없다. 따라서 최근의 세계적인 해파리 이상 증식이 바다거북의 개체수 감소 때문이라는 주장까지 제기되고 있다.

거북의 등껍데기는 한 번에 발생한 것이 아니라 단계적으로 발생한 기질로 추정한다. 2억2천만년 전에 살았던 거북의 조상 오돈토켈리스가 그 증거다. 지난 2008년 중국에서 화석으로 발견된 이 고대 거북은 완전히 발달한 배껍데기를 지니고 있었지만 등껍데기는 거의 발달되지 않은 상태였기 때문이다.

거북이 등껍데기를 진화시킨 진짜 이유는 땅 속에서 굴을 파기 위한 것이었다는 새로운 연구결과가 발표돼 주목을 끌고 있다. ⓒ 위키피디아 Public Domain
거북이 등껍데기를 진화시킨 진짜 이유는 땅 속에서 굴을 파기 위한 것이었다는 새로운 연구결과가 발표돼 주목을 끌고 있다. ⓒ 위키피디아 Public Domain

거북 등껍데기의 초기 진화는 오랫동안 수수께끼로 남아 있는 문제다. 고래나 뱀, 공룡, 인간 등 대부분 동물들의 갈비뼈는 비슷한 형태를 하고 있다. 갈비뼈가 종합적으로 하는 기능을 감안할 때 형태에서 그다지 많은 변이를 나타낼 수 없기 때문이다.

유일한 예외가 바로 거북이다. 다른 동물의 껍데기는 모두 신체 표면에 난 뼈비늘이지 뼈가 몸 밖까지 나온 것은 아니다. 하지만 거북의 등껍데기는 동물 가운데 유일하게 갈비뼈와 등뼈가 붙은 복잡한 구조가 돌출한 것이며, 약 50개의 뼈로 이루어져 있다.

거북의 조상 '에우노토사우루스'

거북은 이 같은 등껍데기의 발생 과정에서 갈비뼈가 뚜렷하게 넓어졌다. 갈비뼈는 이동 중에 몸을 받쳐주며 폐에서 공기를 배출하는 데 중요한 역할은 한다. 그러나 눈에 띄게 넓어진 갈비뼈는 몸통을 뻣뻣하게 만들고 보폭을 짧게 함으로써 이동속도를 낮추고 호흡을 방해한다.

이 같은 단점에도 불구하고 거북이 등껍데기를 발달시킨 것은 매우 효과적인 방어수단이기 때문이다. 즉, 거북의 등껍데기는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진화시켰다는 사실은 상식으로 통한다.

그런데 최근 거북이 등껍데기를 진화시킨 진짜 이유는 보호를 위한 것이 아니라 땅 속에서 굴을 파기 위한 것이었다는 새로운 연구결과가 발표돼 주목을 끌고 있다. 미국 덴버자연과학박물관의 고생물학자 타일러 라이슨 박사를 포함한 국제 공동 연구진이 지난 7월 15일 ‘커런트 바이올로지’에 게재한 논문이 바로 그것이다.

그에 의하면 거북의 조상은 땅속 굴에서 살았는데 좁은 틈에서 살기 위해 늑골이 변형되면서 현재의 거북류처럼 넓적하고 평평한 형태의 몸이 되었다. 이후 이 같은 독특한 늑골은 등과 배의 껍데기로 진화했다.

주저자인 타일러 라이슨 박사는 ‘사이언스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새의 깃털이 원래 비행을 위해 진화하지 않았던 것처럼 거북 등껍데기가 맨 처음 생겨났을 때는 몸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원시 거북이 살았던 남아프리카의 혹독한 환경을 피해 땅 속으로 파고 들어가기 위한 것이었다”고 주장했다.

이번 연구에 결정적인 정보를 제공해준 것은 19세기 남아프리카공화국 웨스턴케이프에서 8세 소년에 의해 우연히 발견된 에우노토사우루스의 화석이었다. 약 2억6000만년 전에 살았던 고대 파충류인 에우노토사우루스는 등과 배의 단단한 부위는 거의 진화되지 않았지만 현생 거북과 비슷하게 넓적한 몸 형태를 지니고 있다.

넓적한 형태의 몸으로 먼저 진화해

또한 현대의 거북과는 달리 많은 이빨이 나 있어 도마뱀과 비슷해 보인다. 그러나 거북에서만 볼 수 있는 확장된 갈비뼈 9개를 갖고 있다. 따라서 애초엔 거북의 먼 조상으로 추정했으나 지난해 미국 뉴욕공과대학 등의 공동 연구진이 두개골을 중심으로 분석한 결과, 거북의 조상이라는 사실이 확인된 바 있다.

이는 곧 거북이 딱딱한 껍데기를 가지기 전에 넓적하고 평평한 형태의 몸으로 먼저 진화했다는 걸 의미한다. 남아공에서 발견된 화석은 15㎝에 불과하지만 잘 보존된 골격에 앞발과 뒷발이 온전히 붙어 있어 거북류의 진화에 대한 중요한 정보를 담고 있다. 딱딱한 등껍데기도 없는 상황에서 몸이 왜 넓적하게 진화했는지 알려주는 단서가 있기 때문이다.

연구진이 주장하는 이 가설이 옳은지는 앞으로 더 검증이 필요하겠지만, 이와 연관되어 추정되는 거북의 특이한 습성이 하나 있다. 바다거북이 스스로 진흙 속에 몸을 파묻는 행태가 바로 그것. 바다거북은 허파로 호흡을 하므로 수시로 수면 위로 올라가야 하는데, 진흙 속에 몸을 묻게 되면 호흡이 더 힘들어지게 된다.

그런데도 진흙 속에 파고든 상태로 발견되어 종종 다이버들을 놀라게 하곤 한다. 이 같은 바다거북의 특이한 습성에 대해 그동안 몸에 붙은 따개비 등의 이물질을 제거하기 위한 행동이라거나 겨울잠을 자는 특이한 방식이라는 등의 주장이 제기되었다.

하지만 이번 연구결과로 인해 거북이 등껍데기를 갖게 된 원래 목적처럼 땅속 굴을 파고드는 먼 옛날의 습성이 아직까지 남아 있다는 추정이 가능해지게 된 셈이다.

이성규 객원기자
yess01@hanmail.net
저작권자 2016-08-03 ⓒ ScienceTimes

태그(Tag)

관련기사

목록으로
연재 보러가기 사이언스 타임즈에서만 볼 수 있는
특별한 주제의 이야기들을 확인해보세요!

인기 뉴스 TOP 10

속보 뉴스

ADD : 06130 서울특별시 강남구 테헤란로7길 22, 4~5층(역삼동, 과학기술회관 2관) 한국과학창의재단
TEL : (02)555 - 0701 / 시스템 문의 : (02) 6671 - 9304 / FAX : (02)555 - 2355
정기간행물 등록번호 : 서울아00340 / 등록일 : 2007년 3월 26일 / 발행인 : 정우성 / 편집인 : 윤승재 / 청소년보호책임자 : 윤승재
한국과학창의재단에서 운영하는 모든 사이트의 콘텐츠는 저작권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사이언스타임즈는 과학기술진흥기금 및 복권기금의 지원으로 우리나라의 과학기술 발전과 사회적 가치 증진에 기여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