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이란?
우울증은 정신 기능이 지속적으로 저하되어 생각이나 사고과정, 의욕, 동기, 행동, 수면 그리고 전반적인 신체활동을 포함한 일상생활에 장기적으로 악영향을 미치는 상태를 의미한다. 참고로, 정신의학에서 대략 2주 이하의 일시적인 기분 저하는 우울증으로 진단하지 않는다.
우울증의 원인은?
우울증의 원인은 아직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하지만, 큰 틀에서 다른 정신 질환과 마찬가지로 다양한 생화학적 요인, 유전적 요인, 사회 및 심리적 요인 등으로 대표되는 환경적 요인 등이 우울증을 일으킨다고 보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일란성 쌍둥이의 경우 한 명이 우울증을 앓고 있으면, 다른 한 명도 우울증이 걸릴 확률이 50% 이상 된다는 점이다. 이는 우울증 발병에 유전적 요소가 매우 중요하게 작용하고 있음을 암시하는 결과이다.
하지만 현재까지 주요 우울 장애 관련 일관성 있게 보고된 유전자 이상은 없는 상태이며, 노르에피네프린, 세로토닌, GABA 등으로 대표되는 뇌 신경전달물질 이상과 갑상선 호르몬, 성장 호르몬 등의 여러 호르몬 이상이 가장 강력한 우울증의 유발 원인 중 하나로 보고 있다.
특히 필수아미노산 중 하나인 트립토판에서 유도되는 세로토닌(Serotonin, 5-HT: 5-Hydroxytryptamine)은 모노아민 신경전달 물질의 하나인데, 전반적으로 낮은 세로토닌 수치가 우울증을 유발하는 이유 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
간 손상을 유발하기 때문에 사용은 금지되었지만, 1958년 모노아민 산화효소 억제제로 세상에 이름을 알렸던 Iproniazid 역시 세로토닌 농도를 증가시키는 데에 효과가 있었다.
Iproniazid가 항우울제로 사용되기 시작하며 “세로토닌 결핍=우울증”이라는 간단한 치료법과 공식이 만들어졌고, 우울증 환자들에게 가장 성공적인 약 중 하나라고 평가받는 Prozac과 같은 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SSRI: Selective serotonin reuptake inhibitor)를 복용하며 세로토닌 수치를 높여왔다.
하지만 많은 의사와 과학자들은 이 이론이 지나치게 단순화되었다고 주장해왔다.
우울증에 세로토닌이 관련 없을 수도 있다?
최신 네이처 분자 정신의학(Molecular Psychiatry)에 게재된 리뷰 연구(Moncrieff et al. 2022)에 따르면, 신경전달물질은 우울증과 관련이 없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더 나아가 낮은 세로토닌 수치가 우울증을 유발한다는 “명백한 증거가 없다”라는 결론이 나와서 화제가 되고 있다.
361개의 연구를 모아서 리뷰 연구를 진행한 유시버시티 칼리지 런던 정신의학과 조안나 몽크리프 교수(Prof. Joanna Moncrieff)팀은 우울증과 혈중 세로토닌 수치 사이에 연관성이 없음을 발견했다. 또한, 연구팀은 우울증을 겪고 있는 사람의 뇌와 우울증을 겪고 있지 않은 사람의 뇌를 비교하였는데 이들의 세로토닌 수용체 또는 세로토닌 수송체의 유의미한 차이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에서 우울증을 연구하고 있는 정신과 의사이자 신경의학자인 마이클 블룸필드 교수(Prof. Michael Bloomfield)는 우울증에는 실제로 매우 다양한 증상이 있으며, 우울증의 모든 원인이 세로토닌의 단순한 화학적 불균형이라고 생각하는 과학자나 정신과 의사는 매우 드물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문가들 역시 위 연구 결과를 접한 후 우울증이 단순히 낮은 세로토닌 수치로만 일어나는 질병이 아니라는 점에 수긍하지만, 세로토닌이 우울증에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결론에는 동의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블룸필드 교수 역시 우울증이 있는 일부 사람들에게 세로토닌 시스템의 변화가 우울증의 증상 악화와 완화에 기여할 수 있다는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주장하며, 위 연구는 우울증을 단일 질병인 것처럼 묶어서 설명하기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항우울제는 우울증 치료에 얼마나 효과적일까?
위 리뷰 연구는 뇌에서 세로토닌 재흡수를 차단하는 기작을 이용하여 우울증을 치료하는 Prozac과 같은 SSRI 항우울제가 우울증 치료에 사용되어서는 안 된다고 제안한다.
이러한 주장의 이유로 항우울제가 우울증, 특히 중증 혹은 덜 심각한 우울증을 치료하는 데 그다지 효과적이지 않다는 근거를 든다. 연구팀의 저자들은 화학적 불균형 이론에 대한 믿음이 우울증 환자로 하여금 항우울제 치료를 중단하지 못하게 하며 잠재적으로 이러한 약물에 평생 의존하게 만들 수 있다고 설명한다.
사실 항우울제는 비교적 용이하게 우울증을 치료하지만, 재발이 매우 흔한 편이기에 이를 방지하려면 적절한 초기 치료가 필요하다. 또한 증상 호전 후에도 상당 기간 동안 치료를 지속해야 함을 생각하면 항우울제들이 아주 효과적인 약이라고 부르기는 힘들다.
현재 매우 다양한 항우울제가 개발되고 있으며 우울증 환자들에게 처방되고 있지만, 약물에 따른 부작용 차이가 매우 크기 때문에 개별 항우울제의 특성을 잘 이해해야 한다.
영국 UCL 유전학 연구소의 데이비드 커티스 명예교수(Prof. David Curtis)는 논문 저자들의 주장에 대해서 심각한 우울증을 앓고 있는 사람들이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에 관해서 낙담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히며 항우울제가 우울증 치료에 쓰이지 말아야 한다는 결론에 이의를 제기했다.
커티스 교수는 우울증을 앓고 있는 사람들은 뇌 기능에 약간의 이상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항우울제가 심각한 우울증에 효과적인 치료법이라는 것은 자명해 보인다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우울증의 원인은 무엇일까?
만약 위 리뷰 연구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세로토닌이 우울증과 관련이 없다면 우울증의 원인은 대체 무엇일까? 위 연구에서는 이에 관한 해답을 제공하진 않지만, 전문가들은 우울증이 여러 가지 원인이 얽혀있는 복잡한 상태라는 점에 동의한다.
삶에서 큰 충격을 받거나 부정적인 사건을 경험하면 우울증의 발병에 큰 원인이 되며 스트레스 역시 주요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독일 뮌헨 막스 플랑크 연구소의 신경 과학자이자 정신과 의사인 파트리샤 폰세카 교수(Prof. Patricia Fonseca) 역시 삶의 주요한 사건들은 우울증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밝혔지만, 유전적 요인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고 설명한다.
특이한 유전적 소인으로 인해서 충격적인 사건이 우울증 발병을 유발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즉, 비슷한 사건이라도 유전적 요인을 가지고 있는 사람의 우울증의 발병 확률이 높아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 앞선 설명처럼 일란성 쌍둥이의 우울증 동시 발병률이 높은 점을 생각해보면 유전적 요인은 매우 중요한 요소임을 짐작할 수 있다.
현재 우울증 관련 이론을 종합해보면 우울증은 세로토닌과 같은 신경 전달 물질과 관련되어 있으며, 감정과 스트레스를 처리하는 뇌의 복잡한 네트워크를 변화시킨다. 따라서 편도체(Amygdala) 및 전전두 피질(Prefrontal cortex)과 같은 뇌 영역의 역할도 매우 중요하다. 이는 감정이 대뇌변연계에 존재하는 아몬드 모양의 뇌 부위이자 감정 조절 기관인 편도체에서 처리되며, 대뇌피질 중 상황판단 등 고도의 인지능력을 수행하는 곳인 전전두 피질에서 평가되기 때문이다.
연구에 따르면 우울증을 겪고 있는 사람들은 편도체의 부피가 감소하고 편도체와 피질 사이의 연결이 감소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전문가들은 이에 관해서 나쁜 기억과 관련된 사건에 의해서 유발되는 감정을 전전두 피질이 더 부정적으로 평가하기 때문에 유발되는 것 같이 보인다고 주장한다.
또한, 만성 스트레스는 이러한 뇌의 복잡한 네트워크에 추가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우울증의 치료는?
과학자들은 최근 항우울제의(부작용 포함) 여러 가지 혼합적인 효과로 인해서, 우울증 치료에 대한 새로운 방법을 찾고자 노력하고 있다. 예를 들면 우울증 치료에 케타민 및 실로시빈 버섯과 같은 정신 변화 약물이 효과적이라는 과학적인 증거가 늘어나고 있다. 또 다른 연구에 따르면 위 실로시빈 버섯은 항우울제인 에스시탈로프람보다 더 효과적인 것으로 밝혀졌다. (관련 기사 - ‘환각버섯이 우울증 치료에 이용된다?’)
또한, 뇌 영상 연구에 따르면 이러한 약물들은 뇌의 연결성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 예를 들면, 이러한 약물들은 사람들이 오래된 감정을 새로운 시각으로 재처리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동시에 우울증을 줄이기 위해서 뇌의 네트워크를 재배치하는 데 도움이 될 수도 있다.
폰세카 교수는 우울증 치료에 있어서 비약물적 치료의 효과를 강조한다. 예를 들면, 명상 그리고 수용 및 스트레스의 감소로 이어지는 ‘마음 챙김(Mindfulness)’ 기법 등을 이용하여 우울증 예방에 힘을 쏟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한, 이러한 기법과 함께 스트레스와 우울증 치료에 더 효과적일 수 있는 심리 치료 등을 포함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폰세카 교수에 따르면 이러한 치료에서 우울증의 원인을 찾을 수 있으며 자신의 질병에 관해서도 배울 수 있다. 또한 치료를 통해서 무기력한 상황에 빠지지 않고 어려운 삶의 사건들에 대처할 수 있는 힘을 얻을 수 있다고 설명한다.
- 김민재 리포터
- minjae.gaspar.kim@gmail.com
- 저작권자 2022-08-09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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