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의 퐁텐블로 사암 지대의 규질 사암 거대 암석(quartzitic sandstone megaclast) 내에서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것으로 추정되는 3차원 지도가 발견됐다.
연구에 따르면 이 지도는 적어도 약 13,000년 전 구석기 시대에 바위 바닥 일부를 인위적으로 가공하여 해당 지역의 수계(水系)를 표시하고, 지형적 특징을 반영하도록 만들었을 가능성을 나타낸다. 이는 선사시대 인류의 정신적 능력과 상상력, 공학적 역량을 보여주는 중요한 사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
프랑스 파리국립광업학교 지구과학센터 연구진과 호주 애들레이드대학교 물리화학지구과학부 연구진의 공동 참여로 진행된 이 연구는 국제학술지 옥스퍼드 고고학 저널(Oxford Journal of Archaeology)에 게재됐다.
구석기 시대 구상적 조각 사례 극히 드물어
파리 남쪽의 퐁텐블로 사암(Fontainebleau Sandstones) 지역에는 1만 개 이상의 바위 셸터와 동굴이 분포하고 있다. 이 중 2천 곳 이상에서 암각화가 발견되었는데, 이 암각화들은 중석기 말기에 새겨진 것으로 추정된다. 주로 비구상적 형태와 직선적, 기하학적 무늬로 이루어져 있으나, 단 세 개의 바위 셸터에서 구상적 조각이 발견되었다.
1976년에 부띠니 슈흐 에손(Boutigny-sur-Essonne)에서 미완성 동물 그림이 발견되었고, 2014년에 부노 본느보(Buno-Bonnevaux)의 라 사보테리 1에서는 들소 조각이 발견됐다. 그리고 2020년에 누와시 슈흐 에꼴르(Noisy-sur-École)의 세고뇰 3(Ségognole 3) 바위 셸터에서 두 마리 말 조각과 여성의 신체 형태를 본뜬 조각이 발견되었다. 이번 연구를 통해 3D 입체 지도가 발견된 장소가 바로 이곳이다.
세고뇰 3 바위 셸터는 고고학적 가치가 높은 곳으로 유명하다. 2017년부터 이 지역을 연구한 파리국립광업학교 메다르 티리(Médard Thiry) 박사는 이곳의 암각화가 자연적 요소와 인공적 개조가 잘 조합되어 있다고 강조했다. 정확하게는 자연적 형태를 그대로 활용하여 이미지화하거나 기능적으로 설계했다는 것이다.
2020년에 이곳에서 약 30cm 길이의 말 조각과 마모가 심하게 진행된 말의 앞부분 조각이 발견되었는데, 이 조각들은 세 개의 홈을 중심으로 대칭적으로 배열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 삼각구도 안에 있는 바위 균열을 통해 물이 사암으로 스며들 수 있게 설계돼 있었다.
발견 당시 티리 박사는 “이 수문 장치는 구석기 시대 사람들이 물을 관리했다는 최초의 증거.”라고 말한 바 있다.
이번에는 지금까지 단순한 장식으로 여겨졌던 바닥 무늬가 주변 지형과 강의 흐름을 모델링 한 수로 시스템을 반영하고 있으며, 특정한 방식으로 물을 흐르게 유도하는 기능을 갖춘 조각이라는 점이 새롭게 밝혀졌다.
자연에 새긴 지형 모델링, 세계 최초의 ‘입체 지도’일 수도
이번 연구는 기존에 발견된 구석기 시대 지도적 표현물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특징을 지닌다. 과거에도 동물 뼈나 암석에 강과 지형을 묘사한 2D 형태의 지도가 발견된 적은 있지만, 자연 지형과 물길의 흐름을 직접 모방한 ‘입체적 모델’이 발견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해당 암판에는 지역의 강 네트워크와 지형적 돌출부가 새겨져 있는데, 이는 오늘날 우리가 사용하는 지도 개념과 유사한 형태다. 비록 거리, 방향, 이동시간 등의 정보를 담고 있는 현대적 의미의 지도와는 다르지만, 이 지도는 물의 흐름과 관련된 구조를 여성의 신체를 형상화한 홈을 통해 흐르도록 설계했다. 특히 고지대에서 시작된 빗물이 계곡을 따라 흐르고, 하천과 강이 합류하며 최종적으로 호수와 습지가 형성되는 습윤 및 흐름 시스템과 기능적 구조를 묘사하고 있다.
연구진은 지역의 실제 하천과 수계를 비교하는 미세지형분석을 통해 이 같은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앤서니 밀네스(Anthony Milnes) 애들레이드대학교 교수는 “세고뇰 3 셸터 바닥에 새겨진 홈과 물길의 흐름은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주변 지역의 수로 구조를 축소해 재현한 것과 유사하다”며, “이는 선사 시대 인류가 환경을 이해하고 기록하는 방식의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고 평가했다.
다만, 연구진은 이것의 특정 기능은 아직 확실하지 않다고 말했다. 당시의 생활상을 근거로 사냥 전략지도, 의례 및 신앙적 도구, 교육 및 전수 도구 등으로 활용됐을 것으로 추측할 수 있는 정도다.
연구진은 앞으로 추가적인 분석을 통해 해당 유적의 정확한 제작 연대와 목적을 밝혀낼 계획이다. 이 연구 결과는 인류 최초의 지도 제작 기술을 이해하고 선사시대 공간인식 연구에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 김현정 리포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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