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과학계엔 어떤 사건이 벌어질까를 두고 권위 있는 과학 기관들은 저마다의 예측을 내놓는다. 최고 권위의 국제학술지 ‘사이언스(Science)’는 지난 1일 2025년의 주요 이슈를 예측하며 트럼프의 재집권, 미국의 ‘다양성‧형평성‧포용성(DEI)’ 정책 등 미국 과학계의 정책 변화에 주목했다. 이 밖에 ‘사이언스’가 주목한 2025년 세계 과학계의 헤드라인을 장식할 것으로 전망되는 과학 이슈들을 소개한다.
H5N1 조류독감, 넥스트 팬데믹 될까
지난 6일 미국에서 고병원성 조류 인플루엔자(H5N1) 감염 사망자가 처음 보고됐다. 2023년 말 등장한 것으로 추정되는 H5N1 변종 바이러스가 인류의 새로운 위협이 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세계적으로 H5N1에 의한 사망자는 지난해까지 460여 명이다. 위협이 커지자 미국 농무부(USDA)는 지난달 미국의 우유 공급 과정에서 H5N1 바이러스의 존재 여부를 검사하도록 의무화했다. 생우유에는 살아 있는 바이러스가 포함됐을 가능성이 높은 만큼, 확산을 억제하고자 하는 전략이다. 또한 소를 대상으로 한 백신 실험도 올해 진행된다.
아직 풀어야 할 숙제도 있다. 소를 감염시키는 H5N1 변종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들은 가벼운 감염만 겪는 반면, 새와 접촉해 감염된 사람들은 더 심각한 질병을 겪는 이유를 찾을 계획이다. 미국의 사망자 역시 집에서 키우던 가금류에 의해 감염됐다. 아직 사람 간 간염이 일어난다는 근거는 없지만, 포유류에서 확산이 이뤄진 만큼 바이러스 진화의 경로에 대한 연구도 숙제로 남았다.
탄소 배출량 정점 찍는다
기후변화와 관련해서는 불행 중 다행인 소식이 예정되어 있다. 전 세계 탄소 배출량이 올해 정점을 찍고, 감소세로 돌아설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2024년 전 세계 총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416억 t(톤)을 기록했다. 역대 최고치다. 다만, 최다 배출국인 중국이 ‘에너지 대체’를 통해 청정에너지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는 만큼 올해 마침내 오랫동안 기다려온 감소가 나타날 것으로 예측된다. 하지만 탄소 순배출 0이 되는 ‘탄소 제로’에 도달하고, 배출량이 산업화 이전 수준으로 돌아가기까지는 수십 년이 걸릴 수 있다. 또 그간 축적된 탄소로 인한 온기는 아마 수 세기 동안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뼈에서 고대인의 생활 방식 엿본다
2024년 10월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에는 흥미로운 연구가 실렸다. 18세기의 영국에서는 남녀노소 모두 파이프 담배를 즐겨 피웠다는 것이었다. 기존 확인된 기록으로는 남성들이 흡연을 즐겨 했던 것으로 밝혀졌었는데, 뼈에 남은 ‘대사체’를 분석한 결과 당시의 사회는 흡연이 더 광범위하게 퍼져 있었음이 밝혀졌다.
대사체는 생명체가 먹고, 마시고, 소화하고, 배설하는 모든 대사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성분이다. 따라서 대사체 분석으로 생활 습관을 유추할 수 있다. 지금까지 머리카락, 혈액, 소변, 타액 등에서 대사산물을 추적하는 연구가 많이 이뤄졌지만, 위 연구로 뼈와 같이 보존이 잘 되는 조직에서도 대사체 변화를 조사할 수 있게 됐다.
‘사이언스’는 이 연구가 확장되어 인류 조상을 포함한 고대 뼈 샘플에서 대사의 흔적을 찾고, 고인류의 생활상을 다시 그려내는 연구가 올해 이뤄질 것으로 전망했다. 현재 과학자들은 결핵 등 전염병이 사회 다양한 계층에서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술, 담배, 코카인 등 기분에 영향을 미치는 약물을 언제부터 활용했는지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아프리카 어린이 대상, 말라리아 백신 대량 접종
2022년 기준, 전 세계 말라리아로 인한 사망자는 약 60만 명이다. 이 중 76%가 5세 미만의 어린이다. 이에 유니세프(UNICEF‧유엔아동기금)와 세계백신면역연합(GAVI), 세계보건기구(WHO)는 영국 제약사 글락소스미스클린(GSK)이 개발한 세계 최초의 말라리아 백신을 아프리카 등 말라리아 발생지에 투입하는 사업을 2023년 시작했다. 2019년부터 2023년까지 가나, 케냐, 말라위에서 진행한 시범 사업에서는 200만 명이 넘는 아동에 백신을 접종했는데, 그 결과 중증 말라리아로 병원에 입원하는 어린이 수가 3분의 1 가까이 줄었고, 전체 사망률도 13% 감소했다. 올해 GAVI는 25개국에서 1,400만 명 어린이에게 말라리아 백신이 도달하는 것을 목표로 세웠다.
우주 타임랩스 찍는다
칠레 산꼭대기에 건설 중인 베라 루빈 천문대가 올해부터 운영을 시작한다. 이 천문대는 지름 8.4m의 망원경과 3,200메가픽셀 카메라를 갖췄다. 특정 물체를 확대해서 관찰하는 것이 아닌, 10년 동안 남반구 하늘 전역을 ‘타임랩스’ 찍듯 샅샅이 훑어본다는 목표다. 이 과정에서 우주의 95%를 차지하는 암흑물질과 암흑에너지의 정체에 관한 단서를 찾고자 설계됐다.
한편, 이전에 알려지지 않은 혜성, 소행성, 해왕성 너머의 거대한 가설 행성인 ‘플래닛 나인’ 등 갑자기 나타나거나 사라진 천체를 정확히 찾아낼 수 있다. 베라 루빈 천문대는 매일 밤 최대 1,000만 개의 ‘일시적 현상’을 발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올해 상반기 중 첫 번째 관측 사진을 볼 수 있을 전망이다.
- 권예슬 리포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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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25-01-16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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