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타임즈 로고

기초·응용과학
김홍재 칼럼니스트
2021-08-31

과학으로 본 ‘바디 프로필’ 열풍 인생사진에 만족하고 건강한 몸 가꿔야

  • 콘텐츠 폰트 사이즈 조절

    글자크기 설정

  • 프린트출력하기

‘바디프로필(Body Profile)’ 열풍이 뜨겁다. 바디프로필이란 고강도 운동과 식이요법으로 근육질 몸매를 만든 뒤 전문 스튜디오에서 모델처럼 사진을 촬영하는 것을 말한다. 예전에는 운동선수나 연예인들이 탄탄한 몸매를 자랑하는 수단으로 바디프로필을 촬영했는데, 요즘에는 일반인들 사이에서도 자신의 멋진 바디프로필 사진을 SNS를 통해 공개하는 일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바디프로필을 통해 인생사진을 남기기 위해서 짧게는 2개월에서 길게는 6개월까지 열심히 땀 흘리며 운동해야 하고, 먹고 싶은 것도 제대로 먹지 못하는 고난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물질적 풍요 속에서 나태해지기 쉬운 오늘날 바디프로필이 활력이 넘치는 건강과 철저한 자기관리의 상징과도 같은 의미를 가지게 된 이유다. 인생에서 가장 젊고 아름다운 시기를 살아가는 2030세대 사이에서 바디프로필이 ‘버킷리스트’ 중 하나가 되면서 뜨거운 인기는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몸에 대한 인식의 변화

몸이란 정신과 육체가 하나로 이루어진 살아있는 유기체이며, 삶을 살아가는 행위의 주체이다. 과거 인간의 본질을 정신적인 것으로 규정하던 시절에는 몸을 천박한 껍데기에 지나지 않는 것으로 취급했다. 고귀한 정신을 담는 하찮은 그릇에 불과하던 몸은 근대사회에 들어서면서 근면한 노동을 위한 수단으로 평가받기 시작했다. 그리고 현대사회가 되면서 우리의 몸은 노동 수단을 넘어 자신을 나타내는 중요한 도구로 인식되고 있다.

현재 대한민국에서 몸은 유례를 찾을 수 없을 만큼 커다란 주목을 받고 있다. 몸이 신체적 건강뿐만 아니라 외모와의 관계 속에서 그 중요성이 더욱 강조되는 상황이다. 현대와 같은 속도의 시대에 사람들은 내면을 헤아리기보다 외모만 보고 상대방을 판단하기 쉬우며, 이에 따라 외모는 곧 경쟁력이자 개인의 소중한 자산이 되고 있다. 얼짱과 몸짱이라는 말이 보여주듯 외모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높은 것이 얼굴과 몸이다.

현대인들은 더이상 주어진 몸을 받아들이고 만족해하지 않는다. 사람들은 자신의 몸을 부위별로 품평하고, 더 건강하고 날씬하고 젊게 몸을 가꾸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인격적 성숙을 도모하는 마음 닦기처럼 몸을 갈고 다듬는 몸 닦기가 크게 부각된 것이다. 몸이 자신이 원하는 형태로 개조가 가능한 하나의 ‘프로젝트’가 되면서 몸 관련 산업이 급성장하고 있는데, 이런 현상들이 바디프로필 열풍으로 이어졌다고 볼 수 있다.

운동선수나 연예인들의 전유물이었던 바디프로필이 일반인들 사이에서도 인기다. 사진은 방송인 줄리엔강과 양정원이 함께한 바디프로필. ⓒ 줄리엔강 인스타그램

바디프로필에서 목표로 하는 건강한 몸은 기본적으로 탄탄한 근육에 바탕을 두고 있다. 바디프로필을 위해 만들려고 하는 근육은 보디빌딩을 통해 만드는 거대하고 우람한 근육과는 성격이 조금 다른데, 전문 운동선수가 아닌 만큼 몸의 주체와 조화롭고 균형을 이루는 근육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여성의 경우도 마찬가지인데 예전처럼 마르고 날씬한 몸이 아니라 적당하게 근육이 발달하여 건강하고 탄탄한 몸을 목표로 한다.

몸에서 적당한 근육이 발달했을 때의 장점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근육이 발달하면서 적당한 근력이 유지되고 심폐기능이 향상된다. 근육 성장을 통해 기초대사량이 늘어나 체지방량이 줄어들어 정상 체중을 유지할 수 있다. 향상된 근력은 일상적인 안전사고에서 부상을 예방하는 기능도 한다. 좁은 어깨를 넓게 하거나, 엉덩이와 종아리 모양을 보기좋게 만드는 등 개인의 콤플렉스도 보완할 수 있다. 신체적인 단련 외에도 정신 집중과 자신감, 헌신, 인내심 배양에도 효과적이다.

건강하게 근육 키우는 법

바디프로필을 위해 보기좋은 탄탄한 근육을 발달시키기 위해서는 부하를 이용하여 근육에 자극을 가함으로써 근육의 성장을 촉진시키는 ‘근저항 트레이닝’이 필요하다. 근저항 트레이닝은 모든 스포츠 활동의 기초 체력(Basal Physical Fitness)을 향상시키는데 도움을 주며, 다양한 장비와 신체의 무게를 활용하여 좁은 공간에서 짧은 시간 내에 많은 운동효과를 거둘 수 있는 운동방법이다. 전문 운동선수뿐만 아니라 일반인들에게도 매우 유용하다.

근저항 트레이닝 운동을 효과적으로 실시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무게로 체내에 부하를 줄 것인지가 중요하다. 운동강도는 주로 최대반복횟수(RM, Repetition Maximun)를 활용해 설정하는데, 1RM은 1회 반복할 수 있는 최대 무게를 의미한다. 일반적으로 근력 증가를 원한다면 1RM의 85% 이상 무게로 6회 미만을 반복하고, 근비대 향상을 원한다면 1RM의 67~85% 무게로 6~12회 반복한다. 근지구력을 강화하려면 1RM의 67% 이하 무게로 12회 이상 반복을 실시한다.

근육은 운동 세트를 반복할 때 무게에 변화를 주면 더 효율적으로 성장한다. 근성장 호르몬의 분비량을 측정한 연구에 따르면 저중량으로 시작해서 중량을 늘려나가는 어센딩 세트(Ascending Set) 훈련법과 고중량으로 시작해서 중량을 약간씩 줄여가며 반복하는 디센딩 세트(Descending Set) 훈련법보다 저중량으로 시작해서 중량을 늘려나가다가 마지막 세트에서는 저중량으로 마무리하는 드롭 세트(Drop Set) 훈련법이 가장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났다.(정용민 외 『보디빌더의 Set훈련방법의 차이가 근 성장 호르몬의 분비에 미치는 영향』 참조)

근육을 발달시키기 위해서는 과학적인 근저항 트레이닝이 필요하다. 사진은 마흔파이브 멤버 김원효 김지호 박성광 박영진 허경환의 바디프로필. ⓒ 김원효 인스타그램

더이상 반복할 수 없는 한계까지 실시하는 고강도 운동에서 세트 간 휴식시간을 30초 정도 짧게 실시하면 근성장 호르몬의 혈중농도가 높아져 더 큰 근육 발달을 기대할 수 있다. 반대로 휴식시간을 120초 정도 길게 가져갈 경우 체지방률 감소가 더 활발하게 나타났다. 따라서 본인의 몸 상태와 추구하는 목표에 따라 휴식시간을 조절하는 것이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된다.(오경모 『보디빌더의 저항훈련 중 회복시간 차이가 혈중 GH, Testosterone, Grelin의 농도 및 신체구성에 미치는 영향』 참조)

근육을 발달시키기 위해서는 트레이닝만큼 풍부한 영양 섭취가 중요하다. 근저항 트레이닝 운동 시 최대근력의 향상을 위해서는 특히 단백질을 풍부히 섭취해야 하는데, 전문가들은 체중 1kg당 2g에서 3.5g 정도의 단백질을 섭취하면 된다고 조언한다. 단백질은 닭고기와 쇠고기, 생선, 계란, 우유 등에 풍부한데 아무래도 준비하기가 번거로운 것이 사실이다. 이 때문에 단백질 보충제를 선택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과연 천연단백질만큼 효과가 있을지 의구심이 들기도 한다.

연구에 따르면 최대근력의 변화는 천연단백질이든 단백질 보충제든 상관없이 단백질을 섭취한 집단에서 모두 유의하게 향상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천연단백질과 단백질 보조제 간에는 의미있는 차이가 없었으며 상호작용 효과도 나타나지 않았다. 단백질 보충제만 섭취해도 천연단백질과 동일한 수준의 최대근력 향상을 보였기 때문에 굳이 닭가슴살이나 달걀을 삶기 위해 고생할 필요는 없는 셈이다.(박원덕 외 『근저항트레이닝 훈련시 단백질 섭취형태의 차이가 상·하체 최대근력에 미치는 영향』 참조)

적당한 체지방이 있어야 더 건강해

정해진 기한에 바디프로필을 찍기로 예약을 잡았는데 막상 눈에 띄는 변화가 나타나지 않을 경우 쫓기는 마음에 무리하게 운동을 하는 경우가 있다. 과도한 트레이닝은 ‘횡문근 융해증’을 불러올 수 있다. 근육으로의 에너지 공급이 수요에 비해 충분하지 않을 때 근육이 녹아내리는 괴사가 일어나고 이로 인해 생긴 독성물질이 순환계로 유입되는 질환이다. 독성물질이 신장의 필터 기능을 저하시켜 급성 세뇨관 괴사나 신부전증을 일으킬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사진을 찍을 시점이 다가오면 식스팩 복근처럼 보다 선명한 근육을 만들기 위해서 체중감량에 들어간다. 탄탄하고 보기좋은 근육은 크기를 나타내는 근 질량(Muscle Mass)과 함께 근의 분리도(Seperation)와 선명도(Definition)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근육의 분리도와 선명도를 뚜렷하게 하려면 체지방을 낮추는 것이 효율적이므로 체중감량은 바디프로필을 찍기 직전 피할 수 없는 과정이다.

문제는 과다하게 체중을 감소시키기 위해 음식물과 수분 섭취를 과도하게 억제할 경우 몸에 커다란 손상이 남을 수 있다는 점이다. 구체적으로 근력의 감소, 운동 기능의 감소, 혈장과 혈액량의 감소, 심폐 기능의 저하, 산소소비량의 저하, 불규칙한 심박수, 기초대사량의 저하, 체온조절 기능의 장애, 신장 혈류량 및 여과 능력의 저하, 근 글리코겐의 고갈, 다량의 전해질 소실 등 다양한 신체 이상이 나타날 수 있다. 따라서 체중감량은 몸무게의 5% 범위 내에서 서서히, 수주일 간의 기간을 두고 시행해야 한다.

멋진 바디프로필 사진을 공개한 후 요요현상을 고백한 방송인 김빈우. 사실 건강한 몸은 어느 정도 체지방이 있는 몸이다. ⓒ 김빈우 인스타그램

수없이 많은 땀방울로 근육을 키우고 체중감량으로 체지방을 줄여 자신이 생각했던 멋진 바디프로필 사진 촬영에 성공한다. 도전에 성공했다는 기쁨도 잠시 어렵게 만든 몸이 다시 원래 상태로 돌아갈까 걱정이 든다. 실제 바디프로필 사진 촬영 후 운동과 식이요법을 중단하면 요요현상으로 원래 상태로 돌아가기가 쉽다. 영양 부족으로 인한 빈혈, 보상심리로 인한 폭식증 등 섭식 장애, 다이어트 강박증, 신체의 불균형과 호르몬 체계의 이상, 신장 기능 약화와 탈모 등 후유증을 호소하는 경우도 있다.

사실 SNS에서 흔히 접하게 되는 바디프로필은 체지방률이 극도로 낮은 몸이며, 실제 건강한 몸은 어느 정도 체지방이 있는 상태의 몸이다. 바디프로필 상태의 몸을 계속 유지하기는 어렵고 그렇게 한다고 해서 건강한 몸을 가지는 것도 아니다. 따라서 인생사진을 남겼다는데 만족하고 체지방의 증가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면서 자신의 몸에 맞는 운동을 꾸준히 하는 것이 필요하다.

김홍재 칼럼니스트
hongjaikim@gmail.com
저작권자 2021-08-31 ⓒ ScienceTimes

관련기사

목록으로
연재 보러가기 사이언스 타임즈에서만 볼 수 있는
특별한 주제의 이야기들을 확인해보세요!

인기 뉴스 TOP 10

속보 뉴스

ADD : 06130 서울특별시 강남구 테헤란로7길 22, 4~5층(역삼동, 과학기술회관 2관) 한국과학창의재단
TEL : (02)555 - 0701 / 시스템 문의 : (02) 6671 - 9304 / FAX : (02)555 - 2355
정기간행물 등록번호 : 서울아00340 / 등록일 : 2007년 3월 26일 / 발행인 : 정우성 / 편집인 : 윤승재 / 청소년보호책임자 : 윤승재
한국과학창의재단에서 운영하는 모든 사이트의 콘텐츠는 저작권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사이언스타임즈는 과학기술진흥기금 및 복권기금의 지원으로 우리나라의 과학기술 발전과 사회적 가치 증진에 기여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