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우리나라 정부 연구개발(R&D) 예산 규모가 24조 원으로, 전년 대비 17.3% 증가했다. 코로나19 이슈로 인해 내년도에는 26조 원으로 R&D 예산이 더 증액될 전망이다. 이는 그만큼 과학기술 R&D의 경제 사회적 책무가 커지고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막대한 국가 예산이 투입된 정부 R&D 성과에 대해 부정적 시각이 꾸준히 늘고 있다. 2017년 기준 국내 특허 출원은 20만 4775건, 등록은 12만 662건으로 2008년에 비해 각각 20.1%와 44.5%가 증가했다. 하지만 대학·공공연의 특허는 34.9%만 활용됐고, 기업에 이전된 기술이 실제 매출로 연결된 경우는 10.8%에 불과하며 기술이전 효율성은 1.41%에 불과하다.
그렇기 때문에 투입은 세계 수준이지만, 성과는 그에 못 미친다는 지적이 많다. 특히 과학기술 연구개발 활동이 일상생활과 단절되어 있으며 사회문제 해결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지 않아 국민들은 그만큼 R&D 연구성과를 더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R&D 연구성과의 국민 체감, 어떻게 혁신할까
이에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은 ‘연구성과의 국민 체감, 어떻게 혁신할 것인가’를 주제로 지난 23일 ‘제1회 내 삶을 바꾸는 과학기술 정례토론회’를 열고, 국민 삶에 직결된 과학기술의 미래 발전 방향에 대해 논의하는 시간을 가졌다.
사실 2020년 정부 R&D 기본 방향에서도 혁신성장 성과 창출 가속화, R&D 일자리 성과 창출 강화, R&D를 통한 국민의 건강·생활 편익 증진 기여 등 성과 창출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연구성과가 시장으로 나갈 수 있는 채널이 확보되어 있지 않고, 고객이 누구인지도 잘 모른다는 것이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김철한 대전대 컴퓨터공학과 교수는 “국민의 사회문제 해결형 R&D 기획이 아니라 연구자의 Seeds 중심의 새로운 기술 개발이 우선시 됨에 따라 연구성과에 대한 국민 체감도가 떨어지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따라서 수요자가 참여하는 리빙랩 방식을 통해 사회문제를 해결함으로써 연구성과의 수용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제안이다.
또 연구 결과가 시장에 나갈 수 있는 채널의 역량 확보도 중요하다. 그 성공 사례로 독일의 기술 무역을 선도하는 슈타인바이스 재단(Steinbeis Foundation)과 프라운호퍼연구소(Fraunhofer Gesellschaft)가 짝을 이뤄 연구개발의 시장 진출 채널을 확보한 것을 들 수 있다.
김 교수는 “일본도 국가 연구개발을 Seeds 중심에서 문제 해결 중심으로 전환했다”며 “우리도 기술 성과 중심의 사업체계에서 문제 해결 중심의 통합체계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즉 사업별 지원 방식에서 탈피하여 연관되는 기술·산업·제도를 하나의 시스템으로 구성, 통합 지원해 기술 성과 활용의 효율성을 추구하자는 것이다.
아울러 기술 개발과 시장의 동기화를 중요하게 지적했다. 김 교수는 “G7 프로젝트 추진 당시에 고속철이 개발되었는데도 그것을 실험할 수 있는 인프라가 구축되지 않아 실증 시기가 지연되기도 했다”며 “연구결과를 활용하기 위한 인증과 법·제도 개선 등이 동시에 이뤄지지 않으면 제도 보완에 걸리는 시간 때문에 힘들게 이뤄낸 연구성과가 낡은 기술로 사장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R&D와 제도 개선 동시에...기술 개발과 시장 '동기화'
연구성과의 사업화를 통한 과학기술의 국민체감뿐만 아니라 과학기술 문제 해결 과정별로 국민이 체감할 수 있도록 다각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정태현 한양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는 “과학기술 자체의 가치를 국민이 체감할 수 있도록 과학기술의 과정과 연구자들의 활동에 대한 커뮤니케이션을 장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논문이나 특허, 기술사업화 성과만을 평가하고 강조하다 보면 과정과 활동이 간과되기 쉽기 때문에 연구자 중심의 다각적 네트워크와 커뮤니케이션이 필요하다는 것. 이에 대해 김 교수는 “정부는 전문적인 기술의 언어로 소통하려 하지 말고 국민들의 눈높이에 맞게 일의 언어나 비즈니스 언어를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또 연구성과 사업화를 통해 국민적 체감도를 높이려면 ‘연구자 중심의 R&D 성과 소유 및 활용 체제’로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었다. 정태현 교수는 “연구자에 대한 보상 미흡이 연구성과의 사업화를 어렵게 하고 있다”며 “연구성과의 원천적 소유권을 연구자에게 줌으로써 연구자 중심의 자율적 R&D가 사업화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밖에 정부 R&D 혁신에 대한 긍정적 경험을 심어줌으로써 국민의 체감 영역을 확대하자는 제안도 있었다. 오세홍 KISTEP 평가분석본부장은 “언택트 경제 시대를 맞아서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결합한, 론칭패드(LAUNCHPAD)와 같은 다양한 성과물 마켓을 개설해서 국민들의 체감도를 높이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제안했다.
- 김순강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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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20-07-24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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