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서울과 인천 등 중부지방을 중심으로 쏟아진 폭우를 시작으로 크고 작은 침수 피해가 이어졌습니다. 기록적인 폭우 가운데서도 ‘용감한 영웅들’의 활약상이 빛났는데요. 맨손으로 막힌 배수로를 뚫은 강남역 슈퍼맨, 헤엄을 쳐서 빗물에 고립된 운전자를 구한 공무원, 몸을 아끼지 않고 피해 현장의 복구를 이어간 경찰과 소방관까지. 재난이 불러온 절체절명의 순간에, 시민들은 한마음 한뜻으로 피해를 줄이기 위해 애썼습니다.
115년 관측 사상 최대 폭우로 기록되었지만, 이와 같은 극한현상은 기후변화로 인해 더욱 심해지고 잦아질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면서 우리를 불안하게 만들기도 합니다. 그런 만큼 과학기술을 발전시켜 재난으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해야 할 텐데요. 이번 꿰어야 보배 8월호에서는 끊임없이 국민의 생존을 위협하는 사고 가운데 재난을 예측하고, 골든타임을 확보하며, 안전하고 신속한 피해 현장을 복구하는 출연연의 과학기술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UN이 발표한 세계 재해 보고서에 따르면 기후변화가 심각해짐에 따라 태풍과 홍수 등의 대형 재난의 발생 또한 증가하고 있는 추세인데요. 피해 현장의 한 가운데에서 각종 잔해를 안전하게 치우고 인명 구조나 초기 복구 작업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장비의 개발이 시급한 상황이었습니다.
기존 현장에 주로 투입되는 굴삭기는 소방관과 같은 비숙련자가 긴급 작업을 수행하기에 무리가 있었는데요. 지난 2021년 1월, 소방관들의 안전을 보장하고 신속한 구조 작업을 위해 한국생산기술연구원이 한양대학교, 한국전자기술연구원, 한국기계산업진흥회 등과 ‘재난대응 특수목적기계’를 공동 개발했습니다. 개발된 장비는 4개의 무한궤도 하부모듈 위에 사람의 양 팔 역할을 하는 6m 길이의 작업기 1쌍이 달려있는데요. 장비에 탑승한 소방관은 웨어러블 장치를 이용해 작업기를 내 팔처럼 직관적으로 조종할 수 있게 됩니다.
이를 활용한다면 최대 200kg의 대형 장애물을 옮기는 것은 물론 22mm 두께의 철근 절단, 시멘트를 부수고 특수 합판을 뚫는 등 매몰되어 있는 인명을 빠른 시간 내에 구조하는것이 가능해집니다. 큰 힘을 내면서도 사람 팔과 가장 근접한 형태의 로봇 관절을 구현해낸 것이죠. 연구팀의 기술은 지난 2020년 12월, 20종 이상의 재난 대응 시나리오 현장 테스트까지 진행하여 성능 검증을 마쳤으며, 건설·산업 현장, 대단위 농업현장, 국방 현장 등 다양한 현장에서 실전 배치를 앞두고 있습니다.
화재, 폭발, 붕괴 등의 실내 재난현장은 어둠과 연기, 분진 등 구조대원들의 시야를 제한하는 요소가 많고, 구조대원들 또한 현장의 구조를 낱낱이 알고 있을 수 없습니다. 이는 피해자들의 효율적인 인명구조를 방해하게 되죠. 피해자들과 구조대원 모두의 소중한 삶을 지켜내는데 도움을 주기 위해 2022년 2월, 한국전자통신연구원은 재난현장에서 소방관을 도와 효과적으로 인명을 구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해냈습니다.
이번에 개발한 기술은 센서 반도체기술을 활용해 소방대원의 헬멧에 장착되거나 휴대기기 형태로 만들어져 시야의 한계를 극복하고 피해자의 생체신호를 탐지할 수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전파의 투과성을 이용하여 장애물 뒤의 상황과 피해자의 존재 또한 파악이 가능하여 신속·정확한 인명구조가 가능해지죠. 이는 소방대원의 안전 보장에도 큰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개발된 기술 중 하나인 임펄스 무선 초광대역(IR-UWB) 레이더 센서는 반사된 전자파를 이용해 센티미터(cm)급의 움직임도 알아낼 수 있습니다. 또한 고정밀 주파수변조연속파(FMCW) 레이더 센서 기술은 움직임 없이 호흡만 하는 사람도 탐지할 수 가 있죠. 실재 재난환경에서 골든타임 내의 빠르고 안전한 구조를 돕게 될 기특하고 고마운 기술입니다.
지난 8월 8일, 서울에 하루 동안 쏟아진 400mm에 가까운 폭우는 1907년 기상 관측 이래 처음으로 기록적인 수치였는데요. 예상치 못한 폭우에 대비하지 못한 도시들은 인명사고와 침수차량 발생, 도로 손상 등 피해를 직격탄으로 맞게 되었습니다. 이처럼 국지적이고 극단적인 폭우에는 기후변화가 연관되어 있다는 전문가들의 분석이 나오고 있는 만큼, 앞으로 더욱 각별한 주의와 대비가 필요하다고 할 수 있겠죠.
건설기술 분야에서도 AI 기반의 딥러닝 기술로 강우의 발생 횟수와 정도, 홍수 가능성 등을 예측하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었는데요. 딥러닝은 다량의 데이터에서 핵심적인 내용을 직관적으로 찾아내는 사람의 사고방식을 흉내 내기 위한 컴퓨터 프로그램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이미지 분석에 사용되는 U-Net CNN 알고리즘은 객체구별에 강점이 있어 이미 기상 예측에 접목하려는 시도가 이루어졌었는데요.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의 ‘ConvLSTM2D’ U-Net 신경망 구조 모델은 U-Net CNN 알고리즘에 데이터 연속성까지 고려할 수 있는 모델입니다. ‘Convolution’ 연산으로 해상도를 높이며 시공간적인 상관관계를 포착할 수 있게 되죠. 인공신경망 기법을 통해 보다 정확한 수해 예측이 가능해진다면 신속한 대비를 통해 인적, 물적 피해를 줄일 수 있게 될 것입니다.
화재 시 골든타임을 확보해주는 화재경보기는 수많은 생명을 살릴 수 있게 도와줍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화재경보기가 울려도 바로 대피하지 않고 상황을 살피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동안의 화재경보기는 빈번하게 오작동을 일으켰기 때문이죠. 집에서 에어프라이기를 사용하거나 고기를 굽는 경우, 담배연기, 소독약 등에도 경보기가 열과 먼지를 화재로 오인하여 경보음을 울리는 경우가 있다고 합니다. 이러한 상황은 대처감각을 무뎌지게 하여 정말로 대피가 필요한 경우에도 상황을 악화시키죠.
또한 화재의 인식 시간은 진압과 인명피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데요. 기존 화재감지기들은 최초 발화 1분 이후인 화재 2단계에 화재를 감지하여 진압과 대피가 어려웠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 2021년 6월, 한국표준과학연구원(KRISS) 안전측정연구소 비파괴평과팀과 KRISS 연구소기업 한선에스티(주)는 사람이 사용하는 불과 실제 화재 불을 구분하여 실제 화재만 인식해 발화 10초 이내에 알려주는 지능형 화재감지기를 개발했습니다.
개발된 지능형 화재감지기는 화재 극 초기에 해당하는 1단계에서 화재 인식이 가능해졌는데요. 적외선센서와 적외선 열화상센서를 결합한 융합센싱기술을 도입하여 불꽃의 특정 CO2 파장대를 이용하여 빠른 인식이 가능해지게 된 것 입니다. 또한 열화상 좌표를 통해 국소 공간의 자동 소화도 가능해지게 되었죠. 오경보율은 3% 이내로 기존 화재감지기의 34~50%에 비해 신뢰성 또한 매우 높습니다. 지능형 화재감지기의 활약으로 보다 많은 생명들을 지켜낼 수 있길 기대해봅니다.
지금까지 재난에 대비하고, 재난 현장의 골든타임을 확보할 수 있도록 돕는 출연연의 기술성과에 대해서 알아보았습니다. 재난은 자연적인 재난과 기술적인 재난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두 재난을 구분할 수는 있지만 이들 모두 갑작스럽고, 일상생활을 교란하며, 공동체 구성원에게 기대하지 않았던 삶을 가져오게 되죠. 이러한 재난 상황을 예측하고, 피해를 최소화하여 신속하게 회복할 수 있도록 돕는 중심에는 과학기술의 뒷받침이 꼭 필요합니다. 심지어 앞으로의 재난은 기존의 패러다임과는 다르게 자연과 기술, 기술과 자연이 서로 영향을 주며 더더욱 복합적이고 예측이 어려워지게 될 텐데요. 출연연은 국민의 안전한 삶을 보장하기 위한 기술 확보를 위해 끊임없는 도전을 성공해 낼 것입니다.
* 이 글은 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에서 발간하는 ‘꿰어야 보배’로부터 제공받았습니다.
- 국가과학기술연구회
- 저작권자 2022-08-31 ⓒ ScienceTimes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