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은 빛과 이산화탄소를 이용해 광합성이라는 복잡한 과정을 거쳐 식량을 생산하는 일종의 공장이라고 할 수 있다.
만약 광합성(photosynthesis) 과정의 일부에서 원자재와 기계 부족 사태 등으로 병목현상이 발생하면 당연히 생산에 지장을 받게 된다.
영국 에섹스대 과학자들은 광합성의 두 가지 주요 병목현상을 해결해, 실제 현장에서 식물의 생산성을 27%나 향상시키는 성과를 거뒀다.
‘네이처 플랜츠’(Nature Plants) 10일 자에 발표된 이번 연구는 광합성의 효율 증가 연구 프로젝트인 라이프(Realizing Increased Photosynthetic Efficiency, RIPE)를 통해 수행된 세 번째 성과로서, 이번 광합성 연구에서는 특히 물도 절약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관련 동영상 >
‘광합성 효율 개선’ 3차 연구
이번 RIPE 연구작업을 이끈 에섹스대 파트리샤 로페즈-깔까뇨(Patricia Lopez-Calcagno) 박사후 연구원은 “공장의 생산라인처럼 식물들의 생산 속도도 가장 느린 기계 부분에 맞춰져 있다”고 말하고, “우리는 다른 부분보다 더 느린 일부 단계를 확인해, 식물들이 광합성에서 이 느린 단계들을 가속화할 수 있도록 더 많은 기계를 만들게 했다”고 밝혔다.
RIPE는 미국 일리노이대가 중심이 돼 광합성 개선을 통해 더 생산적인 작물을 개발하려는 국제적인 협력연구다.
광합성이란 잘 알려져 있다시피 모든 식물들이 햇빛을 동력원으로 이용해 이산화탄소를 당으로 고정시켜 성장과 발달 그리고 생산을 하는 과정이다.
RIPE는 빌 앤드 멜린다 재단과 미국 식량농업연구재단(FFAR), 영국 정부의 국제개발부(DFID)로부터 재정 지원을 받고 있다.
광합성 170단계를 모델링
공장의 생산성은 공급과 운송 채널 및 신뢰할 수 있는 기계가 제한되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연구팀은 어떤 요인에 의해 광합성이 제한되는지를 알아내기 위해 광합성의 170단계를 각각 모델링 해서 식물들이 더 효율적으로 당을 생산하는 방법을 확인했다.
그리고 두 가지 제약을 해결해 작물 성장을 27% 향상시키는 성과를 올렸다. 두 가지 제약 중 하나는 식물이 빛 에너지를 화학 에너지로 변환하는 첫 번째 부분이고, 두 번째는 이산화탄소가 당으로 고정되는 부분이었다.
이 두 광시스템(photosystems) 안에서 먼저 햇빛이 포착되면 광합성의 다른 과정에 사용될 수 있는 화학에너지로 전환된다. 이때 플라스토시아닌(plastocyanin)이라고 불리는 수송 단백질이 전자를 광시스템으로 이동시켜 이 과정에 연료를 공급한다.
그러나 플라스토시아닌은 광시스템의 수용체 단백질에 높은 친화력을 지니고 있어 그 주위를 맴도느라 전자를 앞뒤로 효율적으로 이동시키지 못한다.
연구팀은 조류(algae)에서 유사한 기능을 하는 더욱 효율적인 수송 단백질인 사이토크롬(cytochrome) C6를 추가해 플라스토시아닌이 받는 부하를 공유토록 함으로써 이 첫 번째 병목현상을 해결했다.
플라스토시아닌은 구리를 필요로 하고 사이토크롬은 철분이 필요하다. 조류는 이런 영양소의 가용성에 따라 두 가지 수송 단백질 중에서 선택을 할 수 있다.
물 덜 쓰고 생산은 더 많이
연구팀은 동시에 이산화탄소가 당으로 고정되는 칼빈-벤슨 사이클( Calvin-Benson Cycle)에서의 광시스템 병목현상도 개선했다. 다른 식물 종과 시아노박테리아로부터 추가 세포 기구를 빌려와 SBPase라 불리는 핵심 효소의 양을 증가시켜 이 문제를 해결했다.
전자를 광시스템으로 이동시키는 ‘세포 지게차(cellular forklifts)’와 칼빈 사이클에 쓰이는 ‘세포 기구(cellular machinery)’를 추가함으로써 연구팀은 작물의 물 사용 효율, 즉 생산된 생물량(biomass)과 식물이 소비한 물의 비율을 개선하는 효과도 얻었다.
에섹스 생명과학대 교수이자 책임 연구자인 크리스틴 레인스(Christine Raines) 박사는 “우리는 현장 시험에서 이 작물들이 물을 덜 쓰고도 더 많은 생산을 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말하고, “이 추가적인 개선을 가능토록 한 메커니즘은 아직 명확지 않으나, 작동 과정의 원인과 방법을 계속 탐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전 연구까지 합하면 작물 생산성 50~60% 증가
이 두 가지 개선사항을 결합했을 때 온실에서의 작물 생산성은 52%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더 중요한 것은 개선사항을 실제로 테스트하는 야외 현장 시험에서 작물 성장이 27%나 증가한 것으로 확인돼, 이번 광합성 향상 작업이 현장 재배 조건에서 작물 생산을 촉진할 수 있음을 입증했다는 점이다.
RIPE 책임자이자 미국 일리노이대 작물과학 및 식물학 석좌교수인 스티븐 롱(Stephen Long) 박사는 “이번 연구는 세 가지의 확실하고 독립적인 방법을 결합해 작물 생산성을 20% 이상 증가시킬 수 있는 놀라운 기회를 제공했다”고 평가했다.
롱 교수는 “우리 모델링에 따르면 이번의 새로운 성과와 앞서 이룩한 RIPE 프로젝트의 두 가지 발견을 합하면 식량 생산을 50~60% 증가시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사이언스’ 지에 발표됐던 RIPE의 첫 번째 성과는 식물이 변화하는 빛 조건에 적응토록 함으로써 수확량을 20%까지 높일 수 있다는 연구였다. 두 번째 성과 역시 ‘사이언스’지 발표 연구로, 광합성의 결함 하나를 해결해 작물 생산성을 20~40%까지 올릴 수 있는 ‘지름길’을 창출한 연구였다.
연구팀은 다음으로, 담배 연구를 통해 발견한 이 연구들을 카사바나 동부콩, 옥수수, 대두, 쌀과 같은 주요 식량 작물로 옮겨 재현하는 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다.
이 연구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지구촌 인구의 식량문제 해결에 새로운 돌파구를 열 것으로 기대된다.
- 김병희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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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20-08-11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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