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고고학팀, 400년 된 난파선의 잔해를 인양하다
독일의 잠수부들이 발트해 남서부 트라베(Trave)강 하구에서 400년 된 난파선의 잔해를 인양했다. 과학자들은 이 난파선을 통해서 한자 동맹의 중심지였던 독일의 북부 도시 뤼벡(Lübeck)의 역할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수면으로부터 11미터 아래에 있는 이 난파선은 지역 수로해운청(WSA)의 정기 조사 중에 우연히 발견되어 2022년 7월에 공개되었다. 이후 뤼벡 시민들의 자금을 통해서 수행된 위 프로젝트의 총비용은 대략 30억 원 정도(약 200만 유로)로 추산된다. 고고학자들과 잠수부들은 올해 6월부터 발굴 작업이 시작된 위 작업은 수중 시야가 좋았고 기상 조건이 좋았던 덕분에 3개월로 예정되어 있던 작업을 보다 일찍 완료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화물 화재로 인해 배가 침몰했을 가능성
길이 25미터, 너비 6미터의 뤼벡 난파선 잔해에서 발견된 도자기, 동물 뼈, 배의 도구 외에도 잔해 속에서 발견된 슈냅스 병 등 매우 흥미로운 발견도 진행되었다. 위 병에는 영국의 수도이자 주요 무역항이었던 런던을 가리키는 'London'이라는 단어가 적혀 있다.
프로젝트 책임자인 고고학자 펠릭스 뢰쉬(Felix Rösch)는 기대했던 것보다 더 많은 것을 발견했으며 한자(Hansa)선의 화물과 장비에 대해 이미 여러 가지 결론을 도출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먼저 연구팀은 위 선박이 1650년경 네덜란드에서 만들어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과학자들은 화물 화재로 인해 배가 침몰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는데, 뢰쉬 역시 중형 범선에서 발견된 일부 화물의 검은 자국이 화재로 인해 침몰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그는 갑판에서 더 큰 화재가 있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뢰쉬에 따르면 선박의 화물 중에는 당시 주택 건설에 일반적으로 사용되던 생석회 (quicklime) 또는 탄석회(burnt lime)라고도 불리는 산화칼슘 배럴(calcium oxide barrel)이 발견되었는데, 약 170개의 배럴이 발견되었으며 앞으로 며칠 동안 더 인양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배럴에 스며든 물이 화학 반응을 일으켜 강한 열을 발생시켰고 결국 화재로 이어졌을 수 있다 한다.
현재까지 발견된 증거들에 따르면 이 선박은 침몰 당시 스칸디나비아에서 뤼벡으로 향하던 중이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배를 발굴하는 작업자들이 해저에서 퇴적물을 진공청소기로 빨아들여 잔해를 한 층씩 드러내고 있는데, 수면 위로 올라온 조각들은 뤼벡시의 창고로 옮겨져 세척되며 문서화 작업을 거치고 있다. 연구팀은 수면 위로 올라온 모든 물체를 3차원 디지털 스캔하고 있으며, 급속한 열화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조각들을 처리하고 있다. 이러한 작업을 하는 이유는 이러한 조치가 없으면 몇 년 안에 유물이 파괴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자 동맹의 수도, 뤼벡
과학자들은 잔해를 분석함으로써 뤼벡의 역사 뿐 아니라 뤼벡이 수 세기 동안 주도적인 역할을 담당했던 한자 동맹 내 무역 관계에 대한 귀중한 증거를 얻을 수 있기를 희망한다. 과학자들은 위 발견이 도시 기록 보관소에 보관된 문서에 언급된 1680년 난파선과 관련이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한다. 발트해에서 이 시기의 군함이 이미 다수 발견되었지만, 남서쪽 분지에서 이렇게 잘 보존된 무역선이 발견되었다는 것은, 특히 보존 상태가 매우 뛰어나다는 점은 매우 놀라운 상황이다.
참고로, 고대 독일어 'Hanse'에서 유래한 한자(Hansa) 동맹은 12세기 독일 북부에서 시작되어 17세기 후반에 해체될 때까지 북해와 발트해의 무역을 지배하며 번성했던 유럽 도시와 도시 국가들의 상업 및 방어 연합체이다. 전성기 시절 한자 동맹은 현대 러시아의 노브고로드(Novgorod)에서 런던까지 뻗어 있었다.
한자 동맹 회원들은 뤼벡을 중심으로 지금의 라트비아, 에스토니아, 폴란드, 스웨덴, 노르웨이, 독일, 네덜란드, 벨기에 등에서 무역을 수행했으며 막대한 부를 축적한 상인들은 큰 특권과 법적 자율성을 누렸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던 중 아메리카 대륙의 발견과 대서양 횡단 무역의 부상으로 인해서 한자 동맹의 쇠퇴가 시작되었고, 1666년 런던 대화재로 런던 강철 야드가 소실되며 동맹의 해체가 시작되었다.
비록 한자 동맹은 현재 소멸되었지만, 위 연맹의 의미는 현재도 다양한 형태로 현대 사회에 퍼지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한자 동맹 2.0이라고도 알려진 '신한자(New Hansa; New Hanseatic League)' 동맹에서 위 동맹의 명맥이 이어지고 있다.
신한자 동맹은 2018년 2월 덴마크, 에스토니아, 핀란드, 아일랜드,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네덜란드, 스웨덴의 EU 재무장관들에 의해 설립되었다. 위 동맹은 브렉시트 이후 유럽 정치 무대에서 같은 생각을 가진 관련 국가들이 유럽 단일 시장('자본 시장 연합': Capital Markets Union)을 꿈꾸며 EU 회원국의 부 재분배를 지향하며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유럽의 일부 국가는 신한자 동맹이 북유럽 국가들을 너무 가깝게 묶어 유럽의 기존 남북 정치적 분열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를 표명한 바 있다.
- 김민재 리포터
- minjae.gaspar.kim@gmail.com
- 저작권자 2023-08-15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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